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스티븐 연(왼쪽부터), 맷 데이먼, 벤 애플렉, 카일 챈들러가 함께 등장하는 ‘더 립’의 한 장면./넷플릭스

믿을 만한 이가 의심스럽게 군다. 진실이 보일 때까지 시청자는 눈을 뗄 수 없다. 그가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첩보물 시리즈의 주인공 ‘제이슨 본’이라면 더 그럴 것이다.

할리우드 액션 영화 ‘본’ 시리즈의 ‘제이슨 본’으로 활약한 배우 맷 데이먼이 이번엔 몸을 던지지 않고도 긴장감을 선사한다. 지난달 16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영화 ‘더 립(The Rip)’에서다. 공개 후 2주 연속 넷플릭스 세계 영화 시청 순위 1위에 올랐다.

50대가 된 맷 데이먼(56)과 벤 애플렉(54), 그리고 넷플릭스 시리즈 ‘성난 사람들’로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 등을 휩쓴 한국계 배우 스티븐 연(43)이 한 영화에서 호흡을 맞췄다. 존재만으로도 시선을 집중시키는 출연진에 군더더기 없는 연출이 더해져 호평이 나오고 있다. 90여 국에서 동시 1위에 오르는 등 흥행에도 성공했다.

낡은 주택에서 2000만 달러가 넘는 현금이 발견되며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간다./넷플릭스

영화는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는 동료 사이에서 반나절 동안 벌어진 일을 다룬다. 마이애미 경찰 소속 마약 특수팀이 마약 카르텔이 은닉해 둔 어마어마한 현금을 낡은 주택에서 찾아낸다. 카르텔의 반격이 언제 쏟아질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돈을 세기 시작한다. 돈을 빼돌리려는 내부 부패 팀원을 가려내고 무사히 돈을 압수해야 한다. 팀장 ‘데인’(맷 데이먼)이 수상한 행동을 하고, 데인의 오랜 동료 ‘제이디’(벤 애플렉)와 젊은 팀원 ‘마이크’(스티븐 연)가 반발한다. 마지막 순간까지 누구도 믿을 수 없다.

적은 수의 배우, 최소한의 로케이션, 복잡하지 않은 줄거리로 몰입감을 끝까지 이어간다는 점이 영화의 강점이다. 미국 현지 매체 더 크레딧은 “과잉의 시대에 절제가 돋보이는 영화”라며 “미니멀리즘 스타일의 서스펜스 연출이 잘 드러난다”고 평했다. 주택 내부와 주택 앞 도로, 현금을 운반하는 경찰차 내부 등 제한된 공간만을 활용해 서스펜스를 완성한다. 마지막 전모가 드러나는 경찰차 안 장면은 단순한 연출로 쾌감을 만들어낸다.

'더 립' 촬영 현장의 조 카나한(가운데) 감독./넷플릭스

각본과 연출을 맡은 감독 조 카나한의 방식이다. 그는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영화 세트를 직접 지었고 촬영한 것 중 불필요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36일 만에 촬영했다”고 했다. 그는 친구의 실화를 바탕으로 ‘더 립’의 각본을 썼으며, 제목의 ‘Rip’은 “범죄자 소지품을 경찰이 압수하는 행위”를 뜻한다.

왕년의 스타 맷 데이먼과 벤 애플렉의 신선한 조합 역시 이 영화를 봐야 하는 이유다. 실제 초등학교 시절부터 친구였던 둘은 영화 ‘굿 윌 헌팅’(1997) 등에 함께 출연하기도 했다. ‘더 립’은 범죄 스릴러이지만 아들을 잃은 ‘데인’이 가진 슬픔과 동료 사이의 인간적 감정이 관객을 끌어당긴다. 두 배우의 연륜이 묻어나는 스릴러다. 카나한 감독은 “캐릭터 사이의 관계가 중시되는 1970년대 고전 경찰 스릴러 영화들에서도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더 립'에 등장하는 경찰 탐지견 '윌버'. 경찰견의 방탄복 착용부터 생사 여부까지 살뜰히 챙기는 점도 눈길을 끈다./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