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고윤정(29)의 이름을 들었을 때 갸웃하는 이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이, 그 사람!’이라며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6년 전 데뷔 무렵부터 프로필 사진 한 장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완벽하게 빚은 듯한 얼굴에 커다란 눈, 속이 비칠 듯 투명한 피부 등으로 ‘사람이다’ ‘AI 창작물이다’ 논란이 일었다.
그가 등장하는 드라마·영화는 연기력보다는 미모에 집중하는 평으로 가득했다. 2019년 드라마 ‘사이코메트리 그녀석’으로 데뷔한 뒤 ‘스위트홈’(2020), ‘로스쿨’(2021), ‘환혼: 빛과 그림자’(2022) 등을 통해 차분히 이력을 쌓아갔다.
‘AI 미모’지만 연기엔 인간미가 넘쳐흐른다. 대표작이 각종 화제성 조사 1위를 기록하며 18일 종영한 tvN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 ‘슬기로운 의사 생활’의 스핀오프 드라마로 지난해 의료 파업 사태로 방영이 1년간 미뤄졌던 작품이다. 고윤정은 종로 율제병원이라는 가상 병원의 산부인과 레지던트 1년 차로 매사 간절함도 끈기도 참을성도 없는 캐릭터로 좌충우돌하다 책임감과 직업 의식에 눈을 뜨는 캐릭터 오이영을 맡았다.
새벽부터 일하면서 멍하거나 뚱한 표정으로 차트를 보며 응대하기 일쑤였던 고윤정은 떡진 머리에 대충 핀을 꼽고, 안경을 씌워도 ‘AI 미모’ 그대로지만, 눈빛부터 손가락 제스처까지 화면 흡입력이 상당했다. 샌드위치를 입에 대충 우겨넣느라 소스를 잔뜩 묻히고, 게장을 몰래 먹으려 티 나지 않게 다리만 일부 잘라 쪽쪽 빨아먹는 모습은 그처럼 현실감 있게 표현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자리에서도 그의 모습은 드라마와 별반 다를 바 없었다. 입을 열기 전까진 AI 인물을 3D로 빚어놓은 듯했지만, 껄껄거리며 웃거나 “슬기로운 의사생활 유니버스에 들어온 것 같아 가슴이 웅장해집니다”라면서 손을 커다랗게 펼쳐 보이거나, 이야기하다 갑자기 날파리를 잡는 모습은 극중 오이영 그 자체였다.
이런 반전 매력에 최근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발표한 TV-OTT 통합 화제성 순위 인물에서 4주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이번 드라마는 1년 차 레지던트들의 성장뿐만 아니라 ‘배우 고윤정’의 연기자로서의 성장 드라마이기도 했다. 고윤정은 “나도 데뷔 초반 연기자가 될 수 있을까 수없이 고민했다”면서 “드라마에서 동기들의 끈끈함이 굉장히 서로의 성장 바탕이 되는 것처럼 나도 동료들의 격려 덕에 견딜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회 초년생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물었더니 “초년생일 때 못하는 게 낫지 나중에 못하는 게 밝혀지면 더 나쁜 것 아니겠냐”면서 껄껄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