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54)이 소설 ‘희랍어 시간’의 일부를 한국어로 낭독하자 객석 사방에서 사람들이 휴대전화를 꺼내 들어 동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행사 중 촬영 금지’라는 공지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어두운 객석 곳곳에서 불빛이 반짝였다.
12일 오후 7시(현지 시각) 스웨덴 스톡홀름 왕립 드라마 극장(Kungliga Dramatiska Teatern). 한강의 ‘노벨 위크(Nobel Week)’ 마지막 공식 일정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관례로 이곳에서 낭독 행사를 한다. 1~4층까지 총 700석 객석이 가득 찼다. 표는 일찌감치 전석 매진됐다.
스웨덴 현지에서 한강의 인기는 뜨겁다. 극장을 찾은 휴 헤인(33)씨는 “어렵게 딱 한 표를 구했다. 굉장히 기대하고 있다. 책 좀 읽는다는 사람 중에서 한강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올해 3월 스웨덴에서 출간된 ‘작별하지 않는다’는 스웨덴 대형 서점 체인 ‘애드리브리스’ 올해의 소설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 소설 10편이 경합 중이다.
이날 행사에선 배우들이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흰’ 등을 스웨덴어로 낭독했다. 작가 겸 저널리스트 유키코 듀크가 진행자로 나서 한강과 이야기를 나눴다. 통역과 함께 자리한 한강은 영어 또는 한국어로 질문에 답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계엄 정국에 한국을 떠나는 것이 끔찍했을 것 같다”는 질문을 받자 한강은 “5일에 출국했는데…” 답을 하려다 “그건 그렇고 굿 이브닝(anyways, good evening)”이라고 인사를 건넸다. 긴장이 풀어진 객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그는 “노벨 기간에 너무 많은 일을 해야 하고 제대로 뉴스를 보지 못해서 상황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면서도 “시민들이 보여주는 어떤 진심과 용기 때문에 많이 감동했다. 그래서 이 상황이 끔찍하다고만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한강의 ‘희랍어 시간’ 낭독이 끝나고 약 2분간 박수가 이어졌다. 관객은 한동안 자리를 뜨지 않았다. 한 무리의 사람들은 무대 앞으로 몰려가 사진을 찍고 사인을 요청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