지난 7월 할리우드 스타 앤젤리나 졸리가 여신풍의 긴 주름 드레스를 입고 미 LA 거리를 활보한 것은 ‘플리츠(pleats·주름) 전성시대’를 알리는 예고편이었다. 이번 가을 주름이나 프릴 등 화려한 장식 요소들이 패션계를 사로잡고 있다. 해외 디자이너 브랜드인 프라발 구룽, 펜디, 애덤 립스 등이 ‘주름’을 이용해 풍성하고 풍요로워 보이는 디자인을 여럿 선보였다. 코로나 사태로 외출이 꺼려지는 요즘, 패션계는 반대로 극도의 밝은 색감이나 눈에 띄는 패턴과 디테일 등을 내세운 것이다. 경쾌한 디자인을 즐기며 우울한 기분을 조금이나마 날려버리자는 해석이다.

'갤럭시 노트20'의 7가지 미스틱 컬러와 '조셉앤스테이시'의 플리츠 니트백을 매칭한 이미지. 미스틱 레드 버전. 삼성전자 제공


최근 몇 년 새 일명 ‘아줌마 치마’라고 불리던 주름치마가 ‘뉴트로’를 타고 20대를 사로잡은 데 이어 가방에도 ‘주름’이 응용되는 것. 장바구니 모양의 니트 소재로 일명 ‘아코디언 백’이라 불린다. 니트인 데다 주름이 있어 많이 담기는 데다 접으면 넥타이 폭 정도로 좁아져 보관하기도 편리한 게 장점. 가수 손담비나 에이프릴 이나은, 배우 김고은 등이 착용해 화제가 된 국내 브랜드 조셉앤스테이시가 대표적이다. 2009년 론칭한 브랜드로 가죽 주름 제품을 만들다 니트 제품으로 소재를 넓히며 대중성을 얻었다. 4만~6만원대 가격도 접근성이 높다는 평. 다채로운 색감에 최근엔 삼성전자와 손잡고 ‘갤럭시 노트20’ 소비자를 위한 맞춤형 가방을 선보이기도 했다.

친환경 소재로 눈길을 끈 주름 니트 가방 ‘플리츠마마’ 역시 국내 디자이너 제품. 글로벌 기능성 원단사 효성TNC와 손잡고 페트병에서 뽑아낸 실을 이용해 가방을 제작한다. 니트 플리츠 가방 1개에 500mL 생수병 16개에서 추출한 실이 사용된다. 국내 패션기업인 LF와 손잡고 친환경 니트 가방을 선보인 데 이어 얼마 전엔 효성TNC, 제주개발공사, 제주도와 손잡고 삼다수 페트병에서 뽑아낸 ‘제주 에디션’을 내놓기도 했다.

효성티앤씨가 플리츠마마와 협업해 삼다수병 16개로 만든 친환경 가방. 효성 제공

5만원 내외의 가격에 ‘친환경’ 이미지까지 더해 젊은 세대를 사로잡다 보니 주로 명품브랜드가 겪었던 ‘동대문표 짝퉁 홍수’도 겪고 있다. 조셉앤스테이시 허지숙 대표는 “저렴한 원단에 유사 디자인을 내세워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로고까지 베낀 곳이 있어 단속에 나서려고 한다”고 했다.

터키 디자이너 브랜드 '믈루예'. 건축가에게 영감받아 건축적인 장식을 디자인에 적용했다.

해외 신진 디자이너들도 주름 가방 트렌드에 올라탔다. 옥수수 전분에서 추출한 원료로 만드는 일본 친환경 브랜드 플레코(PLECO)나 건축가 미스 반데로에 등에 영감받은 터키 출신 멥 루어 헤일스가 선보인 ‘믈루예’ 등도 주름을 디자인에 적용해 소셜미디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