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강호 기자

충남 천안에 사는 양안다(31) 시인의 방에서는 매일 밤 혼자만의 파티가 열린다. 미러볼 조명이 돌고, EDM(전자음악)이 흘러나온다. 파티를 보며 시인은 생각한다. 짠하다. 밝은 척하네. 수년 전 문학 행사 스태프로 일하던 때, 무대에서 홀로 반짝이는 조명을 보며 위안을 받았었다. 무대 조명은 못 사도 미러볼만큼은 사고 싶었다. 깜박이는 불빛을 바라보다 시인의 눈이 촉촉해진다. 눈물이 모여 시가 된다.

시인의 신작 시집 ‘천사를 거부하는 우울한 연인에게’(문학동네)는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헤매는 이들을 그린 시편을 모았다. 종교에 나오는 천사를 쓴 것은 아니다. 책은 천사가 특별한 존재로 그려진 시를 싫어하던 친구에 대해 고백하며 시작한다. “나는 너를 이해하고 싶었고 그래서 내가 썼다. 특별하지 않고 아름답지 않은 천사를.”

시집은 인간의 내면을 파헤치려는 시도를 담았다. 사랑, 죽음, 유년 시절 등 순간을 마주한 인간의 얼굴을 그린다. 여러 얼굴을 동시에 등장시키는 시가 많다. 죽은 개를 본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 사랑과 슬픔에 대해 노래하는 식(‘꿈속 얼굴을’). 몽환적이고 우울한 분위기의 시편이지만, 실패를 반복하는 이들에게 한 줄기 위로를 건넨다. ‘시작되는 연인들은 응답을 기다리고 있다. 그가 영원한 아이인 줄도 모르고.’(‘첫 안경을 쓰는 아이들을 위해’ 중에서)

2014년 현대문학 신인 추천으로 등단해, 이번이 다섯 번째 시집이다. 매일같이 밤을 새우며 시를 썼다. 학창 시절 밤 새우며 게임했지만, 대학에서 시가 재밌어져 게임을 관둔 시인이다. 그에게 시는 일상이자 유일한 취미. “다른 사람들은 퇴근하면 맛있는 저녁을 먹겠지만, 저는 시가 제일 재미있어요. 시 쓰는 건 게임과 같아요. 플레이어인 시인이 자신만의 규칙으로 만드는 거죠. 다양한 목소리로 제가 생각하는 시의 최고점을 찍을 때 성취감을 느낍니다.”

시집은 출간된 날 중쇄됐다. 시인만의 문체, ‘소년’과 같은 비주얼로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다. 가장 인상 깊은 독자의 반응은 “양안다 가둬 놓고 시만 쓰게 하고 싶다”는 것. 실제로 방에서 시만 쓰는 시인이지만, 그는 “앞으로 눈치 안 보고 더 많이 시집을 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시집을 많이 내니까 ‘퇴고를 안 한 거 아니냐’는 핀잔도 듣습니다. 시 쓰는 시간이 많아서 가능한 것 아닐까요.”

시는 시인의 삶에서 많은 것을 바꿨다. 어릴 땐 머리가 헝클어지면 집으로 돌아가야 했던 그다. 이제는 그 대신 손바닥 크기의 머리빗을 들고 다닌다. “무언가를 사랑하게 되면,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져요. 제게는 시와 친구가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