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섭섭남' '국민 포옹의자' 애칭을 얻은 강태오/맨오브크리에이션

“제 목표가 저 군대 가기 전에 저희 어머니 일 그만두게 하고 싶은 거였는데, 드디어 이제 그 꿈을 이루게 됐어요. 마음 편하게 군대 다녀올 수 있어서 뿌듯합니다!”

ENA 채널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에서 주연을 맡은 강태오(본명 김윤환·28)는 드라마에서처럼 씨익 하고 미소를 지었다. 그는 이번 드라마에서 자폐스펙트럼이 있는 주인공 우영우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사랑하는 이준호 역을 맡아 다정하면서도 따뜻한 연기로 많은 인기를 얻었다.

우영우의 고래 이야기에 귀기울이며 ‘공감’이란 걸 선사하고, 우영우와 서로 풋풋하게 싹트는 감정을 교감하며 나눈 “섭섭한데요” “좋아해요. 너무 좋아해서 제 속이 꼭 병든 것 같아요” “내가 돼 줄게요. 변호사님의 전용 포옹 의자” 등은 명대사로 자리잡았다. 덕분에 ‘국민섭섭남’ ‘국민포옹의자’ 등의 별명도 붙었다.

그는 종영 인터뷰를 위해 만난 자리에서 “‘우영우’를 많이 사랑해주신 덕분에 부모님께 그간 못해드린 선물을 해드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의 첫 선물은 집 리모델링. 또 허리가 안좋은 어머니가 재활 치료를 받게 해 드린 것이다. “사우나에서 손님분들한테 로커(locker) 키 드리는 일 같은 거 하시거든요. 허리가 안좋으셔서 늘 의자에 앉아계시곤 했죠. 엄마한테 얼마 전에 ‘일 그만두시고 재활치료 받으세요’라고 말씀드렸어요. 군대 가기전 제 소망이었는데 이룰 수 있어서 너무 기분 좋죠.”

이제 곧 군입대를 앞두고 있는 그는 어머니에게 말씀 드린 장면을 재연했다. “엄마 그만해. 그만해 알겠지? 내가 생활비 줄 테니까 스탑(stop)!’ 단단하면서도 약간의 들뜸을 감출수 없는 목소리의 강태오는 우영우에게 든든한 지원자가 돼 준 이준호의 현실판과 다름 없어보였다.

극중 송무팀 직원으로 ‘발로 뛰는’ 역할을 도맡은 그는 타인의 아픔에 먼저 공감했다. 그는 얼마 전 중부지방 집중호우 이재민들을 돕고자 수재 의연금 2000만원을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기부하기도 했다. “극 중 영우처럼 저 역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배우로서 새로운 회전문을 통과한 것 같아요.”

'섭섭한데요' 장면. 강태오는 극 중 송무팀 역할을 위해 수평적, 수직적 관계 일지에 대해서 또 패션은 어떨지에 대해서 주변 의견 청취를 하고, 각종 자료를 찾아보는 등 연구했다고 설명했다. 자료를 많이 담아야 하기에 백팩이 꼭 필요하다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고 덧붙였다. /ENA채널

◇'섭섭한데요’, 그렇게 사랑많을지 예상 못해...10번 넘게 찍었다.

1994년 인천에서 태어난 강태오는 2013년 웹드라마 ‘방과 후 복불복’으로 데뷔했다. 이후 배우들로 구성된 그룹 ‘서프라이즈’의 멤버로 활동했다. 배우에서 사업가로 변신한 유일을 비롯해 배우로서 이미 스타덤에 오른 서강준, 공명, 이태환 등이 같은 그룹 멤버.

그는 “(서)강준이 형부터 시작해서 관심을 많이 받아 형들이 부러운 면도 있었지만 진심으로 모두 서로 축하해줬다”면서 “‘나도 언젠간 한 우물만 쭉 하다 보면 팬분들이 나에게 관심을 가져다주는 날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왔기에 힘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제가 진심으로 멤버를 응원하고 축하해준 것처럼 멤버들도 진심으로 축하해줬어요. 당연히 기분 좋죠. (공)명이는 이번 휴가 나왔을 때 만났었거든요. 너무 축하해준다고 했고, (더 먼저 군대간) 강준이 형도 우리 채팅방에서 너무 축하한다고 해줬고, 태환이도 얼마전 훈련소 훈련마치고 전화와서 ‘축하한다’고 말해줬어요. 영상 한번만 찍어서 보내달라면서요(웃음).”

