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로 남편을 잃은 ‘혜정’은 진상규명을 위해 싸우다 회사와 합의했다. 함께 농성하던 유가족들에게 “배신자” 소리를 들었지만, 합의금으로 아파트 ‘드림팰리스’를 분양받아 새 삶을 꾸리려고 한다. 영화의 갈등은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신도시 아파트는 흥행에 처참히 실패했고, 혜정의 집에서는 계속 녹물이 나온다. 건설사는 “분양이 완료돼야 녹물을 고쳐줄 수 있다”고 한다.
혜정은 아직 농성 중이던 ‘수인’에게 새집을 꿈꾸라고 부추긴다. 순전히 아파트 분양을 빨리 끝내려는 이기심만 있던 건 아니었다. 어린아이들을 홀로 키우며 고생하던 수인을 위해 건설사에 “싸게 분양받게 해 달라”고 부탁한다. 여기서 새로운 문제가 터진다. 수인이 1억원 넘게 할인받은 것을 알게 된 다른 이웃들이 분노한 것이다. 가만히 앉아 집값의 절반 가까운 타격을 입게 된 기존 입주민들은 아파트 입구에 바리케이드를 세우고 새로 이사 오는 이들의 차량을 막기 시작한다.
A. 어렸을 때부터 ‘집’에 관심이 많았다. 1단지 아파트는 40평대, 2단지 아파트는 임대주택, 5단지 아파트는 20평대 소형 아파트로 이뤄진 신도시였다. 어떤 단지에 산다는 것만으로 꼬리표가 붙었다. 그러다 할인받은 분양가로 아파트를 산 사람들이 이사 오는 것을 막기 위해 기존 입주민들이 철조망을 치고, 24시간 경계 태세를 갖춘 사건을 다룬 르포를 보게 됐다. 이건 영화로 만들어봐야겠다 싶었다.
A. 영화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우리 사회의 진짜 ‘빌런’은 다른 곳에 있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다. 이런 주제로 영화를 만들 때 약자가 강자를 상대로 엄청나게 고생하다 결국 싸워서 이겨내는, 속 시원해지는 이야기가 대부분이지 않나. 그런 건 제가 안 해도 다른 분들이 잘할 수 있을 테니까, 저는 아직 젊으니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었다.
A. 방범창을 사이에 두고 ‘혜정’과 ‘수인’이 속삭이면서 대화하는 장면이다. 두 인물이 만나는 마지막 장면이면서도 갈등이 폭발하는 지점이지만, 두 사람은 아이들이 깰까 봐 조용히 분노를 터트린다. 주어진 책임감을 어깨에 메고 살아가야 하는 평범한 사람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A. 배우들과의 합이 정말 좋았다. 현장 자체는 조용하고 차분했지만, 눈빛만으로 통하는 느낌이었다. 김선영 배우와 이윤지 배우가 시나리오를 워낙 좋아해 주셨다. 굉장히 고통스럽고 예민한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장면에서도 “한 번만 더 가자”고 먼저 요구해주는 순간이 많았다. 단편 영화로 영화제에 가본 적은 많았지만, 두 시간짜리 영화는 또 다르지 않나. 긴장을 많이 했는데 의외로 영화제에서 반응이 좋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A. 사실 결말을 위해 더 촬영한 부분들이 있었지만, 마지막 퇴고하는 과정에서 과감하게 잘라내고 담백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혜정이 ‘드림팰리스’에 와서 많은 일을 겪었고, 자신이 원하던 바를 이루지는 못했지만 그럼에도 살아가야 하는 게 인생이지 않나. 그런 점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면 관객들이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라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지 않을까 싶었다.
A. 요즘 삶이 퍽퍽하다 보니 ‘사이다’처럼 복수하고, 나쁜 놈들을 시원하게 때려잡는 이야기들이 많지 않나. 잠시 현실의 고통을 잊게 해주는 ‘마취제’ 같은 영화들이라면, ‘드림팰리스’는 각성제 같은 영화다. 집 한 채 때문에 울고 웃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이야기면서도, 외면하고 싶었던 감정을 마주하게 한다. 하지만 슬픔을 통해서도 감정이 해소되는 지점은 분명히 있다. 관객들이 이 영화를 통해 세상을 좀 더 의연하게 살아갈 힘을 얻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