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정현 우리아이들병원 병원장·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어요. 아기를 임신하면 동물 알레르기 우려 때문에 아기와 반려동물을 같이 키워도 되는지 고민이 생기죠. 예전에는 아이가 어릴 때부터 반려동물을 기르는 것이 알레르기 위험 요인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최근에는 신생아 때부터 반려동물을 함께 키우면 아이가 컸을 때 알레르기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아요. 한 연구에 따르면 생후 1년 동안 고양이나 개를 키운 아이들은 7~8세가 됐을 때 알레르기 비염, 결막염, 천식 같은 알레르기 관련 질환 유병률이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은 또래보다 낮았다고 해요.

그렇다고 이런 결과가 신생아 때 반려동물을 키웠다고 무조건 알레르기가 안 생긴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재채기·콧물·기침 같은 알레르기 증상이 생기면 잘 대처해야 해요.

반려동물에 대한 알레르기는 동물 털뿐만 아니라 동물에게서 나오는 침·소변·땀·대변·비듬 등 모든 분비물이 원인이 될 수 있어요. 이렇게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을 알레르겐(allergen)이라고 해요. 알레르겐이 반복적으로 닿으면 알레르기 증상은 점점 더 심해지고, 다른 동물에 대해서도 알레르기가 생길 수 있어요.

일단 알레르기가 생기면 기본 원칙은 그 동물을 키우지 않는 거예요. 하지만 이미 가족 같은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죠. 이때 방법은 동물 항원 접촉을 최소화하는 거예요.

아이가 자는 침실에는 반려동물이 들어오지 않게 하세요. 아이가 침실로 자러 들어갈 때는 동물 털이 묻은 옷을 벗기고 잠옷으로 갈아입히세요. 공기 중에 떠다니는 알레르겐 제거를 위해 헤파(HEPA·High Efficiency Particulate Air) 필터를 장착한 공기청정기를 사용하고, 환기도 자주 하는 게 중요해요. 알레르겐은 천에 잘 들러붙는 특징이 있으므로 천 소파, 커튼 등은 사용하지 않는 게 좋아요. 반려동물을 주기적으로 목욕시키고, 빠진 털이 날리는 걸 예방하기 위해 실외에서 자주 빗질을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