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드센 겨울철이면 더욱 빛나는 우리들의 소울푸드 칼국수. 뜨끈한 국물과 타래 같은 면발을 잘 풀어 후루룩 맛보면 꾸밈없는 단순한 맛이 더 깊게 다가온다. 칼국수는 넓게 펼친 반죽을 홍두깨로 민 뒤 서걱서걱 잘라내 멸치나 닭, 쇠고기, 해물 등으로 만든 육수에 말아낸다. 여기에 매콤하고 시원한 맛의 겉절이를 곁들이면 그야말로 진수성찬 부럽지 않은 완벽한 음식이 완성된다.

칼국수는 역사가 깊다. 조선 시대 가장 오래된 요리책인 ‘규곤시의방’에 따르면 조선 후기 무렵 칼국수의 조상으로 추정되는 절면이라는 음식이 존재했다. 칼로 썰어 면을 만드는 방식의 요리로 칼국수의 기원이다. 조선에서 밀가루는 고급 재료였기에 절면의 면 반죽에는 메밀이 사용됐다. 이후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밀가루를 사용한 국수가 탄생했으나 칼로 썰어 만드는 방식만 같았을 뿐 따로 삶은 면을 육수에 합치는 식이라 지금의 칼국수와는 달랐다. 광복 이후 면을 육수에 한 번만 끓이는 방식으로 제공되기 시작하면서 지금의 칼국수가 완성되었다.

만드는 방식도 참 수수하다. 밀가루 반죽을 밀대로 펴고, 칼로 일정하게 썬다. 그 안엔 하나같이 ‘정성’이라는 재료가 들어간다. 여기에 지역마다 자연환경, 특산물 등의 요소가 녹아들며 무한 변신을 이루어 냈다. 들어가는 국물의 육수 및 재료에 따라 서울·경기 지방의 닭 육수 칼국수부터 콩가루를 더해 노란 빛깔이 도는 경북 지방의 누른 국수, 제주도의 보말 칼국수 등 각양각색의 맛으로 탄생하며 골라 먹는 재미를 더한다.

가장 한국적인 음식이지만 한국인의 눈에만 우수한 건 아니다. 프랑스 미식 기준으로 음식을 평가하는 미쉐린 가이드에도 칼국수집은 매해 빠짐없이 등재된다. 수수한 조리법에 정성을 담아 만드는 깊은 맛, 그 지역 사람들의 일상을 가장 따뜻하게 해주는 대중적 음식이라는 점에서 미쉐린을 사로잡았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음식이 유행처럼 스쳐 지나가도, 칼국수는 여전히 골목 어귀의 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수수한 면과 따뜻한 육수, 겉절이 한 접시. 그것이면 충분하다. 새해에는 모든 어려움이 칼국수 면처럼 술술 풀리길 희망해 본다.

안병익 ‘식신’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