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조선일보 문화부 신정선 기자입니다. ‘그 영화 어때’ 57번째 레터는 내달 개봉하는 영화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입니다. 아니, 어제 보내더니 왜 오늘 또 보내느냐고요. 지난주에 선거 방송 본다고 레터를 한 번 빼먹은 게 맘에 걸려서 그렇습니다. (네, 저는 이렇게 마음 약한 기자입니다. 애면글면하고요, 걸핏하면 흔들립니다. 홍보 담당자님들, 기존의 제 이미지를 제발 수정해주시고 저의 연약한 마음을 기억해주세요.) ‘매드맥스’ 시리즈의 조지 밀러 감독이 14~15일 한국에 와서 봉준호 감독도 만나고 기자간담회도 하면서 일부 장면을 공개했습니다. 어땠느냐고요. 오오, 멋졌습니다.

영화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매드맥스' 시리즈 5번째 작품. 선공개된 일부 장면만 봐도 질주하는 액션이 굉장했습니다.

요즘 영화 시장에 사전 입소문이 중요하다보니 일부 작품은 ‘풋티지 시사회'라는 걸 합니다. footage 즉 일부 필름만 살짝 보여주는 건데요, 작년에 ‘듄 파트2′의 선공개 영상을 들고 방한한 드니 빌뇌브 감독 기억하시나요. 아무 작품이나 통하는 건 아니고, 화제성이 대단하든지 자신이 있든지 뭔가 하나는 믿을 구석이 있어야 효과적인 마케팅입니다. 조지 밀러 감독은 14일 오후엔 봉 감독님을 만나고, 15일 오전엔 기자간담회를 했는데, 저는 이틀 다 가봤습니다. (궁금한 거 참으면 병 됩니다) 공개된 영상은 하나 빼곤 동일했는데, 중요한 건 14일엔 봉 감독님 대담이 있었다는 거죠. 저희 16일자 지면 기사도 ‘밀러&봉 대담'으로 썼습니다.

밀러 감독님 말씀으론, 아직도 ‘퓨리오사' 최종 작업 중이라고 합니다. 14일 한국에 와선 영화를 4배속으로 돌려보면서 색 보정 작업을 체크하셨다고 하고, 다시 호주로 돌아가면 사운드를 손볼 거라고 하시네요. 전에 VFX 업체 취재하면서 맛보기로 색 보정 작업의 비포 앤 애프터를 본 적이 있는데, 색 보정이 예상보다 훨씬 크게 느낌을 좌우하더군요. ‘퓨리오사’처럼 끝없는 황토 불모지가 주무대면 더더욱 그럴 것 같습니다. 지나치게 균일한 톤으로 배경을 깔면 그 둔탁한 느낌에 예민한 관객들은 쉽게 지루함을 느낄 테니까요.

공개된 영상은 불과 몇 분 가량이긴 하지만 “와, 어떻게 이런 장면을 만들어내지?” 라는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분노의 도로' 처음 봤을 때 느낌처럼요. 매달리고 깔리고 불태우고 짓이기며 죽도록 달립니다. 그 속도, 그 불길, 그 에너지. 물론 일부 장면으로 전체를 판단하긴 어렵지만, 기대감을 맥스로 끌어올리기에 충분했습니다.

여러분 혹시 기억하실지 모르겠는데, 9년 전 ‘분노의 도로'가 크게 흥행하면서 ‘퓨리오사’ 프리퀄 얘기 나왔을 때, 퓨리오사 역이 ‘분노의 도로'에 나온 샤를리즈 테론이 아니라 ‘더 어린’ 안야 테일러 조이에게 돌아갈 거라는 사실이 논란이 됐어요. 나이 논란이었죠. ‘아니, 이렇게 잘 어울리는 배우를, 나이 좀 들었다고, 응, 바꾼다니 말이 되냐, 응, 요즘에 CG 기술이 얼마나 좋은데, 그걸 활용 못하고, 나이 들었다고 바꾸느냐' 등등. 샤를리즈 테론 본인도 섭섭함을 표현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혹시 그녀가 주연한 ‘아토믹 블론드'(2017) 보셨는가요. 안 보셨다면 추천합니다. 그 긴 다리와 두 팔로 무지몽매한 깡패들을 인정사정 없이 때려눕히는데, 몇 번을 봐도 통쾌합니다. 넷플릭스 ‘올드가드'에서도 증명했지만, 무자비한 액션이 정말 잘 어울리고, 잘 소화하는 배우에요. 그런데 안야 테일러 조이는? 막가봤자 껌 좀 씹는 여고 일진 느낌? 9년 전에는 더욱 그랬습니다. 그렇다면 어제 오늘 공개된 영상에서는 어땠는가. 역시 매우 제한된 분량이라는 전제에서, 예상보다 잘 어울렸습니다. 결기로 가득 채워야하는 클로즈업을 너끈히 감당해내더군요.

영화가 많다곤 하지만 ‘이런 영상을 어떻게 만들어내지?’라고 경탄하게 하는 작품은 많지 않습니다. ‘퓨리오사’는 극장 영화의 한계에 도전하고 개척할 임무를 지고 내달 15일 칸에서 공개됩니다. 국내 개봉 일정은 5월로만 정해지고 있고 정확한 날짜는 아직 미정이라고 하네요. 팔순을 앞둔 밀러 감독님이 눈이 빠져라 보고 또 보며 어제도 오늘도 마무리 작업 중이시라 하니 같이 함 기다려보시죠. ‘분노의 도로’가 2박3일간 벌어진 이야기였다면, ‘퓨리오사’는 엄마 잃은 꼬마의 18년 성장기를 보여주니 이야기도 한층 깊어졌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안 깊어졌으면 재미없...)

제가 ‘밀러&봉 대담' 기사를 송고하는 사이, 어제 레터에서 말씀드린 대로 오늘 오후에 ‘범죄도시4′ 시사회가 열렸습니다. 저는 이 레터 보내고 저녁 시사 보는데요, 먼저 본 분들 사이에서 ‘또 천만 가겠다'는 말이 나오네요. 과연 어떨지, 조만간 레터 독자분들과 공유하겠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며~ 곧 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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