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아르 첩보물의 장르 형식을 빌려온 새 스타워즈 시리즈 ‘안도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광선검을 휘두르는 제다이 기사도, 포격전을 주고받는 거대한 우주선도 없다.

오늘(5일) 공개하는 디즈니+의 새 스타워즈 시리즈 ‘안도르’는 비 내리는 밤, 어두운 뒷골목을 바삐 걸어가는 한 남자의 뒷모습으로 시작한다. 차갑고 푸른 빛을 내는 가로등, 끈적한 음악이 흐르는 바, 암호 같은 말을 주고받는 사람들, 그리고 뜻밖의 살인 사건…. ‘안도르’는 익숙한 SF 영화의 문법을 벗어던지고, 첩보 액션 누아르를 닮은 새로운 이야기를 선보인다.

제국의 횡포에 고향 행성을 잃은 ‘카시안 안도르’(디에고 루나)는 어릴 적 헤어진 동생을 찾으려다 살인에 휘말려 제국군에 쫓기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합류한 무리는 변경의 제국 기지 금고를 탈취하겠다는 반란군의 골칫덩이들. 불가능한 임무의 시작이다.

주인공 ‘안도르’는 원래 스타워즈의 첫 스핀오프 영화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2016)의 등장인물. 제국군 본거지에 침투해 행성 파괴 병기 ‘데스 스타’의 설계도를 빼내는 작전에 참여한 파일럿이었다. 하지만 길고 복잡한 역사를 몰라도 상관없다. 이미 검증된 제작진이 제다이 기사와 다스 베이더로 상징되는 기존 스타워즈의 세계로부터 떨어져 나와 새로운 주인공과 이야기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제작 총괄은 맷 데이먼 주연의 스파이 액션물 ‘제이슨 본’ 시리즈 1~3편의 각본을 썼던 토니 길로이.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 ‘블랙 미러’를 연출한 토비 헤인스가 수석 감독으로 참여했다.

‘안도르’는 북미에서 지난달 말 공개된 뒤 로튼토마토 평론가 지수 90%, 관객 지수 81%로 평단과 대중 양쪽에서 고른 호평을 받고 있다. 마니아 팬이 많은 스타워즈 시리즈가 출발부터 이런 평가를 받기는 쉽지 않다.

디즈니는 그동안 ‘라스트 제다이’(2017) 등 새 스타워즈 영화로는 고전했다. 반면 OTT 플랫폼 디즈니+에서 새로 선보인 스타워즈 시리즈들은 비평과 흥행 양쪽에서 선전했다. 신화적 서부극의 스타일을 회복한 ‘만달로리안’과 ‘북 오브 보바펫’, 제다이 기사의 로드 무비 ‘오비완 케노비’ 등은 스타워즈가 영화관의 대형 스크린뿐 아니라 안방극장에 적합한 드라마 형식으로 변형해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걸 보여줬다.

누아르 장르의 옷을 입은 ‘안도르’의 등장은 이제 콘텐츠 제국 디즈니가 스타워즈를 어디까지 새롭게 만들어낼 수 있는지 보여주는 모범 사례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