그에게 ‘국민섭섭남’이란 별명을 안기며 스타덤에 오르게 한 한마디 ‘섭섭한데요’에 대해 그는 “사실 지금의 인기를 예상하지 못한 장면”이라고 웃었다. ‘섭섭한데요’는 우영우가 자신에게 싹트는 감정을 이준호에게 설명하는 도중 탄생했다.

“입맞춤 장면이나 준호가 갑자기 ‘버럭’하는 장면 같은 경우는 어느 정도 반응이 있을 거라 예상은 했는데, ‘섭섭한데요’에서 이정도까지 반응해주실 줄은 몰랐어요. 어떻게 보면 처음으로 영우가 준호한테서 본인의 감정 상태를 얘기를 한 거잖아요. 그 말을 들었을 때 준호는 얼마나 기분이 좋았겠어요. 좋으면서도 덩달아 같이 긴장도 되고 설레고 그런 여러가지 감정을 연기해보느라 테이크를 되게 많이 했어요.”

‘같이 있는 데도 심장이 뛰지 않는거냐’라며 ‘섭섭한데요’라고 말할때, 강태오의 설레는 듯 충만한 눈빛과 한 템포 쉬면서 말하는 호흡이 곁들여지며 강한 긴장감을 형성했다. 10번 넘게 찍어 완성한 장면이라고 했다. “할 때마다 다른 느낌이 많이 들었어요. 너무 세게 하니까 감독님한테 ‘좀 무섭다’라는 말을 듣기도 했고요(웃음) 감독님과 대화하면서 장면을 만들어가다보니 그 모습도 어느 새 자연스럽게 나온 것 같아요.”

강태오는 "완벽한 준호와 달리 나는 '편하고 부족한 구석도 있고 재밌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평소 예능 등에서 털털한 모습으로 팬들에게 웃수저(금수저, 은수저처럼 웃음을 주는 데 타고 난 것)란 별명도 받았다. 특히 과거 춤추는 모습과 어금니꽉 모습이 온라인에서 다시 화제가 되면서 '웃수저'에 이어 '웃국자' '웃냄비' '웃가마솥'에 이어 '웃크레인'까지 등장했다. 강태오는 "친구들이 자꾸 짤을 보내주는데, 옛날 춤춘 모습은 너무 민망해서 정말 눈뜨고 못보겠고(웃음), 하지만 그 모습을 팬분들이 좋아해주신다니 기분 좋다"고 웃었다. /맨오브크리에이션

◇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든든한 한 끼 먹고 가는 기분”

강태오는 9월쯤 입대예정. 데뷔 10년만에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그를 두고 ‘아쉽다’는 평도 있었다. “누구는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되는 거 아니냐’ 이런 얘기를 많이 하는데요. 그렇게 따지면 정말 밑도 끝도 없는 거잖아요. 잘 돼서 가는 거니까 정말 기분 좋게 떠날 수 있게 됐어요. 저는 오히려 되게 든든한 한 끼를 먹고 가려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어요.”

가족·친지는 물론 주변 친구들에게도 정말 많은 축하를 받았다. “각종 매체나 커뮤니티에 오른 걸 스크린샷(캡쳐)해서 보내주세요. 친구들은 ‘야, 너 얼굴 그만 봤으면 좋겠어. 너무 자주 나온다’며 편하게 놀리곤 하죠. 집에 주로 있어서 반응을 잘 몰랐는데 얼마전 시구할 때랑 팬분들 만나는 이벤트때 정말 많이 환호해 주셔서 놀랐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배우를 꿈꿨다. 연극 배우가 꿈이었다. 커튼 콜 때 박수 갈채를 받는 기분이 마냥 좋았다고 했다. 그 짜릿한 기분을 평생 느끼고 싶었다. 중고등학생때는 청소년 영상 제작반에서 배우를 했다. “부모님이 많이 반대하셨죠. 언젠가 커가면서 꿈이 바뀌겠지 하셨던 거 같은데 저는 항상 배우였거든요. 예고를 보내달라고 했는데, 부모님이 예고 보낼 돈 없다셔서 정말 크게 싸운 적도 있죠. 제가 고집을 한 번 품으면 그걸 이뤄내려는 고집이 강하거든요. 고등학생 때 가족 몰래 기획사 오디션을 봤죠. 당당하게 합격했어요. 그러니까 그때서야 믿어주시더라고요.”

