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배우 이순재가 91세를 일기로 별세한 가운데 예능 ‘꽃보다 할배’를 함께한 주역들도 애통한 심경을 전했다.
‘꽃할배’ 막내 동생 백일섭은 25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인의 빈소를 조문했다.
백일섭은 “돌아가실 정도는 아니었는데... (소식을 듣고) 하루 종일 소화가 안 된다. 50년을 가깝게 지냈다. 눈물 날 것 같다”며 “왜 얘기도 없이 빨리 가나. 우리끼리 ‘95세까지만 연기하자. 살기는 100세까지 살고. 그때까지 나도 같이 할 테니까’ 했는데 약속 못 지키고 가셨다”고 말했다.
백일섭은 “거기 가면 고스톱 칠 사람도 있을 거고, 편하게 가세요. 고스톱 좋아하시니까”라며 고인에게 인사를 남겼다.
배우 박근형은 이날 오랜 시간 빈소에 머물며 고인을 배웅했다. 그는 일간스포츠에 “‘꽃보다 할배’ 할 때가 가장 많이 생각난다. 선생님은 언제나 일찍 일어나서 깨우고, 일찍 주무셨다. 항상 리더였고 평생을 그렇게 부지런하게 사셨다”고 했다. 골프 예능 ‘그랜파’를 할 땐 취침 시간에도 계속 연극 ‘리어왕’ 대사를 외웠다고 한다. 그는 “‘일을 좀 적게 하시는 건 어떻냐’고 했는데 ‘아니야, 이건 내가 꼭 해야 돼, 하고 싶었던 거야’라고 했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연극에 대한 열정이 더 생기신 것 같다”고 했다.
박근형은 “맨날 ‘내 라이벌은 이순재야’라고 버릇처럼 농담하고 그랬는데, 이제 진짜 앞에 안 계시네. 이제 누구를 라이벌로 하나? 형님. 너무 열심히 하시지 마시고, 좀 쉬세요. 편안하게 쉬시길 바라겠습니다”라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꽃할배’를 비롯해 고인과 2014년 연극 ‘황금연못’, 2017년 ‘앙리 할아버지와 나’에 함께 출연한 배우 신구는 연합뉴스에 “연예계에 아주 필요한 분이고, 더 계셔야 할 분인데 아쉽고 안타깝다. 슬프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여행도 같이 했었는데 자상했던 모습으로 기억한다”고 회상했다.
고인은 2013년 나영석 PD가 연출한 tvN 여행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에 출연해 50년 지기 신구, 박근형, 백일섭과 유럽을 배낭여행했다. 늘 호기심 많고 공부하는 모습과 맏형으로서 동생들을 챙기는 책임감 있는 모습으로 찬사를 받았다. 80세가 넘는 나이에도 젊은이 못지않은 적극적인 모습에 ‘직진순재’라는 별명도 붙었다. 첫 시즌이 흥행하면서 ‘꽃보다 할배’는 2014년 스페인 편, 2015년 그리스 편, 2018년 동유럽 편까지 시리즈를 이어갔다.
이순재는 25일 새벽 영면했다. 그는 1934년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났다. 대학 시절 영화에 빠지면서 연기의 길을 택했고, 1956년 연극 ‘지평선 넘어’로 데뷔했다. 1965년 TBC 1기 전속 배우가 됐고 140편 넘는 드라마, 영화, 연극에 출연하며 한국 대중문화의 한 축을 세웠다. 작년 드라마 ‘개소리’를 통해 KBS 연기대상을 받으며 역대 최고령 대상 수상자가 됐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0호실이며, 발인은 27일 오전 6시 20분이다. 장지는 이천 에덴낙원이다. 한국방송대중예술인단체연합회는 KBS 본관과 별관에 추모 공간을 마련해 30일까지 누구나 조문할 수 있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