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홈’이라는 작은 아파트에서 시작된 한국의 괴물 이야기가 국내 창작자에게 많은 가능성을 열어주고 4년 만에 완결됐다. 2016년 넷플릭스가 한국에 진출한 뒤 처음으로 미국 10위권에 오른 드라마 ‘스위트홈’(2020)이다.
마지막 시즌인 시즌 3가 지난 19일 공개됐다. 작년 12월 시즌 2가 구심점 없는 이야기로 혹평을 받은 것과 달리 적당한 속도의 호흡과 유머를 갖추고 ‘명예 회복’에 성공했다는 평이 나온다. 공개 다음 날 넷플릭스 한국 1위, 세계 7위(플릭스패트롤 기준)에 올랐다.
작품 흥행과 별개로 ‘스위트홈’은 한국 드라마에 많은 것을 남겼다. 크리처(괴물) 장르 불모지였던 국내에 제작 노하우와, 어떤 장르든 해볼 수 있다는 모험심을 심었다. 실험적인 장르물이 활발히 나오는 시작점이 됐다.
◇국내 제작진에게 노하우 남겨
철거 직전 아파트에서 선함과 추악함이 섞인 여러 인간 군상이 욕망에 집어삼켜져 괴물이 된다는 이야기다. 아파트 내 사투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이 시즌 2·3에선 도심으로 나와 인류의 괴물화 과정을 목도하고, 절대적인 힘을 차지하려는 악인의 시도를 막는다.
국내 첫 크리처 장르 드라마 치고, 기존의 크리처물에서도 보기 힘든 과감한 도전이었다. 저마다 사연을 가진 괴물의 모양새와 움직임이 제각각이라, ‘복사하기 붙여넣기’로 만들 수 없는 험난한 제작 과정이 있었다고 한다. 제작진과 협업하며 산파 역할을 한 넷플릭스의 이기오 한국 콘텐츠 디렉터와 하정수 한국 프로덕션 총괄은 최근 간담회에서 “당시 국내 제작 환경을 생각하면 굉장한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국내 제작자들은 넷플릭스 자본력을 업고 국내 장르의 한계를 깬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 작품은 넷플릭스가 가졌지만, 국내에 여러 기술과 노하우가 남았다는 것이다. 촬영 중 괴물을 실시간으로 합성해 볼 수 있는 기술이 대표적이다. ‘스위트홈’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의 서현석 테크 이노베이션 팀장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경험과 성장은 스위트홈을 담당한 모든 제작진에게 큰 자산이 됐다”고 말했다. 박은경 PD는 “가장 큰 보람은 한국 콘텐츠 산업과 프로덕션의 시야가 넓어진 것”이라고 했다. 그 결과 “시즌 1은 미국에서 전문가를 초빙해 만들었지만, 이후 제작 시간이 크게 단축됐고 지금은 오히려 해외에서 한국에 질문을 한다”고 하정수 총괄은 말했다.
◇한국 드라마 모험적으로 변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한국 넷플릭스 작품들은 TV 드라마와 괴리감이 크고, 낯선 장르물도 많다. 이 방향성이 잡힌 시초도 ‘스위트홈’이다. 한국 작품 최초 미국 10위권에 진입하면서, ‘이렇게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한국 넷플릭스에 심어준 것이다. 이기오 디렉터는 “시청자가 원하는 건 ‘새로운 것’이라는 확신을 확인해준 작품”이라며 “창작자의 이야기가 구현될 수 있도록 ‘모험’을 하는 것이 저희 역할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여기서 얻은 자신감이 ‘지옥’ ‘기생수: 더 그레이’ ‘경성크리처’ 등의 제작으로 이어졌다. 그 밖에도 한국 넷플릭스 드라마 중 처음 시즌 3까지 제작하며, 국내에 생소한 시즌제를 시도했다. VFX(특수 시각 효과) 품질을 끌어 올려주는 ‘포스트 프로덕션 수퍼바이저’가 도입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런 흐름에 기존 업계가 바라보는 부정적인 면도 있다. 우선 드라마 제작비가 수백억 원에 달할 정도로 크게 오른 점이다. 넷플릭스는 이에 대해 “산업을 해치는 것은 결코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창작자가 스트레스 받지 않고 펼치고 싶은 이야기를 구현할 환경을 준비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디렉터는 “무분별한 투자, 맞지 않는 예산 책정이 없도록 책임감 있는 투자를 해나가겠다”고 했다.
‘새로움’과 장르 확장에 무게가 쏠린 것에도 우려가 나온다. 넷플릭스 등 OTT 작품 중에는 웹툰 등 원작을 활용해 만든 작품이 많은 반면, 자체적인 ‘이야기 역량’은 빈약하다는 지적이 있다. ‘스위트홈’도 원작에 기초한 시즌 1에 비해 이후 시즌이 못 미친다는 평이 많다. 이후 나온 ‘오징어 게임’ ‘더 글로리’ 등 히트작은 특수 효과보다도 만국 공통 깊게 공감할 주제와 서사에서 나왔다. “이런 장르도 해냈다”는 고무된 모습도 좋지만, 균형 있는 투자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