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한강이 작년 11월 서울 양천구 한국방송회관에서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작가 한강이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과거 한강이 인터뷰에서 추천한 노래도 재조명되고 있다.

한강은 2021년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출간 후 출판사 문학동네 공식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집필 당시 들었다”며 ‘곁에 있어 준 노래’들을 소개했다. 당시 한강은 “평소에 노래를 많이 듣는 편”이라며 “글을 쓸 때 음악을 듣는 방식은 그때그때 다른데, 조용히 다듬기도 하고, 귀가 떨어질 것처럼 음악을 크게 틀어 잡념을 사라지게도 한다”고 했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 4·3의 비극을 세 여성의 시선을 풀어낸 한강의 가장 최근 작품이다. 한강은 이 작품으로 작년 프랑스 메디치 외국 문학상을, 올해 초에는 프랑스 에밀 기메 아시아문학상을 각각 받았다. 한강은 눈 내리는 벌판에 검은 통나무가 묘비처럼 심겨 있는 꿈을 꾼 뒤, 제주에서 월세를 얻어 살 때 주인집 할머니가 들려줬던 학살에 관한 이야기를 연결했다고 한다.

한강은 ‘작별하지 않는다’ 초고를 쓴 뒤 국내 남매 듀오 악뮤의 노래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를 듣고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초고를 다 쓰고서 택시를 탔는데 이 노래가 나오고 있었다”며 “아는 노래고 유명한 노래지, 하고 듣는데 마지막 부분 가사가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한강에게 와닿은 가사는 ‘어떻게 내가 어떻게 너를 이후에 우리 바다처럼 깊은 사랑이 다 마를 때까지 기다리는 게 이별일 텐데’ 부분이다. 한강은 “바다가 다 마르는 건 불가능한데 그런 이미지가 떠올랐다”며 “갑자기 사연 있는 사람처럼 택시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던 기억이 있다”고 했다.

한강은 ‘음악에 영감을 받을 때가 있냐’는 질문에 “소설을 쓸 때 이미지가 중요하다”며 “시각적인 이미지뿐 아니라 바람 소리 같은 장면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음악이 가진 정서가 있는데, 그 정서가 ‘그래, 나 이것 쓰고 싶었어’라고 문득 깨닫게 한다”고 했다.

작가 한강이 출판사 문학동네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남매 듀오 악뮤의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 노래를 소개하고 있다. /문학동네 유튜브

한강은 소설의 배경이 되는 제주를 떠올리기 위해 들었던 노래로는 조동익의 ‘룰라비’(Lullaby)를 소개했다. 한강은 “제주 자연의 소리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며 “제주의 바람이 불고 있으면 했기 때문에 쉴 때 이 음반을 틀어놓고 있으면 제주에 간 것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한강은 안드라 레이의 ‘라이즈 업(Rise Up)’도 소설 집필 당시 영감을 준 노래라고 밝혔다. 한강은 “가사가 ‘통증에도 불구하고 일어날 거야’ ‘그리고 그걸 천번 반복할 거야’ 이런 내용”이라며 “2019년 ‘작별하지 않는다’의 프롤로그라고 할 수 있는 1부 1장을 쓸 때 이 노래를 발견해서 반복해서 많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사에 ‘1000번 일어날 거야’라는 말이 있다. 1000일을 살아볼까라는 생각으로 날짜를 세며 3년 안에는 책이 나오겠지 생각했는데 실제로 1000일이 되지 않았는데 책이 나왔다”고 했다.

김광석의 ‘나의 노래’도 언급했다. 한강은 “특히 열심히 썼던 시기에 들었다”며 “아무도 안 만나고, 말도 안 하고, 안 들어서 ‘한국말을 잊어버릴 수도 있겠다’ 하던 시간이었다”고 했다. 이어 “저는 ‘갱생의 시간’이라고 부르는데, 식이요법도 하고, 근력 운동도 해서 많이 건강해지고, 글도 많이 썼다”며 “특히 좋아하는 구절은 ‘마지막 한 방울의 물이 있는 한 나는 마시고 노래하리’와 ‘찬란한 그 빛에 눈멀지 않으리’ 부분”이라고 했다.

이외에도 한강은 오혁이 부른 ‘월량대표아적심’, 아르보 페르트의 ‘거울 속의 거울’ 등도 추천했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한강이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 직후 스웨덴 한림원과의 인터뷰에서 ‘방금 당신에 대해 알게 된 사람에게 어떤 책부터 읽으라고 제안하고 싶나’라는 질문에 언급한 책이기도 하다. 한강은 “내 생각에 모든 작가는 자신의 가장 최근 작품을 좋아한다. 따라서 나의 가장 최근 작품인 ‘작별하지 않는다’가 시작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이 책에는 인간의 행동이 일부 직접적으로 연결이 돼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