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스 김성재.

“엄마, 나 잘해냈어. 내일 아침 일찍 갈게. 내일이면 엄마가 만들어주는 김치랑 밥 먹을 수 있어. 와아, 빨리 먹고 싶다.”

1995년 11월 19일 저녁 인기 그룹 ‘듀스’의 전 멤버 김성재(1972~1995)는 TV 음악 방송을 마치고 어머니와 통화했다. 그룹 해체 후 노래 ‘말하자면’으로 솔로 데뷔하고 처음 출연한 음악 방송이었다. 김성재는 이튿날 집에 가지 못했다. 서울 은평구 한 호텔 45평 스위트룸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김씨의 오른쪽 팔에서 28곳의 주사 바늘 자국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약물 과다 복용이 사인이라는 결론이었다. 오른손잡이인 김성재가 오른팔에 28번이나 주사를 놓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타살 의혹이 제기됐다.

김성재 타살 의혹. 1995년 12월 7일자.

서울지검 서부지청은 전면 재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김씨를 정밀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김씨의 사인은 약물 중독이며 타살 가능성이 있다고 회신해 온 데다, 김씨 가족들이 김씨가 타살됐다며 서울지검 서부지청에 살인 혐의에 관한 수사 요망 및 출국 금지 요청서를 제출, 재수사키로 했다”고 밝혔다.(1995년 12월 6일 자 39면)

당시 호텔에 함께 있던 이들은 미국인 남녀 댄서 2명, 한국 댄싱팀 4명, 김성재의 애인 A씨와 매니저 B씨였다. 외부 침입 흔적은 없었다.

애인 A씨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됐다. 검찰은 A씨를 “김씨의 팔뚝에 동물용 수면제 졸라제팜 1대를 주사해 잠들게 한 뒤 다시 황산마그네슘 용액을 투여했다”는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은 A씨가 사건 직전 동물 병원에서 해당 약물을 구입한 사실을 확인했다.

A씨는 혐의를 부인했다. A씨는 “졸라제팜은 애견을 안락사시키기 위한 것이었고, 다음 날 아파트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주장했다.

1997년 12월 19일자.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심에선 판결이 뒤집혔다. 재판부는 “합리적 의심이 들지 않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없다” “사고사나 제3자의 범행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검찰이 주장하는 살해 장소, 살해 방법 등도 부자연스럽다”고 밝혔다. A씨는 무죄가 확정됐다. 김성재 사망은 미제(未濟) 사건으로 남게 됐다.

김성재는 1993년 고교 동창 이현도와 함께 힙합 그룹 ‘듀스’로 데뷔했다. 듀스는 세련된 힙합 음악으로 2년간 낸 앨범 4장이 330만장 팔리며 큰 인기를 끌었다. 팀에서 이현도는 주로 음악 작곡을 맡았다. 김성재는 패션 감각과 춤 실력이 뛰어났다. 둘 사이가 나쁘지는 않았다. 팀 해체 후 김성재 솔로 앨범 제작을 이현도가 맡았다. 이현도는 1997년 3월 김성재가 녹음했던 미발표 작품에 자신의 목소리를 입혀 듀엣처럼 부른 신곡을 냈다.(1997년 3월 1일 자 18면)

9월7일 오후 서울 마포구 구름아래소극장에서 열린 그룹 듀스의 멤버 故 김성재 아바타 기자간담회에서 고인의 모친 육미영 여사와 동생 김성욱씨가 아바타 영상을 보고 있다. 2022.9.7/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동생 김성욱은 1997년 11월 솔로 가수로 데뷔했다. 김성재 스타일의 곡을 담은 앨범이 2주 만에 15만장 팔리며 인기를 얻는 듯했지만 더 뻗어나가진 못했다.

2022년 9월 TV조선 프로그램 ‘아바 드림’은 김성재를 AI 기술로 불러냈다. 마지막 방송을 하던 모습으로 부활한 김성재는 어머니와 동생에게 말했다.

“안녕? 안녕? 엄마, 성욱아 잘 지냈지? 많이 기다렸어요. 엄마와 성욱이 그리고 나. 셋이 완전체로 모이는 날을. 지금 꿈꾸고 있는 거 같아요. 다들 그렇겠죠?”(2022년 9월 8일 자 A2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