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 틀 때까지 연습했다. 난생 처음 도전하는 탭댄스에 발뒤꿈치는 피로 물들어 있었다. 이번 시즌 최강의 실력자들만 모였다며 ‘트롯 어벤져스’라고 불린 네 남자. ‘현역부X’로 도전해 마스터 예심 진(眞)에 오른 손빈아(33)를 비롯해, 데뷔 22년차 트로트 신동 출신 김용빈(33), ‘미스터트롯2’ 9위에 올랐던 추혁진(33), 2000년대를 풍미한 가수 모세에서 트로트 가수로 변신한 춘길(45·본명 김종범)까지 존재 자체가 ‘도전의 아이콘’이 된 그들이었다.
경연이 끝난 뒤 마스터석과 객석은 환호로 가득했지만, 결과를 확인한 네 남자의 눈은 어느새 눈물로 얼룩져 있었다. ‘도전하는 삶’이란 게 무엇인지 다시 보여준 짧은 인간 극장이었다.
지난 16일 방송된 ‘미스터트롯3’ 4회 본선 1차전 장르별 팀배틀에서 ‘현역부 2조’로 배정된 일명 ‘트롯 어벤져스’가 역시 마스터 예심 전원 올하트로 본선에 오른 ‘현역부 3조’(무룡·고정우·오강혁·김지훈)를 14대 3으로 누르고 전원 다음 라운드로 직행했다.
현역부 자존심 대결로 화제가 된 이날 팀 데스매치를 비롯해 장르별 팀 배틀 결과가 모두 공개된 이날 시청률은 11.9%(닐슨 전국 유료 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 행진을 이어갔다. 최고 13.9%까지 올랐다.
현역부 2조와 3조가 대결한 장르는 ‘번안 트로트’. 2조가 먼저 선보인 노래는 ‘트로트 가수의 전설’ 현인(1919~2002)의 ‘꿈속의 사랑’. 1942년 중국영화 ost인 ‘몽중인’이 원곡이었다. ‘사랑해선 안될 사람을 사랑하는 죄이라서~ 말 못 하는 내 가슴은 이 밤도 울어야 하나~’ 등의 가사로 현인 특유의 스타카토 창법으로 더 잘알려진 노래다. 대중에 익숙한 만큼 원곡의 분위기를 살리며 재해석해 내는 것이 관건. 마스터 예심 진 출신 손빈아가 구성한 ‘트롯 어벤져스’였지만, 음악 감독을 중심으로 한 중간 점검에선 혹독한 평가를 들어야 했다. “잠은 죽어서 자는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들었다.
하지만 이 네 남자는 주저 앉지 않았다. 탈출구는 노력 뿐이었다.
암전된 무대를 밝히는 핀 조명이 켜지고, 관객의 시선은 조명 끝이 향하는 손빈아에게 고정됐다. 느린 멜로디에 감정을 담담하게 실어내려간 솔로 무대 뒤에 펼쳐진 어벤저스 완전체의 등장. 마이크는 축하 공연 느낌을 자아낸 춘길의 고음 퍼포먼스를 거쳐 화음으로 이어졌다.
현인의 원래 특기였던 재즈 풍의 느낌으로 재해석된 이 곡이 트로트의 빛을 발한 건 김용빈이 나서면서.
‘사랑 애달픈 내 사랑아, 어이 맺은 하룻밤의 꿈 다시 못 볼 꿈이라면, 차라리 눈을 감고 뜨지 말것을...’
가사가 입을 떠나는 순간 22년간 축적된 트로트의 맛이 한꺼번에 터져나왔다. 특유의 눈웃음은 입 끝의 보조개까지 만들어내며 애절한 듯 화사하게 번져 나갔다.
손빈아와 함께 미스터트롯 1·2·3에 모두 도전한 ‘성장의 아이콘’ 추혁진의 묵직한 발성까지 더해지면서, 네 남성이 뿜어내는 소리의 정교한 합은 씨줄 날줄 같이 엮여 단단하고 탄탄하게 무대를 지배했다.
