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걸음마를 시작할 때 다리가 휘거나 안짱걸음을 하는 듯 보이는 경우가 있다. 휜 다리는 다리를 붙이고 서 있을 때 무릎 사이가 벌어지는 ‘O자형 다리’와 무릎은 붙어 있지만 두 발 사이가 벌어지는 ‘X자형 다리’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갓 태어난 아기의 정상적인 다리 모양은 ‘O자형 다리’다. 이것은 대부분 생후 6개월에서 1년 사이에 저절로 곧게 펴진다. 그러다 점차 ‘X자형 다리’가 돼 생후 3~4년쯤에는 가장 심한 ‘X자형 다리’를 보인다. 이후 ‘X자형 다리’가 펴지면서, 7세쯤 되면 평생의 다리 모양을 갖추게 된다.
따라서 7세 정도까지는 어느 정도 휜 다리라고 해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다만 아장아장 걷는 아기가 심한 ‘O자형 다리’ 모양을 보이거나, 1~2세가 돼도 저절로 펴지지 않는다면 두 가지 병적 상태가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 우선, 아이가 모유 수유만 너무 오래했거나, 편식이 심해 비타민D와 칼슘 부족으로 영양결핍성 구루병이 생기는 경우다. 비타민D와 칼슘을 경구 투여하는 것만으로도 대부분 ‘O자형 다리’는 교정된다.
좀 더 드물게는 어린 나이에 ‘O자형 다리’가 너무 심해 그 자체로 변형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에 빠질 수도 있다. 이를 블라운트 병(Blount disease)이라고 한다. 일단 보조기로 교정을 시도해 보고, 효과적이지 않다면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학령기 이후 일부 아동, 특히 과체중인 아동에서 ‘X자형 다리’가 지속되는 경우가 있다. 심하면 걸어 다닐 때 무릎이 서로 부딪혀 불편해한다. 보조기는 효과가 없다. 사춘기 직전이나 사춘기가 시작할 때쯤 ‘금속 나사못 삽입술’이라는 간단한 수술로 교정할 수 있다. 성장기가 얼마 남지 않았거나 성장판이 닫힌 이후에는 이러한 간단한 수술 방법의 효과가 사라진다. 더 크고 어려운 수술인 절골술로 교정해야 한다. 너무 늦지 않게 교정 수술을 받을지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안짱걸음은 발끝을 안쪽으로 모으고 걷는 모습을 말한다. 대부분 넓적다리(다리 중 무릎 윗부분) 뼈가 안쪽으로 꼬여 있는 정도인 대퇴골 전염각이 크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대퇴골 전염각은 출생 시 약 45도 정도였다가, 성장하면서 점차 감소해 성인은 평균 15도 정도가 된다. 그런데 어떤 아이들은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도 대퇴골 전염각이 상당히 큰 상태로 유지된다. 이런 아이들은 다리를 안쪽으로 돌리고 걷는 것이 편하기 때문에 안짱걸음을 하게 된다. 또 방바닥에 앉을 때에는 무릎과 발목이 모두 바닥에 닿는 이른바 ‘W 자세’로 앉는 것을 선호한다. 대퇴골 전염각이 계속 큰 상태이지만 부모의 권유 또는 나이가 들면서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해 본인이 똑바로 걸으려고 노력해 해소되기도 한다.
성인이 돼서도 대퇴골 전염각이 큰 상태로 남아 있으면 계속 안짱걸음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 다리 관절에 어느 정도 무리가 가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달리기 등 운동 능력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불리하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문화에서는 안짱걸음을 미용상 안 좋게 보는 경우가 많다. 시중에서 안짱걸음을 교정한다고 선전하는 보조기들은 다리를 반대쪽으로 비틀도록 고안돼 있다. 그러나 그 비트는 힘이 무릎 관절에 가해지면서 환자가 불편하기만 하고, 실제로 뼈 자체를 교정하는 효과를 기대할 만한 과학적 근거는 없다.
어느 정도 철이 든 이후에도 ‘W 자세’로 앉는 아이는 이른바 ‘아빠 다리’를 하고 앉도록 하며, 발끝을 바깥쪽으로 돌려서 걷도록 교육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대퇴골 전염각을 감소시키는 확실한 방법은 대퇴골을 절단해 원하는 만큼 비틀어 놓은 상태에서 뼈가 아물어 붙도록 금속 내고정물로 고정하는 수술뿐이다. 이 같은 큰 수술을 미용 목적으로 해야 할지는 심사숙고해야 한다.
조태준 서울대병원 소아정형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