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공공장소에서 말을 듣지 않으면, 부모는 우선 타인에게 줄 피해를 걱정해요. 하지만 몇 번 주의를 줘도 아이가 제어되지 않으면 아이 하나도 통제하지 못하는 무능력한 부모로 비칠 거라고 느껴요. 이때 수치심을 느끼기도 합니다.
주변 사람들이 나와 내 아이를 향해 짓는 싫은 표정, 불쾌한 표정이나 몸짓이 늘어가면 마음은 더욱 불편해지지요. ‘민망하다’ ‘부끄럽다’ ‘창피하다’ ‘억울하다’ 같은 감정을 느껴요. 그러다 결국 아이에게 화를 내게 되지요.
부모는 공공장소에서 아이가 말을 듣지 않으면, 집에서 말을 듣지 않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감정을 느껴요. 부모는 자기 자신은 물론 자신과 아이의 관계, 자신과 배우자의 관계, 자신과 낯선 사람의 관계 등을 생각하게 되지요. 그래서 공공장소에서 아이가 말을 듣지 않을 때 부모는 더욱 아이를 빨리 통제하고 싶어 합니다.
그러다 보니 욱해서 아이를 거칠게 잡아 끌거나 때리거나 소리를 지르는 등 공격적으로 대하게 돼요. 하지만 그런 뒤에는 대개 후회해요. 왜냐하면 행동이 과했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공공장소에서 부모가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것은 결국 ‘타인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느냐’를 생각하며 사회적 관계를 고려하기 때문이에요.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감정을 인식했다면, 그 감정을 줄일 방법을 택해야 합니다. 아이를 데리고 사람이 없는 곳으로 가는 거예요.
그곳에서 아이가 조용해지기를 기다린 후, 공공장소에서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을 가르치면 됩니다. 아이는 어디서든 말을 잘 안 듣는 존재입니다. 그것이 아이들이 가진 정체성이지요. 공공장소에서 하는 훈육이 실패하는 것은 부모 자신이 갖고 있는 감정 때문일 때도 있습니다. 그 감정의 정체를 알 필요가 있지요.
오은영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