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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똥나무는 이름이 재미있는 나무다. 요즘 길거리 생울타리나 화단에서 검게 익어가는 쥐똥나무 열매를 보면 왜 이같은 이름이 붙었는지 금방 짐작할 수 있다. 둥근 열매의 색이나 모양, 크기까지 정말 쥐똥처럼 생겼다.
쥐똥나무는 좀 지저분한 나무 이름과 달리, 봄에 피는 흰 꽃은 제법 아름답고 은은한 향기도 아주 좋다. 5~6월 유백색 꽃송이에서 나는 진한 향기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멈추게 할 정도다. 산에서도 볼 수 있지만, 도심에서 울타리용으로 심은 이 나무를 흔히 볼 수 있다. 북한에서는 검정알나무라고 부른다는데, 북한 이름이 더 나은 것 같다.
박민규 장편소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는 프로야구 초창기 최하위 성적을 기록한 삼미 슈퍼스타즈 스토리를 바탕으로 경쟁을 강요하는 사회와 이를 거부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인공은 어린 시절 프로야구가 출범하면서 삼미 슈퍼스타즈 어린이 팬클럽에 가입한다. 그러나 삼미는 1할2푼5리의 승률이라는, 전무후무한 패배 기록을 세우고 머지않아 사라졌다.
주인공은 대학에 진학했지만 대학 생활은 겉돌았다. 삼미 슈퍼스타즈 팬으로, ‘최하위라는 심리적 문신’을 지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보니 너무 따분하다. 그 즈음 홍대 앞 카페에서 만난 2년 연상의 여대생은 삼미 슈퍼스타즈 얘기만 해주면 ‘허리가 휘어질 정도’로 웃음을 터트리며 좋아했다. 둘은 술을 마시며 젊음을 탕진했다. 그 즈음 일화에 쥐똥나무가 나오고 있다.
<3월의 시작과 함께, 나는 첫발이 미끄러지듯 새 학기의 시작이 주는 쥐꼬리만 한 스트레스를 조르바에게 털어놓았다. (중략) 그래서 그날은 조금 과하게 술을 마셨다. 그럴 수 있는 일이었고, 물론 그녀와 함께였다. 다음날엔 그녀가 졸업 학기의 시작이 주는 쥐똥만 한 스트레스를 나에게 털어놓았다. 이거야 원, 다음날 학교를 결석할 만큼의 술을 마시게 되었다. 그런 일들이 자꾸만 생겨났다. 나와 그녀에게 아무 일이 없으면 조르바가 쥐며느리만 한 스트레스를 털어놓고, 마치 왈츠의 리듬처럼 그 다음 날엔 조르바의 친구가 쥐방울만한 스트레스를 털어놓았다. (중략) 결국 한 그루의 쥐똥나무만 한 스트레스가 서로의 마음 속에 자라나버렸고, 급기야 서로가 어우러진 울창한 쥐똥나무의 숲이 형성되어 버렸다. 결국 그해의 봄은 엉망진창이 되어갔다.>
남해안과 제주도에 가면 쥐똥나무 비슷한데 겨울에도 잎이 지지않고 푸른 잎을 달고 있는 상록수를 볼 수 있다. 이 나무는 광나무다. 잎과 열매가 쥐똥나무 것보다 좀 크지만 아주 비슷하게 생겼다. 두터운 잎에 광택이 있어서 이름이 광나무다.
쥐똥나무는 막 잘라도 다시 가지에서 싹이 잘 나오고, 공해에도 강해 울타리용으로는 적격인 나무다.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는 책 ‘궁궐의 우리 나무’에서 “쥐똥나무는 자동차 매연에 찌들어버린 대도시의 도로와 소금기 머금은 바닷바람이 몰아치는 바닷가에서도 거뜬히 버티므로 생울타리로 심기에 가장 적합하다”며 “아예 생울타리로 쓰이기 위해 태어난 나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쥐똥나무 외에도 사철나무, 화살나무, 회양목, 탱자나무, 눈주목 등이 생울타리로 많이 쓰이는 나무다. 사철나무는 주로 남부지방에서 자라지만, 요즘엔 서울에서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꽃은 6∼7월에 연한 노란빛을 띤 녹색으로 피고 늦가을부터 붉은 열매가 달리는데 요즘 막 열매가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화살나무도 울타리용으로 많이 심고 있다. 요즘 나무들 중 가장 먼저 붉은 단풍이 들고 있다. 공원이나 길거리에서 화살나무를 조밀하게 심어 울타리를 만들어 놓은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화살나무는 줄기에 두 줄에서 네 줄까지 달려있는 코르크질의 날개가 달려 있어서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나무 이름은 이 날개가 화살에 붙이는 날개 모양 같다고 붙인 것이다.
회양목도 울타리 또는 조경용으로 흔히 쓰이는 나무다. 특히 어중간한 빈터를 녹색으로 가득 채우거나 낮은 울타리를 만들때 많이 쓰고 있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고, 늘 푸른 잎을 달고 있는 것도 장점이다. 회양목 별명은 도장나무다. 자라는 속도가 더딘 대신 목재 조직이 아주 치밀해 섬세한 가공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란 꽃이 아름답고 개화기간이 긴 황매화, 주목 중에서 누운 형태로 자라는 눈주목도 생울타리로 많이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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