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가면산장 살인사건'의 한 장면. /비컨컴퍼니 제공

남부러울 것 없이 자란 제약회사 사장의 막내딸이 결혼식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운전 부주의로 인한 절벽 추락사였다.

얼마 뒤 제약회사 사장은 딸의 약혼자였던 다카유키를 자신의 별장으로 초대했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가족들이 별장에서 모임을 했는데, 올해는 딸의 일도 있으니 건너뛸까 하다가 그대로 진행한다고 했다. 인자한 미소를 띤 사장 부부는 다카유키를 아들처럼 맞아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라”고 했다.

화기애애 해 보였던 파티 분위기는 죽은 막내딸 도모미의 친구가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꺼내면서 묘하게 흘러간다. 교통사고가 아닌 ‘살인’이라는 거다. 이 말에 제약회사 사장은 역정을 내며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등장인물 모두가 의심스러워지는 순간이다.

그때 갑자기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경찰에 쫓기던 2인조 은행 강도가 별장에 침입해 그곳에 모여 있던 8명을 감금하고 인질극을 벌인다. 이 와중에 가족 중 한 명은 칼에 찔린 채 발견되고, 범인은 강도가 아닌 인질 중 한 사람이다. 도모미의 죽음과 이번 살인이 연관된 것일까. 범인일 것 같은 이들이 계속 뒤바뀌며 관객과 두뇌싸움을 벌이다가 연극은 상상할 수 없었던 엄청난 반전으로 끝맺음한다.

연극 '가면산장 살인사건'. /비컨컴퍼니 제공

연극 ‘가면산장 살인사건’은 일본의 유명 추리작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쓴 동명의 책을 원작으로 한다. 외딴 산장에 모인 이들과 하나씩 드러나는 과거, ‘범인은 이 안에 있다’는 설정은 일본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새로운 소재는 아니다. 하지만 히가시노 게이고는 반전에 반전으로 신선함을 선사한다. 연극 역시 스토리가 주는 충격감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소설과의 차이도 있다. 독자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던 인물들이 내 눈앞에서 살아 움직인다. 영화와 드라마 등에서 오랫동안 활약했던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도 현실감을 높이는데 일조한다.

코로나로 마음대로 돌아다니지 못하던 기간, 추리소설과 만화로 아쉬움을 달래던 ‘방구석 코난’들에게 연극 ‘가면산장 살인사건’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