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손에 담긴 날알의 흙은/ 그의 손에 의해서 명기로 태어나니/ 그의 성명은 청송 심씨의 심당길이로구나….”
지난 2일(현지 시각) 일본 가고시마현 히오키시 이주인 문화센터. 김찬미 명창(13회 임방울국악제 대통령상 수상)이 직접 지은 ‘심수관 찬가’를 열창하자 장내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1598년 일본으로 피랍된 조선 도공 심당길과 이곳 히오키시에 정착해 425년째 그 혼과 가마 속 불씨를 이어온 후손들을 기린 대목이었다. 심당길의 후예들은 현재 일본의 대표 도자기가 된 ‘사쓰마야키’를 빚어냈고, 이를 해외에 널리 알린 12대손 ‘심수관’의 이름을 대를 이어 지켜왔다. 일본엔 사죄의 교류를, 한국엔 극복의 미래를 안겨준 이 역사가 우리 전통 음악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이날 이곳에선 임방울국악제 역대 수상자 21명이 그 뜻을 기리는 음악을 연주하고 노래했다. 일제강점기 나라 잃은 민중의 설움을 판소리로 어루만졌던 국창(國唱) 임방울(1904~1961) 선생을 기리는 국악제가 2010년부터 해온 열한 번째 해외 공연이다. 나가야마 요시타카 히오키 시장, 15대 심수관, 현지 시민 1000여 명이 참석해 이 소리의 장을 즐겼다.
오후 6시부터 약 2시간가량 동두천이담농악단(최영호 외 5명)의 ‘풍물판굿’을 시작으로 황소희 외 6명의 ‘부채춤’, 김승호·조성재·조가완 명인의 ‘기악산조’, 서정금·박자희·김연우 명창의 판소리 대목 등 역대 임방울국악제 수상자들의 무대가 이어졌다. 객석 곳곳에선 “스고이(すごい·멋지다)” 환호성과 함께 연신 사진 찍는 소리가 들렸다. 김다정 명창, 국서경 외 6명 무용수 등 전 출연진이 소고춤과 함께 ‘아리랑 연곡’을 마지막 무대로 선보일 땐 흥에 겨운 관객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장단에 맞춰 박수를 쳤다.
15대 심수관은 “한국에서 돌아오자마자 이런 공연을 선물받아 감사하다”고 했다. 그는 공연 전날 선조 심당길의 고향인 전북 남원의 명예시민이자 주가고시마 명예총영사로서 방한했다. 나가야마 시장은 “심수관 가문은 우리 시의 큰일을 항상 의논하는 큰 존재”라며 “히오키시 해변가에 대대손손 알을 낳으러 오는 바다거북들처럼 우리와 한국의 교류가 계속 이어졌으면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