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버튼게임’ 9억원, 티빙 ‘보물찾기’ 5억원, 넷플릭스 ‘데블스 플랜’ 5억원…. 상금에 ‘억’ 소리가 난다. 거액을 놓고 각자 절박한 사람들이 피말리는 경쟁을 벌인다. 자극적인 소재에 목마른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들이 거액의 현금을 내건 서바이벌 예능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현실판 오징어게임’이다.
지난 2일 1화를 공개한 티빙 ‘보물찾기’에선 24명 참가자가 5억원을 차지하기 위해 숨겨진 돈 가방을 찾아 나선다. 출연자들은 상금을 찾기 위해 때로는 협력하고, 때로는 배신도 서슴지 않는다. 제작진은 ‘돈 앞에서 피도 눈물도 없는 생존 서바이벌’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여기에 인기 심리 게임 방송 프로그램 우승자를 비롯해 140만 구독자를 거느린 유튜버, 소셜 미디어 인플루언서 등이 참가했다.
500여 명의 신청자를 놓고 심층 면접까지 거쳐 참가자를 선발한 채성욱 PD는 “돈에 관한 서바이벌이기 때문에, 자신의 감정과 욕망을 솔직하게 표출해줄 사람들을 뽑았다”고 했다. 티빙 측은 “상금은 게임의 동력일 뿐, 직업도 능력치도 다른 참가자들이 같은 목표를 놓고 팀워크를 이루며 시험을 통과해가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공개된 웨이브 ‘버튼게임’의 상금은 무려 9억원. 각자 1억원의 상금을 보유한 참가자 9명이 14박 15일간 한곳에서 생활하며 게임을 진행, 보유 금액이 0원이 되면 탈락하고 살아남은 참가자들이 각자 남은 돈을 상금으로 받는 방식이다. 부모님 수술비가 절실히 필요한 무명 배우, 사업에 실패한 자영업자, 사기 피해자 등 실제로 돈이 절박한 사람들이 출연했다. 웨이브는 “프로그램의 진정성을 높이려 한 것”이라며 “올해 오리지널 예능 중 압도적으로 가장 많은 신규 유료 가입자를 이끌어냈다. 마니아 장르임에도 열성 팬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내년에는 넷플릭스가 비슷한 콘셉트의 ‘데블스 플랜’을 내놓을 예정이다.
억대 상금을 걸고 관심을 유도하는 이 예능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작년 초에도 한 유명 유튜버가 상금 4억여 원을 걸고 참가자 8명을 밀폐된 공간에 가둬놓고 14일간 생존 게임을 벌이는 웹 예능 ‘머니게임’을 만들기도 했다. 당시 총 조회 수 6000만회를 넘기며 크게 흥행했지만, 제작 도중 출연진 이탈과 폭로전 등 논란을 빚었다.
서바이벌 예능은 해외에선 2000년대 초부터 유행했고, 국내서도 시도됐지만 ‘한국 정서’에 맞지 않아 번번이 실패했다. 하지만 최근 오디션 방식 예능을 통해 상금에 대한 시청자들의 거부감이 많이 줄었고, 일반인 출연자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관찰 예능’도 많아지면서 거액을 내건 서바이벌 예능이 다시 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게임의 내용이 어떻게 변해도 결국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행성이 핵심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내가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돈을 차지하기 위해 남을 밟고 올라서야 하는 서사 자체가 배금주의의 반영이라는 것. 방송처럼 불특정 다수가 보는 서비스가 아니라 가입자 기반 OTT라는 플랫폼 특성을 이용해 자극적 소재를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리얼리티는 출연자가 자기 사생활을 파는 것이고, 서바이벌은 절박함이 서사의 기본인데 이런 특성이 예능에도 이야기를 입히는 한국 방송 콘텐츠의 특성과 만난 것”이라며 “OTT 콘텐츠가 왜 갈수록 자극적으로 흐르는지 이제 한번쯤 돌아봐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