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챌린저스’ 시사회에서 젠데이아는 테니스 스커트 형태의 반짝이는 은색 로에베 드레스를 입고, 형광색 테니스공을 꽂은 구두(작은 사진)로 포인트를 줬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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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스커트 모양으로 맞춤 제작한 반짝이 미니 드레스, 아찔한 높이의 구두 굽에 꽂힌 테니스공까지. 할리우드 스타 젠데이아(28)는 레드 카펫 위에서도 영화 ‘챌린저스’의 주인공 타시였다. 테니스 선수들의 삼각 로맨스를 그린 영화에서 젠데이아는 부상으로 은퇴한 테니스 천재를 연기했다. 테니스를 모티브로 한 그의 독특한 패션은 테니스의 외피를 썼지만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에로틱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영화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10일 영국에서 열린 '챌린저스' 시사회에서 테니스 라켓 무늬가 그려진 드레스를 입은 젠데이아. /로이터

챌린저스 시사회 등에서 선보인 젠데이아의 테니스 패션이 화제를 모았다. 배역에 온전히 몰입하는 ‘메소드 연기’처럼, 영화 속 배역에 맞춰 선보이는 패션을 ‘메소드 드레싱(method dressing)’이라 부른다. 할리우드의 효과적인 홍보 수단으로 여러 배우가 활용해왔지만, 그중에서도 젠데이아는 독보적이다. SF 영화 ‘듄2′의 시사회에선 가슴과 엉덩이를 노출한 메탈 소재의 사이보그룩으로 나타나 충격을 줬다. 마고 로비가 바비 인형을 연상케 하는 핑크빛 의상으로 ‘바비 코어’ 트렌드를 일으켰듯, ‘챌린저스’ 개봉과 함께 올여름 테니스 패션이 또 한 번 유행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지난 2월 '듄2' 시사회에서 주연 배우 젠데이아는 메탈 소재의 로봇 바디 슈트를 입고 나타나 충격을 줬다. /AFP 연합뉴스

178cm 큰 키에 9등신 비율로 파격적인 의상도 당당하게 소화해낸다. 젠데이아는 “패션은 유용한 도구이자 배출구다. 원래는 수줍음이 많은 사람인데 하루 동안 또 다른 페르소나(인격)를 만들어준다”고 했다. 대부분 오래된 빈티지 드레스를 사서 맞춤 제작한 것도 화제가 됐다. 스타일리스트 로 로치는 “13년 전, 아무도 젠데이아에게 옷을 빌려주지 않던 시절부터 시작된 전통”이라고 비하인드를 밝히기도 했다.

여전히 구글 한국 사이트에선 젠데이아의 관련 검색어로 ‘못생김’이 뜨지만, 첫 단독 주연을 맡은 ‘챌린저스’는 그가 왜 지금 최고의 인기 스타인지 증명한다. 타시는 남편 아트(마이크 파이스트)와 남편의 친구이자 전 남자친구인 패트릭(조시 오코너) 사이를 오가는 야성적인 팜파탈이다. 사랑받는 것엔 큰 관심이 없고 오로지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경주마다. 두 남자가 동시에 노리는 트로피 역할이지만, 두 남자를 게임의 말처럼 부리는 설계자이기도 하다. 젠데이아는 자칫 비호감이거나 뻔해 보일 수 있는 캐릭터를 특유의 자유분방하고 사랑스러운 매력으로 살려낸다.

영화 '챌린저스'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콜 미 바이 유어 네임’(2017)으로 티모시 샬라메를 전 세계적인 스타로 만든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신작이다. 땀방울이 뚝뚝 떨어질 때마다 침을 꼴깍 삼키게 만드는 감각적인 영상이 여전하다. 역동적이고 스타일리시한 연출로 짜릿함까지 더했다. 타시를 바라보는 패트릭, 그 시선을 바라보는 아트, 공을 따라 움직이는 타시의 시선까지. 세 사람이 주고받는 눈빛을 랠리처럼 긴장감 넘치게 그려낸다. 24일 ‘범죄도시4′와 함께 개봉하지만, 데이트하는 커플이나 신선한 자극이 필요한 이들은 ‘챌린저스’를 택할 것이다. 쿵쿵대는 전자 음악의 빠른 비트에 맞춰 치솟는 심박수를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