예전 반대를 하던 부모님은 이제 누구보다도 든든한 지원자가 됐다. 풍족하지 않은 집안 살림에 충분히 지원해주지 못하는 점을 누구보다도 가슴아파했던 그들이다. 그의 아버지는 “고향인 인천에서” 버스 운전을 하신다고 했다. 엄마는 각종 공장일부터 식당까지 항상 생활전선에 나섰다고 했다. “엄마가 그렇게 반대하시더니 어디 나가려고 하면 ‘공인이데 이쁘게 하고 나가야지’라며 챙겨주세요. 하하. 또 제가 얼굴이 잘 붓는 편이라 식단 관리를 잘하려고 하는데, 엄마가 TV보시고는 ‘어제 저녁때 뭐 먹었어?’라면서 모니터링 꼼꼼히 해주시기도 하고. 너무 행복하죠.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한테 인정받으면서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으니까요.”

그는 결말에 대해 “정말 만족한다”고 했다. “회전문 앞에서 ‘우영우 변호사님’하고 끝나잖아요. 너무 화려한 것도 아니고 1화 때 받은 산뜻한 기분을 되살리며 한결 같은 느낌을 받았죠. 기분 좋은 텐션이 마지막까지 이어졌어요. 저도 인생에 회전문 하나를 통과한 기분이에요.”

◇10년 중 가장 고민 많았던 배역…이준호의 존재감 과시하지 말자고 생각

그는 짜릿한 에피소드로 연결된 대본과 동료 배우들과의 호흡, 평소에 연출적으로 존경했던 유인식 감독의 힘이 더해지면서 좋은 작품이 탄생됐다고 말했다. 특히 박은빈 배우를 만난 건 기대감이 컸다고. “이번 작품으로 은빈 누나를 알기 전에 배우로서 지켜봐온 게 있잖아요. 깨끗하고 정석적인 기운이 궁금했어요. 대선배님인 은빈 누나와 호흡 맞추게 됐다는 거 듣고 정말 좋았죠. 영광이었고요. 보고 배울 지점이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막상 보니 더 대단했다고 말했다. “대사의 그 많은 분량도 분량이지만, 내가 이 역할을 해냈다면 먹먹하고 막막하고 선뜻 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거든요. 다 소화를 해내고도 피곤할 수 있는 컨디션에서 늘 밝은 텐션을 유지하는게 너무 보기 좋았죠. 엄지척!”

이준호라는 배역 역시 쉬운 건 아니었다. 시작하는 연인들에 대한 감정표현부터 장애인과의 사랑 등 고려해야 할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10년 연기를 하면서 그 전 배역들이 보통 색깔이 강하고 짙어서 어떤 경로를 타면 쭉 갈수 있는 분위기였거든요. 그런데 준호는 그런 인물이 아니에요. 준호가 물론 배역도 크지 않고 말도 그렇게 많은 친구는 아니지만 그래도 멜로 파트를 맡고 있고, 어떻게 보면 하나의 인생 스토리를 완성할 때 중요한 인물이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이준호로서 나의 존재감을 과시하려고 연기를 하지는 말자’고 생각했어요.”

그는 “뒤에서 바라보는 이준호의 성격을 제대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영우를 위해서 늘 앞에보다는 뒤에서 바라보고 있고, 있는 듯 없는 듯 하거든요. 저도 늘 어딘가에 존재하고, 뒤에서 은은하게 영우를 받쳐주는 그런 느낌으로 나타내야 겠다 생각했죠.”

말을 할 때든 말투에서든 크게 돋보이려고 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건 준호가 영우에 대한 감정을 공감하실 수 있게끔 거기에 가장 포커스를 둔 것 같아요.”

대사 하나하나에 감정을 심을 때도 조심스럽게 다가섰다. “제주도에서 영우에게 ‘버럭’하는 장면이 특히 조심스러웠어요. ‘지금 장난해요?’하는 대사가 어쩌면 영우에게 너무 공격적이지 않을까. 근데 준호라면 아무리 답답한 마음이 있어도 영우를 생각하는 입장에서 참고 감정을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아니면 다른 표현으로 호소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많았죠.”

