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예술원이 26일 마련한 연극포럼 '매혹으로서의 연극'의 네 배우 /대한민국 예술원

대한민국예술원(회장 유희영)이 원로 배우이자 예술원 회원인 박정자, 오현경, 손숙, 이호재(예술원 입회순) 등 4명의 연극론을 독백 형식의 무대로 마련한다. 예술원 연극포럼 ‘매혹으로서의 연극: 네 배우의 모놀로그’(연출 손진책)가 오는 26일 오후 3시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열린다.

박정자의 ‘꿈속에선 다정하였네’, 오현경의 ‘봄날’, 손숙의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 이호재의 ‘맥베스’ 등 네 배우의 대표작 몇 대목을 독백으로 만날 수 있다. 그들은 연극에 매료된 계기가 다르다. 스스로 생각하는 연극의 진정한 매력, 앞으로 지향해야 할 점도 들려줄 예정이다.

박정자는 혜경궁 홍씨가 남긴 회고록 ‘한중록’을 바탕으로 한 연극 ‘꿈속에선 다정하였네’의 어느 장면을 재현한다. 오현경이 연기하는 ‘봄날’에서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절대권력처럼 군림하다 소멸해가는 인물이다. 마르고 늙은 몸으로도 차돌처럼 강인한 인상과 지칠 줄 모르는 탐욕을 보여준다.

‘매혹으로서의 연극: 네 배우의 모놀로그’에서 독백을 들려줄 박정자, 오현경, 손숙, 이호재(왼쪽부터). /이진한·남강호·이태경·장련성 기자

손숙의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은 박완서 소설이 원작이다. 1988년 남편과 아들을 석 달 간격으로 잃은 작가의 경험을 배우 손숙이 심장을 도려내는 고통으로 돋을새김한다. 이호재는 이해랑연극상을 가장 먼저 수상(1994년)할 만큼 대학로를 지배한 배우였다. 빠른 이해력과 유려한 연기로 관객에게 다가가는 그가 들려주는 셰익스피어 원작 ‘맥베스’의 독백은 어떤 맛일까.

모노드라마(1인극)는 배우의 무덤으로 불린다. 배우가 가진 걸 바닥까지 긁어내야 하고, 그래도 연극이 망가질 땐 그의 연기 인생도 동반 추락하기 때문이다.

지난여름에 박정자·손숙은 국립극장에서 연극 ‘햄릿’에 출연했다. 이해랑연극상을 받은 배우 10명이 참여했는데 가장 치열한 배역은 무덤지기였다. 박정자는 무덤지기의 매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부귀도 영화도 이념도 덧없다. 모두 이렇게 해골이 되고 먼지가 될지니. 왕도 광대도 미녀도 추남도 종착역은 같다. 무덤지기는 관객이 알면서도 평소에 회피하는 진실, 눈을 돌리고 귀를 막는 진실을 던져주려고 등장한다.”

연극은 배우와 관객이 공연장에서 만나 교감하며 감동을 주고받는 예술이다. 지난 3년은 코로나 사태로 공연이 자주 중단되거나 취소됐다. 문화 현장에서 소통에 대한 욕구가 더 커진 셈이다. 이날 공연에 이어 역시 예술원 회원인 시인 이근배, 화가 이종상, 피아니스트 신수정이 ‘내가 바라본 연극 이야기’를 주제로 관객과 대화하는 시간도 갖는다.

예술원은 “50~60년 이상 연극 무대를 지킨 배우만이 가진 내공의 연기를 통해 연극예술이 지닌 힘을 느끼고 생각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공연은 전석 초대. 관람을 희망하면 전화(02-379-5980)로 예약해야 하고 선착순으로 마감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