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 ‘호두까기 인형‘은 소녀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호두까기 인형(왕자)과 환상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다 /유니버설발레단

발레 ‘호두까기 인형’이 22일 무용 예매 순위 톱10(인터파크)을 점령했다.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UBC), 와이즈발레단, 광주시립발레단은 물론이고 불가리아 바르나국립발레단까지 뛰어들어 연말 시장이 더 뜨겁다. 현재 ‘호두까기 인형’으로 판매 중인 공연은 26편이다. UBC 7명, 국립발레단 6명을 포함해 ‘호두 왕자(王子)’만 수십 명에 이른다.

서울에서 ‘호두까기 인형’을 가장 빨리 보고 싶다면 오는 26~27일 용산아트홀로 갈 일이다. 코리아발레스타즈가 공연하고 국립발레단 수석을 지낸 김지영의 클라라, 우루과이 국립발레단 출신인 윤별의 호두 왕자를 만날 수 있다. 김지영 경희대 교수는 “모두가 기대하는 크리스마스 전날 밤 호두까기 인형을 선물 받은 소녀가 환상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라며 “관객에게는 설날에 떡국을 먹듯이 ‘연말의 전통’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국립발레단 '호두까기 인형'의 한 장면. 이번 공연에서는 이재우, 허서명, 김기완, 하지석, 구현모, 김명규가 왕자 역할을 나눠 맡는다. /국립발레단

‘호두까기인형’은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속의 미녀’와 함께 고전 발레 3대 걸작으로 꼽힌다. 1892년 러시아 마린스키극장에서 초연했고 올해가 130주년. 차이콥스키 음악과 함께 클라라와 호두 왕자의 2인무, ‘눈의 왈츠’ ‘꽃의 왈츠’ 등 수준 높은 군무, 캐릭터 댄스가 풍성하게 펼쳐진다.

국립발레단과 UBC의 ‘호두까기 인형’은 이야기와 음악이 동일하지만 안무·무대·의상은 사뭇 다르다. 국립발레단은 러시아 볼쇼이 버전으로 더 역동적이고 테크닉이 화려하다. UBC는 러시아 마린스키 버전으로 1막은 아역이, 2막은 성인 발레리나가 여주인공으로 춤춘다. 마임과 마술이 섞여 있고 더 동화적이다. 국립발레단 버전은 성인 관객에게, UBC 버전은 미취학 아동에게 더 어울린다는 평도 있다. 김지영·박세은 등 스타 발레리나들도 어릴 적 ‘호두까기 인형’을 보고 발레에 입문했다.

유니버설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 /유니버설발레단

국립발레단에는 “너는 호두 몇 번 까봤니?”라는 질문이 있다. 몇 년 차인지를 이렇게 묻는다. 서울 예술의전당에 오르는 국립발레단 작품은 발매 당일 12회 공연이 거의 다 매진됐다. 김현아 홍보팀장은 “생후 48개월부터 볼 수 있어 아이들이 경험할 수 있는 첫 클래식 발레이고 발레단 입장에서는 주역의 등용문”이라고 말했다. 국립발레단은 김해, 세종, 천안에도 간다. UBC 홍보팀은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하는 13회 공연은 1~2층이 거의 다 판매돼 최근 3층 객석을 열었다”고 전했다. 지방은 안동, 안성, 대전, 군포를 돈다. 서울 공연에서는 오케스트라가 차이콥스키 음악을 라이브로 연주한다.

바르나국립발레단은 이번이 첫 내한 공연이다. 불가리아 바르나는 세계 4대 발레 콩쿠르 중 하나인 바르나콩쿠르가 열리는 도시다. 바르나국립발레단은 크리스마스 시즌에 바르나가 아니라 ‘호두까기 인형’과 함께 대구, 거제, 순천, 익산, 목포 등을 투어한다. 와이즈발레단은 서울 마포·강동에서, 서울발레씨어터는 과천에서, 광주시립발레단은 대구에서 각각 호두를 깐다. 국내에 이 스테디셀러에 대한 수요가 그만큼 많다는 방증이다. 객석을 모두 합치면 10만석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불가리아 바르나국립발레단은 이번 내한 공연에서 '호두까기 인형'과 '백조의 호수'를 번갈아 공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