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 전진(왼쪽)과 그의 부친 가수 찰리박./ 조선DB, 뉴시스

그룹 ‘신화’의 멤버 전진의 아버지이자 가수로 활동했던 찰리박(본명 박영철)이 6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8일 전진의 소속사 라이브웍스컴퍼니에 따르면 뇌졸중을 앓던 찰리박은 지난 6일 별세했다. 찰리박은 생전 방송에서 아들 전진과 절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진은 상주로서 빈소를 지키며 조문객을 맞고 있다.

◇”아버지, 가끔 들러 생활비만”

전진은 그간 여러 방송에서 자신의 가정사를 털어놨다. 그는 2008년 ‘무릎팍도사’에서 “어린 시절 집에 부모님이 안 계셨다”며 “태어나자마자 친어머니와 헤어졌다”고 했다. 할머니가 대신 전진을 키워주셨다. 아버지는 일하시느라 가끔 할머니 집에 들러 생활비만 보내주셨다고 했다.

전진은 어린 마음에 할머니에게 상처 준 일이 있었다며 눈물을 쏟았다. 초등학교 입학 후 소풍을 갔던 날, 모두 어머니와 함께였지만 전진은 혼자였다. 전진은 “할머니께서 나를 소풍에 혼자 보낸 것이 마음에 걸리셨는지 불편한 다리로 산을 올라 내가 있는 곳까지 오셨다”며 “손자에게 김밥이라도 먹이고 싶으셨던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어린 전진은 혼자만 할머니와 있는 게 싫었고 할머니에게 그냥 가라고 말했다고 한다.

전진은 “할머니가 울면서 산을 내려가셨다”며 “친구들과 놀고 두 세시간 후에 산을 내려가는데 그때까지 계속 울고계시는 할머니를 봤다”고 말하며 눈물을 쏟았다. 전진은 “할머니가 선택한 인생도 아니지 않느냐”며 “그게 제일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아버지의 3번의 이혼, 3명의 어머니

20년 만에 친어머니와 전화 통화를 하는 전진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SBS

찰리박은 3번 결혼하고 이혼했다. 2020년 ‘동상이몽2′에는 전진의 세 번째 어머니가 출연했다. 전진은 “두 번째 엄마와 살던 초등학교 5~6학년 때 식사를 혼자 사 먹어야 했다”고 말했다. 전진은 당시 아버지가 처음 사준 삐삐로 몰래 아버지 음성을 듣고 약속장소로 나가 용돈을 받았다고 한다. 전진은 “그때 힘들게 살았는데 손을 내밀어 준 엄마에게 고마움을 갖고 있다”고 했다.

2021년 전진은 20년 만에 친어머니와 만났다. 앞서 세 번째 어머니의 연결로 20대 때 친어머니를 만났었지만, 친어머니에게 어린 아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된 전진은 그 아이에게 상처를 줄 것 같아 스스로 연락을 끊었다고 했다. 전진은 ‘동상이몽2’ 제작진을 통해 어머니와 연락하게 됐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친모와 만나 속 깊은 얘기를 나눈 전진은 “날 키울 수 없는 상황이 있었더라. 솔직히 어릴 때는 원망했는데,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니까 이해가 됐다”고 털어놨다.

찰리박은 2020년 ‘현장르포 특종세상’에서 “처음부터 정상적인 부부 관계로 시작했어야 했는데, 두 번째 결혼 생활 역시 문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 모든 시간이 (아들에게) 아픔이 되고 스스로도 괴로운 시간이 됐다”며 “그 시간을 내가 만들었다”고 말하며 후회했다.

◇부자(父子) 합동 무대 펼쳤지만…”아들과 연락 안 하기로”

2020년 아들 전진과 절연했다며 생활고를 겪는 모습을 공개한 찰리박. /MBN

이처럼 전진은 평탄하지 않은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아버지의 방송 활동을 적극 지원하며 ‘효자보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두 사람은 예능프로그램 등에 출연해 부자 합동 무대를 꾸며 주목받았다.

이후 찰리박은 2004년 라틴풍의 ‘카사노바 사랑’이라는 노래로 가수로 본격 데뷔했다. 2007년에는 드라마 ‘사랑해도 괜찮아’에 출연하며 연기에 도전했다. ‘사랑을 이루어 드립니다’ 등 뮤지컬에도 출연했다.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던 찰리박은 2017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왼쪽편마비, 언어장애를 앓게 됐다고 한다. 2020년 ‘특종세상’에서는 생활고로 재활치료도 받지 못한 채 반지하 연습실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전진은 아버지의 병원비를 내주며 도리를 다했다. 찰리박은 “2000만원 넘는 병원비를 아들이 다 정리했다”며 “계속 사업에 실패하니까 가정에 신경을 못 썼다. 8~9억원의 빚을 졌다”고 말했다. 이어 “아들이 돈을 보내줘서 그거로 생활했다”며 “아들이 나에게 열일 제쳐놓고 투자를 해줬고, 많은 지원을 해줬으니까 미안하다”고 했다.

그러나 계속된 경제적 문제로 인한 갈등으로 두 사람은 절연한 것으로 전해졌다. 찰리박은 “(아들이) 나하고 연락 안 하기로 했다”며 “입이 두 개라도 말 못한다. 내 탓이 크기 때문에 아들을 원망할 수 없다”고 했다. 이 때문에 찰리박은 전진의 결혼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아들의 모습을 TV로라도 볼 수 있어서 다행”이라며 “아버지는 신경 쓰지 말고 며느리(류이서)와 건강하게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전진은 현재 상주로서 아내 류이서와 함께 빈소를 지키고 있다. 고인의 빈소는 경기 안양시의 안양메트로병원 장례식장 귀빈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9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