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문학 '핀 시리즈'와 위즈덤하우스의 '위픽' 시리즈.

손바닥만 하다고 가볍게 보면 안 될 것이다. 현대문학은 최근 ‘핀 시리즈’ 50번째 소설과 시집을 각각 출간했다. 성인 남성 손바닥만 한 크기(110mmX190mm 안팎)로,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를 선정해 월간지 ‘현대문학’에 연재한 뒤 책으로 내는 시리즈. 분량으로 소설은 150쪽 안팎의 중편, 시집은 시 20~30편과 에세이를 함께 묶는다. 2018년 4월 시리즈를 시작할 때만 해도 국내 최장수 문예지의 파격적 시도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현대문학의 활동을 알리는 구심점이 됐다. 천선란·최진영·백수린의 소설은 10쇄 이상 찍으며 큰 인기를 얻었다. 현대문학 윤희영 팀장은 “핀’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오는 거라면 무조건 믿고 읽을 수 있다는 독자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며 “문학에 대한 시대적 요구의 확장에 따라, 시리즈를 확장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크기는 작지만, 파격적 시도를 통해 젊은 독자를 사로잡는 문학 시리즈가 잇따라 출간되고 있다. 보통 책의 절반쯤 되는 분량으로 쉽게 읽히며, 감각적인 표지로 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 단편소설 8편 안팎을 묶는 소설집의 작품 편수 기준도 희미해졌다. 자음과모음은 단편소설 3편과 작가의 에세이를 묶은 ‘트리플 시리즈’를 2021년 시작했고, 최근 23번째로 박지영의 소설을 냈다. 주된 독자인 여성들의 한 손에도 잡힐 만한 크기(110mmx180mm 안팎)를 지향하며, 양장본으로 제작된다.

문학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후발 주자인 출판사들이 자리를 잡으려고 손바닥 크기 문학 시리즈에 뛰어들기도 한다. 위즈덤하우스는 ‘위픽’ 시리즈를 작년 3월 구병모 소설로 시작, 1년 만에 이혁진 소설로 50권을 냈다. 50권을 더 낸다는 계획이다. 단행본 분량을 단편소설 1개로 잡아, 빠른 출간이 가능했다. 박태근 위즈덤하우스 출판본부장은 “책의 분량상 가격(1만3000원)에 대한 독자들의 저항은 있다. 단기간 큰 이익을 내기보다는 출판사가 한국 소설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하겠다는 걸, 작가와 독자에게 알리기 위한 시리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