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2014년 극장 영화와 NHK 드라마로 만들어졌던 일본 소설이 2023년 한국의 드라마로 다시 태어났다. 지난 10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ENA 채널에서 1화가 방송됐고, OTT 티빙을 통해 공개 중인 드라마 ‘종이달’. 이야기의 어떤 매력이 세월을 넘어 한국과 일본의 관객·시청자들을 다시 잇고 있는 걸까.
원작 소설가 가쿠다 미쓰요(角田光代·56)를 최근 한국판 드라마 ‘종이달’ 1화 시사회가 열린 서울 잠실 한 극장에서 만났다. 한국에 이미 서른 권 넘는 소설과 에세이가 출판된 인기 작가. ‘종이달’은 버블 경제 붕괴 뒤의 일본을 배경으로 평범하고 성실했던 한 여성 은행원의 작은 일탈이 커다란 파문을 일으키게 되는 이야기다. 종이달은 또 일본이 가장 풍요롭던 시기 사진관마다 걸려 있던 배경지여서, 환하고 행복한 시절의 기억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 가리키는 상징과도 같다.
작가는 “소설이 독자를 향해 쓰여졌듯, 일본 영화와 드라마도 시청자에 맞춰 이야기의 디테일과 결말 등이 바뀌었다. 한국 드라마는 또 다르더라”고 했다. “일본판의 주인공 ‘리카’와 한국의 ‘이화’는 굳은 심지, 꼿꼿한 자세와 아름다움이 공통점이죠. 반면 어느 순간 자기 통제를 잃고 괴물이 되어가는 일본의 ‘리카’와 달리, 한국의 ‘이화’는 괴물이 되어가는 자신을 자각하고 있다고 느껴졌어요. 원작 속 같은 인물이 겪는 캐릭터 변화가 흥미로웠습니다.”
2014년 일본 동명 영화 주연배우는 청춘 스타로 한국 팬들에게도 익숙한 미야자와 리에(50), 한국 드라마 주인공 ‘이화’는 ‘스카이 캐슬’ 등에서 선 굵은 연기를 보여준 배우 김서형(49)이다. 작가는 “김서형씨가 캐릭터를 굉장히 철저히 분석하고 있었다. 배우 역량이 대단하더라”고 했다. “일본어 자막이 없는데 표정과 분위기만으로 ‘저 순간 새로운 여자가 탄생하는구나’ 알 수 있었어요. 그만 울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본인 소설은 한국 시청자와 만나는데, 정작 작가는 요즘 한국 드라마에 흠뻑 빠져 있다. ‘100편 넘게 보셨다던데요’하고 묻자, 작가는 “정정해도 되느냐”며 웃었다. “작년에만 한국 드라마를 130편 정도 봤어요. 사랑의 불시착으로 2020년에 한국 드라마를 보기 시작해, 코로나 팬데믹 기간 30종 이상 본 것 같아요.”
그는 “한국 배우들 정말 대단하다. 연기가 너무 훌륭하니 작품마다 캐릭터가 너무 달라서 같은 배우인 걸 알아보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박찬욱 감독과 김태리 배우를 특히 좋아하는데,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보고서 이제야 완전히 김태리를 기억하게 됐습니다.”
작가는 또 “‘나의 아저씨’와 ‘나의 해방일지’의 작가는 정말 대단했다”고도 했다. “굉장히 문학적일 뿐 아니라 거대한 관용과 사랑이 있는 작품이에요. 드라마를 보면서 내 자신이 구원 받는 느낌이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5년 만에 온 서울에서 가장 가고 싶은 곳은 신당동 중앙시장. “쇼핑부터 음식까지 진짜 뭐든 다 있는 곳이라고 들었어요. 인터뷰 마치면 바로 출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