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4년 '타향살이'로 데뷔한 고복수와 '알뜰한 당신'으로 유명한 황금심 부부.

1934년 2월 17일 23세 가수 지망생 고복수(1911~1972)는 ‘천재 가수 선발 대회’에 출전했다. 대회는 콜롬비아레코드 경성 지사와 조선일보 후원으로 장곡천정(현 서울 소공동) 경성공회당에서 열렸다. 전국에서 선발한 남녀 19명이 참가한 대회에서 고복수는 정일경·조금자에 이어 3등을 차지했다. 당선 가수 중 남자로는 유일했다.

오디션 3등 후 4개월 만인 그해 6월 오케레코드에서 데뷔 앨범을 냈다. 김능인 작사·손목인 작곡으로 앞면에 ‘이원애곡’, 뒷면에 ‘타향’을 실었다. 뒷면에 실은 ‘타향’이 크게 히트하면서 앨범은 한 달 만에 5만장이 팔렸다.

1934년 2월 15일자 7면. '천재 가수 선발대회 후보자'. 왼쪽 다섯 번째가 고복수.

노래 ‘타향’은 ‘타향살이 몇 해던가~’로 시작하는 가사 때문에 ‘타향살이’로 더 알려졌다. 만주 공연에서 ‘타향살이’를 부를 때 공연장은 울음바다가 됐다. 언론인 이규태는 ‘이규태 코너’에서 당시 일화를 소개했다.

“그 여세를 몰아 만주 공연을 떠났는데 우리 동포가 많이 사는 용정 공연에서 있었던 일이다. ‘타향살이’ 2절째에서 청중 속에 흐느끼는 소리가 나더니 ‘고향 앞에 버드나무…’에서 모든 청중이 목 놓아 울었고 ‘와도 그만 가도 그만…’ 하는 끝절에선 고복수도 울어 끝을 못 맺고 말았다. 공연 후 30대 한 부인이 찾아와 동래의 자기 고향에 소식 전해 달라 하고 그길로 두만강 지류에 투신 자살했다.”(1999년 1월 12일 자 4면)

이규태 코너. 1999년 1월 12일자 4면.

1935년 ‘사막의 한’, 1936년 ‘짝사랑’이 잇달아 히트했다. ‘알뜰한 당신’ ‘삼다도 소식’을 부른 황금심과 1941년 결혼했다. 6·25 때 북한군에 끌려갔다가 육군 제6사단 제7연대가 대동강 건너 평안남도 순천을 점령할 때 극적으로 구출됐다. (1981년 7월 19일 자 12면)

고복수 납북서 구출한 스토리. 1981년 7월 19일자 12면.

46세 때인 1957년 8월 서울·부산에서 은퇴 공연을 했다. 당시 신문 광고는 “팬이여 안녕!! 무대여 안녕!! 마음은 젊고 몸은 늙고 목소리는 추억(追憶)의 우름(울음)처럼 밉기만 합니다”(1957년 8월 7일자 2면)라고 적었다. 1972년 2월 10일 식도암과 폐농양으로 별세했다.

고복수 은퇴 공연 신문광고. 1957년 8월 7일자 2면.

가요사에 정통한 시인 이동순 영남대 교수는 고복수의 노래를 다음 같이 평했다.

“고복수의 노래는 깊은 밤 강물이 잔잔히 흘러가듯 길게 뽑아내는 유장함과 거기서 묻어나는 한과 애수가 참으로 곡진하다. 그의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곡조 속에 들어있는 슬픔의 정한이 마치 한지에 먹물 배이듯 듣는 이의 가슴 속으로 젖어 들어가 가슴 밑바닥에 침전된 비애를 포근히 감싸준다.”(1998년 2월 25일자 1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