감독님과의 상의가 필요했다. 유인식 감독은 “오히려 준호가 영우에게 느끼는 감정이 더욱 사랑이란 게 명확해지고, 그래서 준호가 평소의 영우에 대해 더 많이 참아왔고 배려를 해왔다는 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라는 답변을 해왔다고. 준호가 얼마큼 티 안 내기 힘들었을지를 알게 될 것이란 뜻이었다. “준호도 사람인데 너무 아무리 완벽해도 사람인데, 제가 좀 예민하게 받아들였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풋풋함이 돋보였던 박은빈-강태오 커플. 강태오는 "박은빈이 웨딩드레스 입은 모습을 보며 반하는 데서부터 준호의 영우 바라기가 시작된다"고 말했다. /ENA채널

◇스스로 공부해서 탄생시킨 ‘국민 포옹의자’

‘국민 섭섭남’ 다음으로 인기 끈 ‘국민 포옹의자’의 경우 그가 연기를 위해 많이 찾아본 뒤 아이디어를 추가했다고 덧붙였다. “준호를 연기하니까 준호처럼 나도 똑같이 공부를 해야겠네 싶었죠. 검색을 해보니까 말 그대로 감각 과부화 상태일 때 몸에 압력을 가하는 방법이 나와 있더라고요. 감독님께서 어떤 식으로 포옹하는 게 좋겠느냐고 하시기에 제가 준비한 걸 말씀드렸어요.” 뒤에서 영우를 감싸는 연기가 그렇게 탄생한 것이다.

“제가 정말 포옹 의자가 된 것처럼 생각했던 것 같아요. 공감대가 형성이 돼야 감정이든 상황을 설득시킬 수 있고 납득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입맞춤 장면도 마찬가지였어요.” 서로 서투르고 쑥스러운 모습을 표현하는 건 자연스러웠다고. “‘키스를 할 때 이빨이 부딪히는 겁니까’라고 물어보는 게 웃기고 귀엽잖아요. 준호도 민망한데 너무 좋은 거죠. 생각하고 나온 장면은 아니에요.”

그는 여러 회차 중 ‘ATM기 사건 관련 소송’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변호를 해야 되지만 그 도덕적으로나 인간의 윤리적 양심이 걸리는 부분도 있을 거잖아요.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 변호를 할 수 있을까 그런 딜레마가 궁금했었죠. 그런 딜레마가 잘 표현돼 있었고, 인간적 후회를 하는 모습도 담겨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영우가 멋진 변호사에서 좋은 변호사가 되는 분기점이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강태오에게 멋진 배우에서 좋은 배우가 되어야 겠다고 생각하게 된 기점은 언제였을까. “이제 배우로서 한 단계 넘어섰을 뿐인데요. 아직 저에겐 더 많은 기회가 남아있을 거라고 생각하고요. 부모님께서 철 없다고 생각하실 그 시절 잠자리에 들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어요. 언젠가 나도 보타이를 매고 레드카펫을 밟는 걸 늘 꿈꿨죠. 매일 거울보며 이병헌 선배님 건치 미소를 따라서 연습하기도 했어요.(웃음)”

'조선로코-녹두전' 에서 동주(김소현 분)를 연모하는 순정남 차율무와 왕권을 얻으려는 야심가 능양군 사이를 오가는 연기로 깊은 인상을 남긴 바 있다. 능양군으로 '흑화'되는 장면/KBS

꿈꾸던 레드카펫을 밟은 순간도 있었다. 2019년 KBS ‘조선로코-녹두전’으로 연말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수상한 바 있다. “제 자신에게 그냥 되게 뿌듯하고 늘 머릿속으로 생각하던 그 이미지가 뭔가 현실이 된 것 같아서 너무 좋았던거 같아요. 처음 밟았을때요? 지금 되돌려 생각해보니까 그런거고, 사실 너무 떨려서 백지처럼 아무 생각도 안났죠. 하하.”

그는 좋은 배우가 되고 싶은 꿈을 꾼다. 그의 설명을 들으면 ‘포옹 의자’가 절로 떠오른다. “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스타가 될거’ 같은 꿈이나 배포로 시작한 게 아니에요. 무대 위에 서 있는 기분이 좋아서 하게 됐거든요. 지금처럼 쭉 작품을 하면서 예술적으로, 연기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죽을 때까지 계속 됐으면 좋겠어요. 이번 드라마처럼 각박한 생활 속에 소소한 힐링과 따스함을 느끼실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데 일조할 수 있다면, 그게 제 삶의 목표이자 배우로서 주어진 제 역할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