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모이 100년, 내가 사랑한 우리말

내가 배운 말 중에 아름다운 말이 많지만 ‘결‘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결이라는 말에는 어머니가 숨어있다. 어머니는 옷감을 고를 때 꼭 결이 좋다고 하셨다. 호박잎이나 상추잎을 딸 때도 결이 좋다고 하셨다. 내 친구들을 데리고 집에 오면 꼭 밥을 먹이고 돌아가면 애들이 마음결이 곱다고 하셨다. 어머니 돌아가시고 어머니 말을 보석 줍듯 되새기면서 돌이킬 때, 예전에 아무렇게나 듣고 잊어버린 그 말이 어머니가 아주 자주 사용하시던 말이라는 것을 알았다. 현실적인 옷감이나 자연이나 보이지 않는 마음에까지 결을 붙이신 이유가 어디에서 왔는지 물어본 적은 없다. 그러나 어머니가 자주 사용하시던 말에 ‘맵시‘가 있었는데 결이 바로 그 자태 그 모습을 말하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내가 생각하는 결은 조금 더 크다. 우주적인 세계가 이 한 글자에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생명의 탄생은 물이다. 물은 결을 가지고 있다. 그 미세한 너울 안에서 생명은 모습을 갖추는 것이다. 물결⋅바람결⋅살결⋅마음결… 우리들이 살아가는 삶도 결 아닌가. 파도며 폭풍이며 폭우며 벼락이며 천둥도 다 결이다. 순한 결이 있는가 하면 거친 결이 있다. 그게 인생이다. 그래서 인생은 다 결로 이루어지고 결로 다듬어 가는 것이다.

후각으로 전해지는 향기도 결이 있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것이 리듬이며 음악이고 시며 그림이며 예술이라는 거대한 이름으로 탄생하는 것 아니겠는가. 정지된 수평은 인생에선 존재하지 않는다. 살아있음을 말하는 것, 그것이 결인 것이다. 결과 결이 만나 또 하나의 결을 만드는 것 그 힘으로 새로운 결을 넘어서는 것, 그것이 의미이고 가치라고 부르는 것 아니겠는가. 결, 생명의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