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주 ‘오목한 눈물-볼록한 용기’(2025) 중 ‘볼록한 용기’(200x300cm). 다른 그림과 달리 배경을 캔버스 밖으로 확장하고 인물을 바깥으로 내놨다./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자르고 기울인 캔버스, 신체의 일부만 보이는 인물, 막에 가려진 아리송한 뒷모습…. 전시 마지막 작품을 빼면 대상을 온전히 열어 보이는 그림이 없다. 자르고 가리고 비껴볼 수밖에 없는 불편한 것에 대한 시선이다.

서울 종로구 아라리오갤러리에서 10월 9일까지 이진주 홍익대 동양화과 교수의 개인전 ‘불연속연속’이 열리고 있다. 동양화의 세밀한 필치로 정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동시에 파격을 시도하는 작가. 여백만큼 캔버스를 잘라내 버리는 ‘셰입드(Shaped) 캔버스’ 연작, 인체 일부만 그리고 주변을 짙은 검정으로 칠한 ‘블랙 페인팅’, 캔버스를 접고 기울인 ‘입체 회화’ 등 54점이 나왔다.

이진주 ‘오목한 눈물-볼록한 용기’(2025) 중 ‘오목한 눈물’(200x300cm)./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잘라내고 가리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입과 눈이 막힌 얼굴, 무거운 바위와 함께 배치된 인물 등 불편하고 갑갑한 상태가 그림에 나타난다. ‘유폐’의 고통이 작품을 읽는 키워드다. 전시장에서 만난 이진주 작가는 “다섯 살 때 납치를 당했다가 스스로 탈출한 적이 있는데 가족에게도 말하지 않은 채 성인이 됐다”며 “20대가 되고 난 뒤 집요하게 떠오르는 그 기억을 마주하게 됐고 제 작업의 중요한 부분이 됐다”고 했다. 관객의 공감으로도 나아간다. “우리는 각자 유폐시킨 것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잘라내거나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게 아니에요. 존재하고 있지만 말하지 않을 뿐이죠.”

마지막에 전시된 그림 ‘오목한 눈물-볼록한 용기’는 나의 일부를 정면으로 바라보려는 눈물겨운 “용기”다. 두 그림이 한 쌍인 이 작품 중 ‘볼록한 용기’는 캔버스를 자르지 않고 배경이 바깥으로 확장된다. 가운데 정면으로 앉은 인물이 세상에 몸을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