각자의 매력을 적절히 보여줬다고 생각한 순간, 다시 암전. 탭댄스의 향연이었다. 소리로 맞추던 화음은 발로도 이어졌다.
마스터석에선 기립 박수가 터져나왔다. 마스터 장윤정은 “탭 댄스가 이 무대에서 이질감이 들거나 연결이 끊겨들리지 않았다”면서 “빈아씨가 영리하게 선택했고, 춘길씨는 갖고 놀 수 있는 장르를 맡아 불러 편안하게 잘 불렀다”고 말했다. 또 김용빈을 향해 “부끄러운 듯한 수줍은 발걸음에도 불구하고 노래 실력이 완벽해서 확실하게 본인의 존재감을 보여준 무대”라고 추켜 세웠다.
마스터와 객석의 환호에 손빈아가 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커다랗고 순한 눈매에서 눈물이 폭포처럼 흘러내렸다. 다른 이들의 눈가에도 그렁그렁눈물이 맺힌 듯했다. 팀을 이끌어간 손빈아가 마음 껏 울 수 있도록 애써 눈물을 참아내는 듯한 모습이었다.
춘길은 “다른 참가자들 사이에서 강력하게 승자가 될 거란 예측이 있었던 만큼 압박감과 부담감이 있었다”면서 “안 해보던 걸 새벽까지 연습하고 경연 며칠 앞두고 다들 아팠다”고 말했다. 방송에는 노래는 물론 탭댄스까지 연습하느라 연습실에서도, 집에서까지도 밤샘 하는 모습이 등장했다. 손빈아의 흰 양말은 뒷꿈치 상처로 벌겋게 물들기도 했다.
자신의 옆에서 눈물을 한 껏 흘리는 손빈아를 눈빛으로 다독이던 김용빈에게 마스터 이은지는 “오늘 유독 행복해 보였다”고 말했다. 김용빈은 “늘 (무대를) 혼자 하다가 같이 하는 게 처음이어서, 든든한 마음이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팀 전을 통해 나누게 된 동료애와 끈끈한 정을 단번에 정리해 준 말이었다. 행복하다는 김용빈의 얼굴이 정말 행복해 보여서 오히려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기도 했다.
현역부 3조는 나미의 ‘슬픈 인연’을 시도했지만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고 했다”는 평을 들으며 현역부 2조에 승리를 내어줘야 했다.
현역부2조의 완성도는 팀 미션 선(善)과 미(美) 모두를 배출하게 했다. 자신의 아버지 이름을 딴 ‘춘길’로 새로운 출발을 선언한 춘길이 선을, 현역부2조를 이끈 손빈아가 미를 차지했다. 진은 지난 회차에서 한편의 ‘국악 뮤지컬’로 예술성있는 무대를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은 대학부의 최재명이 차지했다.
이날 팀 데스매치를 비롯해 이지훈·이정 등 기성 가수와 성악 전공자 등으로 구성된 ‘타장르부’, 복근으로도 노래한 ‘얼천부(얼굴천재부)’와 실력을 웃음으로 버무린 김홍남 등의 ‘천반부’가 합친 ‘얼만부’ 등이 승리하며 다음 라운드 진출을 확정했다.
직장부 박지후, 유소년부 2조 유지우, 현역부 3조 무룡, 고정우, 현역부 1조 옥샘, 박광현, OB부 박경덕이 추가 합격자로 살아남아, 마스터 예심을 뚫고 본선 1차에 오른 54팀 가운데 장르별 팀 배틀에서 살아남아 다음 라운드로 진출한 팀은 총 34팀으로 확정됐다.
이날 처음으로 공개된 온라인 응원 투표 1위는 김용빈이, 2위 남승민 3위 박지후 4위 추혁진 5위 손빈아 6위 최재명 7위 춘길 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