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 '구-일렉트로닉 포인트'(1990). /학고재 갤러리

백남준(1932~2006)과 윤석남(85), 김길후(63)가 만났다.

서울 삼청동 학고재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함(咸): Sentient Beings’는 세대도 성격도 다른 세 작가의 작품 36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미래의 인터넷 세상을 예견한 백남준과 국내 대표적 여성주의 작가 윤석남, 종교적 세계관을 펼치는 화가 김길후의 작품을 통해 우리가 사는 시대의 의미를 묻는다.

어두컴컴한 전시장 벽에 64대의 모니터가 엑스(X) 자로 걸린 백남준의 ‘W3′(1994)는 인터넷을 뜻하는 ‘월드 와이드 웹(World Wide Web)’이다. 64개의 모니터는 64비트를 상징한다. 1990년 작품인 ‘구-일렉트로닉 포인트’는 냉전이 끝나고 열린 이탈리아 월드컵을 축하하며 세계 화합의 가치를 담았다. ‘인터넷 드웰러’는 1994년 인터넷으로 지식 정보가 보편화돼 인류가 평등의 세계를 건설할 것이라는 작가의 믿음이 반영됐다.

윤석남의 '1025 사람과 사람 없이'가 전시된 모습. /학고재 갤러리
김길후, '사유의 손'(2010). /학고재 갤러리

윤석남이 2008년 완성한 연작 ‘1025 : 사람과 사람 없이’는 버려진 나무를 수집해 유기견의 형상을 조각했다. 작가가 유기견 1025마리를 보살피는 이애신 할머니의 사연을 신문에서 우연히 보고 직접 만난 뒤 감동을 표현한 작품이다. 깨달음의 순간을 표현한 김길후의 회화 ‘사유의 손’과 ‘무제’도 볼 수 있다. 갤러리는 “이들의 예술은 함께 힘을 합쳐 새로운 길로 나아가려는 의지에서 발화했다”며 “세 작가의 예술 역정에서 시대의 의미를 찾는다”고 했다. 20일까지.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