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프랑스의 명문 출판사 갈리마르가 창업 100주년을 맞았다. 프랑스 국립도서관은 ‘갈리마르, 1911~2011: 출판의 한 세기’라는 특별전을 열었다. 파리 시청은 출판사가 있는 거리 이름을 기존의 ‘생바스티앙-보탱’에서 ‘가스통 갈리마르’로 바꾸었다.

지난 12일 문학과지성사가 창사 50주년을 맞았다. 김화영 고려대 불문과 명예교수는 50주년 기념식장에서 “앞으로 50년 뒤 문학과지성사의 주소 명칭도 갈리마르처럼 바뀌길 바란다”고 기원했다. 문단에서 ‘문지’로 불리는 이 출판사는 문학의 인문주의를 유난히 강조해왔다. 인문학의 종합성과 다양성을 문학에서 실천하면서 문학 언어의 갱신을 통한 사회 변화를 지향했다.

필자가 한창 싱싱(?)했던 1980년대엔 문학 청년들의 귀감(龜鑑)이 된 명작이 ‘문지’에서 쏟아졌다. 특히 ‘문지 시인 총서’로 나온 시집들은 언어를 통한 시대 정신의 형상화를 형형하게 보여줬다.

70년대 ‘문지’ 1세대에 속하는 정현종 시인은 시 ‘고통의 축제’를 통해 “시간의 뿌리를 뽑으려다 제가 뿌리 뽑히는 아름슬픈 우리들”이라면서 통음(痛飮)의 공동체를 노래했다. ‘아름답고 슬프다’를 합친 조어 ‘아름슬픈’으로 그 고통의 오묘함을 표현했다. 80년대 ‘문지’의 편집 동인이었던 소설가 이인성은 “우리 세대는 매주 술자리에서 열린 ‘고통의 축제’를 통해 많이 떠들고 때로는 서로 생각이 달라 말싸움을 벌이곤 했다”고 회상했다.

‘문지’ 대표를 지낸 김병익 평론가는 건강이 좋지 않아서 기념식장에 나오지 못했다. 모두 안타까워했다. 뒤풀이 행사가 예정됐지만, 필자는 고통의 축제에 동참할 기운이 없어서 조용히 집에 왔다. 아내가 기특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