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오페라단의 오페라 '마술피리' 연습 공개 현장. (서울시오페라단 제공)

‘모차르트 드림팀’이 뭉쳤다.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연습실. 지난 2021년 BBC 카디프 성악 콩쿠르에서 우승한 바리톤 김기훈이 새장을 들고서 연습실 복판으로 나왔다. 이달 말 개막하는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에서 그가 맡은 역은 유쾌한 새잡이꾼 파파게노. 그는 노래하는 도중에도 허공에 발차기를 하고, 근육 자랑을 하는 ‘몸 개그’까지 선보이며 시종 정신없이 뛰어다녔다. 그리 힘을 들이지 않고 노래하는 것 같은데도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특유의 성량(聲量)도 인상적이었다.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에서 파파게노 역의 바리톤 김기훈(왼쪽)과 파미나 역의 소프라노 황수미가 리허설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그를 따스하게 위로하는 여주인공 파미나 역은 2014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이자 2018년 평창 올림픽 개막식에서 올림픽 찬가를 불렀던 소프라노 황수미가 맡았다. 그는 “독일 오페라극장에서 처음 맡았던 역할도 파미나였다”고 했다. 정작 그가 한국에서 이 역을 선보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오케스트라를 연상시키는 생동감 있는 피아노 반주에 맞춰 노래하는 황수미의 목소리에는 우아함이 깃들어 있었다. 최근 세계 유수 콩쿠르와 무대에서 활약하는 한국 성악가들이 비좁은 연습실에서 조우(遭遇)한 풍경이 낯설면서도 신기했다.

오는 30일부터 4월 2일까지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마술피리’는 무엇보다 화려한 스타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은다. 김기훈·황수미 외에도 바리톤 양준모(파파게노 역), 테너 박성근·김건우(타미노), 소프라노 김순영(파미나), 소프라노 유성녀·김효영(밤의 여왕) 등이 출연한다. 박혜진 서울시오페라단 단장 겸 예술감독은 “한곳에 모이기 힘든 성악가들을 어떻게 모았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다행히 성악가들의 일정이 잘 맞았다”고 했다.

서울시오페라단의 오페라 '마술피리' 연습 공개 현장. (서울시오페라단 제공)

이번 오페라 아리아들은 독일어 원어로 부르지만 그 밖의 대사들은 한국어로 소화한다. 이날 타미노 왕자 역의 테너 김건우가 “여기가 어디죠?”라고 묻자, 파파게노 역의 김기훈이 “광화문이죠”라고 능청스럽게 말해서 연습실에 웃음을 불어넣었다. 또한 전통적 아날로그 장르인 오페라에 디지털 영상을 가미할 예정이다. 연극·뮤지컬에서 무대·영상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조수현씨가 연출을 맡았다. 연주는 경기 필하모닉(지휘 이병욱)이 맡는다. 박혜진 단장은 “현실감 있는 3D(차원) 입체 영상 등을 활용해 판타지 영화를 보는 듯한 오페라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오페라 전용 극장이 아니기 때문에 음향 문제가 과제로 남는다. 박 단장은 “전용 홀이 아니기 때문에 울림이 오래 지속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무대 군데군데 작은 마이크를 설치해서 보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