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희 음악평론가

2월 21-24일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제86회 조선일보 신인음악회가 열렸다. 한국 클래식 역사를 이끌어간 수많은 신진 연주자를 배출해낸 무대로, 올해에는 총 21개 대학에서 가장 뛰어난 실기실력을 갖춘 졸업생 38명이 선발되어 관객을 만났다.

‘올해의 신인’은 비올라를 연주한 서울대학교의 신일경에게 돌아갔다. 신일경은 요크 보웬의 <비올라와 피아노를 위한 환상곡>을 연주하였는데 초반에는 비올라 특유의 톤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흡입력 있는 소리를 만들어냈고, 중반 이후 알레그로 섹션에서부터는 화려한 테크닉과 음악성으로 객석을 사로잡았다. ‘올해의 신인’에 선정되지는 않았지만 첼로를 연주한 한국예술종합학교의 박상혁도 언급할 만하다. 박상혁은 첫 음부터 남다른 프레이징을 보여주었으며, 펜데레츠키 곡의 현대적 패시지에서부터 차이콥스키 곡의 낭만주의적 표현까지 능숙하게 소화해냈다.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체임버홀에서 제86회 조선일보 신인음악회 출연자들이 기념 사진을 남기고 있다./장련성 기자

작곡은 다양한 분야 중에서도 유독 고르게 수준이 높았다. 출연했던 여덟 명 모두 개성적인 작품을 선보였으며 연주 또한 나쁘지 않았다. 특히 김동은(전남대), 조세경(연세대), 정현우(서울대), 이지수(중앙대), 이지후(추계예대) 등의 작품이 인상적이었다. 서미로(단국대)와 문성우(서울대)의 피아노 연주도 눈에 띄었다. 서미로는 리스트의 난곡을 자신만의 호흡으로 이끌며 압도적인 클라이맥스를 완성했고, 문성우는 쇼팽을 안정적인 테크닉으로 들려줬다.

성악 분야에서는 바리톤 김태한(서울대)과 바리톤 이근화(전북대)의 음색이 돋보였다. 바리톤 김태한의 경우 더 큰 무대에서 중요한 배역을 맡을 것을 쉬이 상상할 수 있는 무대였다. 현악 분야에서는 이지혜(한양대·첼로), 백채원(이화여대·바이올린), 최하연(숙명여대·첼로)이, 국악 분야에서는 김주연(이화여대·민요), 박수빈(서울대·대금)이 완성도 있는 무대를 보여주었다.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체임버홀에서 제86회 조선일보 신인음악회 출연자들이 기념 사진을 남기고 있다./장련성 기자

관악 분야에서는 플루트를 연주한 김다빈(서울대)이 이견 없는 해석과 음악성으로, 트롬본을 연주한 유승표(중앙대)가 고른 음색으로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올해 신인음악회에 출연한 관악 주자 수가 적었으며, 타악 주자가 한 명도 없었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신인음악회는 음악가의 길을 선택한 학생들이 대학 밖 세상으로 나오기 전 마지막으로 거치는 관문이다. 이들 중 일부는 수년 후에 더 큰 무대에서 활동할 터. 대학생활 내내 팬데믹으로 힘들었을 올해의 출연자들이 앞으로 더 많은 기회와 조우하며 자신만의 음악을 찾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