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폭 늘어난 응모작들은 저마다 비평적 열정과 도전적 감수성으로 빛났다. 문학에 대한 진지한 관심과 수행이 K-문학의 질적 도약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며 신인들의 비평적 목소리를 경청했다. ‘애도로서의 삶, 봄밤의 윤리: 백수린론’, ‘장면들의 전개도, 정물화에서 큐비즘으로: 이기리론’, ‘가벼움과 무거움 사이, 치열한 동시대 감각’, ‘잔영과 여음’ 등은 끝까지 잘 읽힌 평문이다.

노벨문학상 효과로 많았던 한강론 중 ‘‘몸 된’ 언어로 부르는 진혼곡’에 눈길이 오래 머물렀다. 한강의 텍스트들을 가로지르며 육화된 기억과 신체화된 언어로 감정 공동체가 빚어지는 양상을 잘 분석했는데, 일부 문장들이 불안정해 보여 안타까웠다. ‘플레로마의 새’는 기품 있는 문장으로 최승자 시 세계를 숙고한 글인데, 비평적 관점의 그물 사이로 빠져나가는 시적 에너지의 잉여를 성찰케 했다. ‘사물의 심연, 혹은 폐허 위에서 추는 객체들의 무도(舞蹈)’는 진중한 발상과 접근으로 눈길을 끌었지만, 제재인 운동화뿐 아니라 그것을 빚어낸 텍스트의 객체 지향 존재론도 함께 고려했더라면 더 좋았겠다.

당선작인 ‘무(無)의 정치, 혀의 신학―김혜순론’은 인문학의 중층적 맥락을 가로지르며 성찰의 복합성을 수행한 글이다. 풀기 어려운 김혜순의 시적 징후의 매듭을 풀어보려는 언어의 공동체가 어떻게 형성될 수 있을지 그 가능 세계에 도전한다. 비평 대상에 이끌리지도 않고 대상을 재단하지도 않는, 비평 주체와 텍스트의 긴장감 넘치는 대화가 어지간하다. 그 비평적 열정과 예지를 헤아리며 당선의 영예를 선사한다. K-문학의 도약으로 비상할 비평적 실천을 예감하며 미리 감사와 축하의 인사를 보낸다.

우찬제·문학비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