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사람들’ 시즌 2에 등장하는 배우 윤여정. 카리스마 있는 컨트리 클럽 소유주 ‘박 회장’을 연기한다./넷플릭스

배우 윤여정과 송강호가 부부 연기로 만났다. 한국계 이성진(45) 감독의 연출, 한국계 배우 스티븐 연의 출연으로 성공을 거뒀던 ‘성난 사람들’(넷플릭스·원제 ‘BEEF’) 두 번째 시즌을 통해서다. 이민자의 삶을 통해 고독한 현대인의 모습을 그렸던 첫 시즌(2023) 이후 3년 만의 새 시즌. 시즌 2 예고편에는 한국 배우뿐 아니라 한국에서 촬영한 장면도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오는 16일 공개를 앞두고 7일 한국 언론과 화상으로 만난 이 감독은 “대본의 첫 단어를 쓰기 전부터 한국이 이 작품의 굉장히 큰 일부분이 되길 바랐다”고 했다. “시즌 1 이후 한국을 많이 오가게 되며 그즈음 제 삶에서 한국의 존재감이 훨씬 더 커졌기 때문”이라는 것.

사소한 운전 중에 생긴 시비가 걷잡을 수 없는 싸움으로 번지는 내용의 시즌 1은 세계적으로 많은 공감을 받으며 미 골든글로브와 에미상 등 주요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남녀 주연상 등을 휩쓸었다. 이 감독은 “외롭고 고립된 채로 살아가는 두 사람이 마지막에 가서 어쩌면 함께 살아가고 싶은 사람을 찾는 내용으로 끝난 것이 시즌 1이었다”며 “하지만 함께 살아갈 누군가를 찾는다고 해도 그 삶을 살아나가는 것은 또 어렵지 않은가. 이번 시즌은 그 이후의 이야기”라고 했다.

배우 송강호는 ‘성난 사람들’ 시즌 2에서 손 떨림 증상으로 의료 실수를 저지르는 성형외과 전문의 ‘김 박사’를 연기한다./넷플릭스

이 때문에 시즌 2에선 다양한 부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중 한 쌍을 윤여정·송강호가 맡았다. 윤여정이 맡은 한국인 억만장자 ‘박 회장’이 소유한 미국의 고급 컨트리 클럽이 드라마의 무대. 송강호는 ‘박 회장’의 두 번째 남편이자 의료 사고를 저지르게 되는 ‘김 박사’ 역할이다. 클럽의 말단 직원 부부(배우 찰스 멜튼·케일리 스페이니)가 총지배인 부부(오스카 아이작·캐리 멀리건)의 충격적인 다툼 현장을 목격하게 되고 이 에피소드가 서로 얽히며 수싸움이 벌어진다. 이 감독은 “두 커플의 대결로 이야기가 진행되긴 하지만 극 중 등장하는 네 부부는 각각 삶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대표한다”며 “사랑과 삶이 여러 단계로 진전하는 이야기를 풀어내려 했다”고 했다.

배우 윤여정과 송강호의 만남이 성사되지 못할 뻔한 뒷이야기도 공개했다. 이 감독은 “사실 송강호 배우는 처음 대본을 보고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인지 모르겠다’며 거절을 했다”며 “그 이야기를 들은 윤여정 선생이 감사하게도 직접 송 배우에게 전화를 걸어 ‘당신은 한국 최고의 배우이니 어떤 역할이든 해낼 수 있다’고 설득해줬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두 배우가 함께 등장하는 장면을 촬영할 당시 자신이 좋아하는 봉준호 감독이 촬영장에 방문했던 이야기도 전하며 “아마 제 커리어의 가장 멋진 순간일 것”이라고도 했다.

'성난 사람들' 시즌 2의 주연 배우들. 왼쪽부터 찰스 멜튼, 캐리 멀리건, 오스카 아이작, 케일리 스페이니./넷플릭스

시즌 2의 한국적 색깔은 주연 배우 찰스 멜튼을 통해서도 구현된다. 극 중 한국계 혼혈인으로 설정된 그는 실제로도 한국인 어머니를 뒀다. 이 감독과 간담회에 나온 멜튼은 “제가 연기한 ‘오스틴’은 한국인들과 가까이 지내며 자신의 뿌리와 정체성을 새로이 탐구해 나가는 인물”이라며 “한국계라는 저의 뿌리와 맞닿은 연기를 보여줄 공간을 마련해 준 이 감독에게 무척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마지막으로 “반도에 있는 작은 나라인 한국이 문화적으로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해냈는지 생각하면 정말 큰 자부심을 느낀다”며 “‘성난 사람들’도 그것을 잇길 바라고 한국 관객들이 자랑스럽게 여겨주면 좋겠다”고 했다.

'성난 사람들'의 각본가이자 연출자 이성진 감독./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