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콘텐츠진흥원 지난달 ‘뮤콘’ 연사로 참석한 토마스 골루비치.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재키, 라이(Rhy), 아월(Our R), Gwac, 드링킹소년소녀합창단, 쿤디 판다….”

최근 서울 용산에서 만난 미국 음악감독 토마스 골루비치는 한국 인디 뮤지션 이름을 줄줄 외고 있었다. “한국어를 못 해 가사 뜻은 모르지만, 최근 작업 중인 애플TV 드라마 ‘플루리버스(Pluribus)’에 음악을 써보고 싶어 휴대전화에 적어둔 이름들”이라고 했다. 그가 이들을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에서 찾아낸 검색 키워드는 ‘뮤콘(Mucon)’.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세계 거물급 콘텐츠 구매자들을 초청, 매년 다양한 뮤지션 공연을 소개하는 행사다. 토마스도 올해 이 행사 주요 연사로 참가했다.

토마스에게 선택받는 노래는 OTT 업계에서 ‘미래의 글로벌 히트곡’으로 여겨진다. 그의 정확한 직책명은 ‘뮤직 수퍼바이저’. 드라마나 영화의 시나리오 단계부터 작품 전체의 음악 분위기를 설정하고, OST(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저작권 관리에도 적극 관여한다. ‘브레이킹 배드’ ‘워킹 데드’ ‘베터 콜 사울’ 등 유명 드라마 음악이 그의 선택을 받아 발굴됐다. 2017·2019·2020·2022년 네 차례에 걸쳐 에미상 최우수 음악 감독상 후보에도 올랐다.

이런 그가 한국 인디 뮤지션을 주목하고 있다. 토마스는 “수많은 사람이 극장에서 ‘케이팝 데몬헌터스’에 나온 노래를 따라 부르는 걸 보면서 K팝의 진정한 꽃이 피고 있다고 느꼈다”고 했다. 하지만 그것만이 한국 음악에 관심을 가진 유일한 이유는 아니었다. 그는 “나처럼 평소 팝보다 얼터너티브 같은 개성적인 장르 음악을 선호하는 제작자에게도 한국은 역동적인 목소리를 가진 나라”라고 했다. 영상 속 등장인물들 성격에 맞춘 다양한 믹스테이프를 만들며 작업 영감을 받는다는 그는 “2000년대 초반 한국 영화에 푹 빠져 살았”을 정도로 한국 콘텐츠에 관심이 높았다. 그 스스로 생각하는 “현존 최고의 제작자”는 “박찬욱 감독”. 토마스는 “과거 선댄스 영화제에서 ‘올드보이’가 처음 상영됐을 때 박 감독을 잠깐 본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며 “같이 일할 수 있으면 큰 영광일 것”이라고 했다.

토마스는 이날 한국 음악의 현실적인 강점으로 “아직까진 발굴이 덜 됐고, 비용이 저렴하다”는 점을 꼽았다. 해결해야 할 과제로는 “언어, 시차 등으로 세계 제작자들과 즉각적인 소통이 쉽지 않고, K팝 댄스곡에 다양한 국적의 작곡자들이 너무 많이 참여해 저작권 문제 해소가 쉽지 않다”는 점을 사례로 들었다. 미국 음악감독협회(Guild of Music Supervisor) 창립 멤버이자 회장을 역임한 그는 “밀물이 오면 모든 배가 떠오른다(A rising tide lifts all boats)”는 영어 격언을 들며 “꼭 케데헌 같은 방식일 필요는 없다. 이 시기를 발판 삼아 한국이 여러 콘텐츠를 연료처럼 쌓아 갔으면 한다. 세계 제작자들은 지금 다양한 한국 음악을 주시하고 있다”는 조언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