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디자이너 랄프 로렌(86)이 4일(현지시각) 미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대통령 자유의 메달(Presidential Medal of Freedom)’을 받았다. 1963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이 훈장을 제정한 이후 패션 디자이너로는 최초다. ‘대통령 자유의 메달’은 미국의 번영, 가치, 국가 안보, 세계 평화 등에 기여한 인물에 수여된다. 미국 목사이자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흑인 여성 최초로 미(美) 동전에 새겨진 인권운동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 마야 안젤루,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마더 테레사 수녀, 최근에는 미국의 전설적인 여성 테니스 스타 빌리 진 킹과 미국 올림픽 기계 체조 금메달리스트 시몬 바일스와 같은 다양한 분야의 영향력 있는 인물들에게 수여됐다.
1967년 랄프 로렌 브랜드를 세운 이후 60년 가까이 미국 패션의 아버지로 불린 랄프 로렌은 미국 스타일을 정의하는 대명사로 통했다. 가난한 이민자의 아들에서 자수성가한 사업가이자 패션 디자이너, 자선사업가로 우뚝 솟았다. 디자인을 정식으로 배운 적은 없지만 타고난 스타일 감각으로 넥타이 디자인에서부터 시작해 남성복, 여성복, 아동의류, 홈 컬렉션, 레스토랑 등으로 확장하며 ‘미국적’ 스타일을 재정의했다. 미국 패션협회(CFDA) 최초이자 유일하게 ‘올해의 남성복 디자이너’ ‘올해의 여성복 디자이너’ ‘올해의 디자이너’ ‘평생 공로상’을 거머쥔 주역이었다. 배우 오드리 헵번(1929~1993)은 1992년 CFDA 평생 공로상을 시상하는 자리에서 랄프 로렌에 대해 “패션과 스타일에 대한 총체적인 개념을 창조했을 뿐만 아니라 일관성과 성실함으로 그것을 지켜왔고, 항상 우리에게 인생에서 가장 좋은 것을 상기시켜줬다”고 소개했다.
2006년 미 뉴욕타임스는 랄프 로렌의 이름을 따서 ‘자수성가한’을 대신하는 형용사로 ‘베리 랄프 로렌(very Ralph Lauren)’이란 조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랄프 로렌은 암 퇴치와 관련된 활동 역시 활발히 펼치고 있다. 미 월스트리트 저널은 “랄프 로렌 코퍼레이션 재단을 통해 미국은 물론 유럽 등지에 암센터를 세워 소외된 이들 등을 위해 지원하는 등 암 치료에서의 불균형을 해소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랄프 로렌은 디자이너와 자선가 등 다방면의 활동을 통해 여러 권위 있는 상을 받은 바 있다. 지난 2014년 미국 국가의 근간이 된 1812년 전투에 등장한 초기 성조기 복원과 보존에 기여한 공로로 미 스미스소니언 협회가 수여하는 ‘제임스 스미슨 바이센테니얼 메달(James Smithson Bicentennial Medal)’을 받았다. 1965년 제정된 이 상은 예술, 과학, 역사, 교육, 기술에 탁월한 공헌을 한 사람들에게 수여한다. 또 프랑스 정부로부터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고, 미국 디자이너로서 최초로 ‘영국 연방 기사 훈장(KBE)’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