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요계에선 이번 일본의 비자 정책 변화가 한일 모두에 ‘윈-윈(Win-Win)’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국내에선 세계 2위 음악 시장인 일본으로 향하는 국내 아티스트들의 진출 파이프가 넓어지고, 일본에선 K팝 인기로 자국 공연 시장을 활성화할 다양한 수익 모델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일본 정부가 ‘K팝 중소 기획사’를 집중 겨냥했다”고 평가한다. 완화 조건 중에서도 ‘술과 음식을 제공하는 중소 규모 라이브 하우스 무대 허용’ ‘해외 활동 경험 없는 가수도 공연 허용’ 등의 조치가 대형 기획사보다는 중소 기획사에 더 큰 혜택이란 것이다. 황선업 평론가는 “이미 대형 기획사 아이돌 무대는 수만석 규모 일본 돔 공연장에서 충분히 열려온 상태”라며 “그런데 도쿄 시모키타자와의 100석 규모 공연장 같은 무대를 새로 연 것이다. 아직 인지도는 낮지만, 마니아층이 두꺼운 중소 K팝 그룹을 다수 발굴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로 치면 ‘홍대’ ‘이태원’ ‘미사리’ 같은 중소형 라이브 무대에 무명 외국인 가수가 설 기회를 대폭 늘렸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 대형 글로벌 공연 기획사 관계자는 “일본에는 특히 500석, 1000석, 5000석, 1만석 등 다양한 좌석 수의 라이브 하우스 무대가 국내보다 많다”며 “이번 조치로 K팝보다 관객 동원력이 약했던 홍대 인디 밴드나 발라드 가수 등에게도 일본 진출 기회가 열릴 수 있다”고 했다.
‘30일’까지 늘어난 체류 기간에 대해선 “기획사 규모에 상관없이 호재”란 반응이다. 다국적 걸그룹 ‘블랙스완’ 소속사 윤등룡 DR뮤직 대표는 “일본은 도쿄 등 수도권뿐 아니라 지방까지 묶어 전국 투어 공연을 했을 때 가장 수익이 극대화된다. 대형 돔부터 라이브 하우스까지 다양한 공연장이 많기 때문”이라며 “체류 기간이 늘수록 당연히 이런 지방 공연이 용이해진다”고 했다.
일본 입장에서도 “코로나 팬데믹으로 수익이 주춤했던 일본 내 중소형 공연장 활성화에 K팝 공연을 수혈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문원 대중음악평론가는 “일본 음악계는 특히 ‘공연’이 주수입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국 라이브 투어 공연만 3~4개월씩 반복하는 현지 팀도 많다”며 “K팝은 일본 내에서 다양한 분야에서 수요가 계속 높아지고 있고, 양국 공연 기획사 모두 ‘굿즈(콘서트 기념품)’ 수익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공연 궁합도 잘 맞는다”고 평했다. 실제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국내 기획사들의 한국 음악 콘텐츠 산업 수출액은 공연 자체가 열리기 어려웠던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곤 지난 10년간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여왔다.
이번 완화 조치에 ‘신인 그룹’이 직접적으로 포함된 건 최근 정식 데뷔도 하기 전 빠르게 현지 팬을 끌어모으는 K팝의 인기가 반영된 것이란 해석도 있다. 하이브 소속 걸그룹 르세라핌도 정식 데뷔는 올해 1월이었지만, 이미 지난해 미니 2집 ‘안티프래자일’로 오리콘 주간 합산 음반 랭킹 1위에 올랐고, 일본 최대 연말 방송인 ‘홍백가합전’에도 출연해 화제가 됐다.
대형 기획사 소속 신인들만 일본 내에서 주목받는 것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일본 시부야에서 픽시, 뷰티박스 등 국내 신인 그룹 5팀으로 개최한 ‘코리아 스포트라이트’ 쇼케이스에는 1200석 티켓이 예매 진행 직후 매진됐다. 당시 이를 공동 개최한 일본 현지 공연 기획사 ‘더쿠’의 다이라 마사토 대표는 “일본 현지 음악 시장에선 K팝에 대한 수요와 함께 새 뮤지션을 찾기 위한 노력이 지속돼 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