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쓰오 바쇼 초상화.

17세기 활동한 일본 하이쿠(俳句) 시인 마쓰오 바쇼(松尾芭蕉·1644~1694)는 역사상 일본 최고의 문인 10명 중 하나로 꼽혔다.

2000년 아사히신문이 지난 1000년간 일본 최고의 문인을 묻는 설문에서 6위에 올랐다. 근대 이전 인물은 둘이다. ‘겐지 모노가타리’ 저자 무라사키 시키부(2위)와 함께 선정됐다. 1위 나쓰메 소세키, 3위 시바 료타로, 4위 미야자와 겐지, 5위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순이다.

하이쿠는 일본어 5·7·5 운율 17자를 이용해 압축과 생략의 미학을 추구하는 짧은 정형시다. 바쇼는 여행을 다니며 하이쿠를 짓고 기행문을 남겼다. 일본 도호쿠 지방 등을 다니면서 쓴 ‘오쿠로 가는 좁은 길’은 지금도 일본인이 가장 사랑하는 기행문이다.

2025년 5월 3일자 B11면.

‘글로생활자’를 자처하는 손관승 전 iMBC 대표는 바쇼가 ‘여행하는 시인’이란 점에 주목했다.

“내가 바쇼에게 주목한 것은 그가 여행하는 시인이기 때문이다. 41세에 처음 먼 방랑길을 떠난 바쇼는 죽을 때까지 길 위에서 시를 썼다. 그를 지배한 인생 철학은 ‘일소부재(一所不在)’, 한곳에 오래 머물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찬란하게 지는 벚꽃을 보면 삶의 유한성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삶의 유한성에 힘들어하면서도 “이른 새벽 벚꽃에서 신의 얼굴을 본다” 했던 시인이 바쇼다. 공허함을 넘어선 생명의 위대함에 대한 찬가다.”(2025년 5월 3일자 B11면)

조선일보에 ‘하이쿠로 읽는 일본’을 2023년 12월 21일부터 2025년 7월 24일까지 40회 연재한 정수윤 작가도 바쇼의 ‘여행 하이쿠’를 소개했다.

2025년 2월 27일자 A33면.

재미있겠네

다가오는 올봄도

여행의 하늘

“여행에 죽고 살던 시인 바쇼도 방방곡곡을 걷다 만난 사람들에 대해 썼다. 온천 마을 닛코의 숙소 주인에게는 ‘도대체 어느 부처님이 이 혼탁하고 험난한 세상에 현신하셔서, 거지인지 순례자인지 모를 우리 같은 사람을 도와주시는 것일까 하고 주의 깊게 살펴본즉, 그는 이해타산에 급급하지 않고 오로지 정직하기만 한 사람’이라며 감동한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들뜬 마음을 담아, ‘오모시로야(재미있겠네)’로 시작하는 봄날 여행자의 하이쿠를 지었다. 짐보따리 하나 짊어지고 길 떠난 바쇼도, 이 마을 저 마을이 간직하는 다름을 만끽하는 게 가장 즐거웠으리라.”(2025년 2월 27일 A33면)

최영미 시인은 조선일보 연재 ‘어떤 시’에서 바쇼의 하이쿠 두 수를 인용하고 해설했다.

가는 봄이여

새 울고 물고기의

눈에는 눈물

“바쇼의 글에는 ‘눈물’이 자주 나온다. 눈물이 많아지는 나이 46세에 제자 소라와 함께 에도(도쿄)를 떠난 바쇼는 2400킬로미터 먼 길을 걸어서 여행했다. ‘새 울고’로 자신의 울음을 감추고 얼마나 슬프면 물고기의 눈에서 눈물을 보았을까.”

조용함이여

바위에 스며드는

매미 울음 소리

“얼마나 조용하면 바위에 스며드는 매미의 울음이 들렸을까. 정적이 감도는 산사에 이르러 그가 읊은 ‘바위에 스며드는 매미 소리’ 덕분에 유명해진 류사쿠 사에는 바쇼의 흔적을 찾아오는 관광객이 1년에 백만명이라니. 일본인들이 얼마나 하이쿠를 사랑하는지.”(2023년 5월 29일자 A30면)

2023년 5월 29일자 A30면

1998년 김정례 전남대 교수가 옮겨 첫 권이 나온 ‘바쇼의 하이쿠 기행’은 2008년 전3권으로 출간됐다. 바쇼는 죽음을 각오하고 떠난 여행에 결연한 각오를 나타낸다.

들판의 해골로

뒹굴리라 마음에 찬 바람

살 에는 몸

바쇼는 결국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병석에 누워 마지막 시를 제자에게 써보내고 ‘들판 저편’으로 사라졌다.

2008년 4월 5일자 D5면.

여행길에 병드니

황량한 들판 저편을

꿈은 헤매는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