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바람아’는 사실 저희 마음속 이야기를 그대로 담은 거예요. 작년 초쯤 그 노래를 스케치(주요 멜로디와 틀을 만들어 놓는 것)했는데, 가사 속 바람처럼 문득 떠나버리고 싶었거든요. 살다 보면 가끔 무례한 분들도 만나고, 상처받고 억울한 일이 생겨도 괜찮은 척, 참아내곤 했던 걸 노래로 풀어낸 것이었죠.”
TV조선 ‘미스트롯3′ 준결승 당시 작곡가 신곡 미션곡 ‘바람 바람아’를 만든 작곡가 그룹 ‘알고보니 혼수상태’(알혼)는 “이 노래로 위로를 받았다는 팬들 반응처럼 우리도 노래를 들으면서 한참을 울었다”면서 “노래가 주는 치유의 힘을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경연에서 정서주가 불렀던 이 노래는 주요 음원 차트 상위권으로 단숨에 직행했고, 정서주가 준결승 1위에 이어 ‘미스트롯3′ 진(眞)에 오를 수 있게 한 주요 지표가 됐다.
‘알혼’은 2016년부터 팀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팀 결성 이전부터 각각 특급 작곡가로 활동하고 있었다. 김지환(36)은 19세 때 만든 ‘샤방샤방’이 ‘벅스 뮤지션 프로젝트’에 수상하면서 ‘최연소 트로트 작곡가’로 이름을 날렸고, 동국대 영상영화학과 출신인 김경범(39)은 ‘알고보니 혼수상태’란 예명으로 드라마 OST 500여 곡을 만들어낸 괴력의 소유자. 2016년 둘이서 작곡 그룹을 결성했다가, 2020년부터는 예명을 나눠 각각 ‘알고보니(김지환)’ ‘혼수상태(김경범)’로 활동하고 있다.
두 사람은 미스·미스터트롯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 ‘미스터트롯1′ 결승전 신곡 미션곡이었던 영탁의 ‘찐이야’가 국민적 인기를 누렸고, 김호중이 결승전에서 불렀던 인생곡 ‘고맙소’(원곡자 조항조) 역시 많은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미스트롯2′ 결승전 미션곡 양지은의 ‘그 강을 건너지마오’는 유튜브 조회 수만 1000만뷰를 넘어섰다. ‘미스트롯1′ 송가인의 1집 수록곡 ‘가인이어라’ ‘서울의 달’ 등이 이들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알혼’ 이름으로 저작권 협회 등록된 곡만 850여 곡에 이른다.
가요계에선 ‘알혼’ 없이는 신세대 트로트 곡이 나오지 않는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 멜론 트로트 차트에선 19일 현재 2위 ‘바람 바람아’를 비롯해 3위 ‘애인이 되어줄게요’(김호중) 4위 시절인연(이찬원) 6위 찐이야(영탁) 등 1위곡(임영웅의 ‘이제 나만 믿어요’)을 제외하고는 7위까지가 모두 ‘알혼’이 만든 노래. ‘미스터트롯2′부터는 마스터(심사위원)로 나오면서 얼굴을 알아보는 팬도 급증했다. 올 상반기엔 KBS 인기 프로그램 ‘불후의 명곡’에 ‘전설’로도 등장할 예정. 그간 가수 패티김·조용필·최백호·이승철·부활을 비롯해 작곡가 이영훈 등 국내를 대표하는 최고의 가수와 작곡가들이 등장하는 프로그램에 최연소급 ‘전설’로 초대받은 것이다.
영광 뒤엔 불안이 따르는 법. ‘전작을 뛰어넘는 히트곡’에 대한 부담감에 마음이 늘 편하지만은 않다. “최근 2~3년이 그동안 노래를 만들어온 20년 동안의 고민과 고통을 압도할 정도였어요. 기대는 고맙지만, ‘제2의 찐이야’는 언제 나오냐거나, 아무리 열심히 만들어도 ‘찐이야’처럼 만들어달라는 제안이 올 때는 힘들거든요.”
서로 ‘한 몸’처럼 움직이지만, 스타일은 딴판이다. 김경범이 감성적 스타일이라면, 김지환은 트렌디한 감각에 밝다. ‘미스터트롯2′에서 처음 마스터를 맡았을 때, 둘이서 1개의 하트를 줘야 했기 때문에, 티격태격 의견 차이로 중간에 ‘나 안 해’라고 박차고 나가는 일까지 있었다. 하지만, 이번 ‘미스트롯3′에선 신기하게도 의견이 착착 맞았다고 한다.
최근 종료한 ‘미스트롯3′의 준결승에서 정서주의 ‘바람 바람아’ 공연이 끝난 뒤, 장윤정이 “(이 노래) 저작권료로 건물을 올릴 작곡진을 미리 축하하고 싶다”고 해 화제가 됐다. 실제로 얼마나 벌었을까. “안 그래도 요즘 가장 많이 듣는 인사가 ‘건물 세웠냐’ 아니, ‘건물 몇 채냐’라는 말씀이에요. 그런데 저희가 요즘에야 이름이 알려졌지, 예전엔 한 달에 5만원, 6만원 통장에 찍혀 나올 때도 많았어요. 저작권이 사후 70년까지니까, 아마 한참 뒤 후손들에겐 건물이 생길지도 모르죠. 하하하.”
두 사람은 “건물이 아니라 꿈을 이루기 위해 돈을 모으는 것”이라고 했다.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무료로 음악을 가르쳐주는 재단을 만드는 게 목표. 김경범은 어린 시절 피아니스트를 꿈꿨지만 집안에 어려움이 닥치면서 피아노까지 팔아야 했던 아픈 추억을 갖고 있다. 김지환은 목회자를 하다 그룹홈 사회복지 시설을 운영한 아버지의 열정을 닮고 싶어한다. 그래서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땄다. “미스·미스터트롯 시리즈를 통해 신곡도 내보고, 마스터 자리까지 오르면서 그간 꿈꿔왔던 걸 하나씩 이뤘거든요. 저희같이 꿈꾸는 청년들이 더 많은 희망을 갖고 목표를 이루는 데 도움을 주고 싶어요.”
☞알고보니 혼수상태
김지환(36)과 김경범(39)이 예명으로 사용하고 있는 작곡 듀오 이름. 김지환은 고3 때 노래 ‘샤방샤방’(박현빈)을 작곡해 ‘최연소 트로트 작곡가’로 화제에 올랐고, 김경범은 드라마 OST로 이름을 날렸다. 2016년 의기투합해 팀을 이뤘다. 김지환이 ‘알고보니’, 김경범이 ‘혼수상태’를 예명으로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