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도시 파주에 산 지 10년. 이곳에선 아이들에게 독서 마라톤 참가를 독려하는 것이 일상이다. 파주시는 2007년부터 독서 마라톤을 시작했다. 시내 도서관 홈페이지에 그간 읽은 책의 내용을 독서 일기장처럼 인증하면 1쪽을 1미터로 환산해 기록증을 준다. 다른 지역 분들도 참가할 수 있다. 나무늘보 코스(1500쪽)부터 풀 코스(4만2195쪽)까지 완주 코스와 추천 도서 목록도 다양하다. 완주하면 관내 도서관에서 기념 배지, 지역 서점 할인권 등을 받는다. 배지는 그해에 해당하는 십이지 동물 모양이다.
참가자 모두가 염원하는 건 따로 있다. 그해의 우수 독후감으로 선정돼 책으로 실리는 것. 나 역시 감사하게도 2022년부터 3년 연속 우수 독후감에 선정됐다. 선정 첫해에는 온전히 나의 독후감으로만 구성된 책을 선물받았고, 파주중앙도서관에도 한 권이 전시됐다. 이듬해엔 나를 포함해 24명의 우수 독후감을 모은 합본집이 발행됐다. 돈이 되는 할인권보다 내 글이 실린 책이 주는 만족감과 수상의 영예가 더 달콤했다.
파주 아이들은 학년 초 학교에서 독서 기록장을 받고, 학년 말까지 독후감을 적어 담임 선생님에게 제출하면 완주 인증서와 메달을 받는다. 독서 마라톤 참가가 파주 지역 학교의 의무는 아니다. 온갖 당근으로 아이들을 독려해도 매년 한 반에서 나오는 완주자는 2~3명뿐이다. 하지만 완주 여부와 상관없이 아이들이 초등 6년 내내 독서 마라톤을 따라 달리는 모습을 보는 게 즐거워서 부모들도 함께 뛰겠단 마음을 먹게 된다.
청소년 책 수준이 상당히 높아 놀랐다. 어떤 코스는 어른도 만만히 볼 게 아니었다. 처음 도전한 코스는 거북이 코스(5000쪽). 200쪽가량 책 25권을 읽으면 완주한다. 한 달로 환산하면 2권 남짓이니 쉽겠구나 했는데, 독서 근육이 붙기 전까진 완주가 상당히 어려웠다. 그래도 꾸준히 달리니 2024년 어느새 단축 코스(1만쪽)도 완주했다. 연간 45권 분량이다.
코로나 이후 취미로 달리기 하는 분이 많아졌다. 몸 달리기도 즐겁지만 독서 달리기도 그 못지않다. 날씨 영향도 안 받는다. 게다가 완주 인증서와 배지 등 우수자 시상까지 있으니, 함께 달려보시면 어떠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