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강기영이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CGV에서 진행된 ENA채널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마지막회 시청자 단체관람 이벤트 전 환호하는 팬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이 동시에 있는 신입 변호사 우영우(박은빈 분)의 대형 로펌 생존기를 그린 작품이다. 2022.8.18/뉴스1

“동료들이 요즘 ‘대세 배우’라고 불러줘요. 이런 관심을 동료들한테까지 받는 게 처음이라 부끄럽기도, 쑥스럽기도, 놀랍기도 하네요. 이런 날이 있을 거라 생각도 못했어요.(웃음)

18일 종영한 ENA채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에서 시니어 변호사 정명석 역을 맡은 배우 강기영(39)은 “좋은 작품이 될 거라고 생각은 했는데, 이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아본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종영하게 돼 ‘시원섭섭’한 게 아니라 ‘섭섭섭섭’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드라마 ‘우영우’는 첫 회 0.9%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으로 시작해 마지막 방송에서 전국 17.5%를 기록했다.

“그간 배역을 맡으면서 주로 동시간대 다른 채널 드라마들이 ‘신드롬’급 인기를 누린 적은 많았거든요. 그런데 이처럼 ‘신드롬 드라마’의 일부가 되어보니 마냥 신기하네요. 촬영장이 언제나 웃음일 정도로 배우, 제작진, 스태프 모두 호흡이 좋았지만 주인공 우영우를 맡은 (박)은빈 배우한테도 참 많이 배웠어요. 큰 그림을 그리며 숲을 보는 사람이더라고요.”


정명석 변호사 처럼 포즈르 취한 배우 강기영/나무엑터스 제공
위트있고 유머러스한 역을 주로 맡았지만 서늘하고 웃음기 가신 역할부터 장르와 상관 없이 자신의 스펙트럼을 넓혀보고 싶다는 강기영/나무엑터스 제공

◇'서브 아빠’ 넘어 ‘메인 아빠’도 잘하고 싶어

2009년 연극 ‘나쁜자석’으로 데뷔한 뒤 각종 드라마와 영화에서 주로 유머러스한 캐릭터를 맡아온 강기영은 이번 드라마를 통해 부드럽고 따뜻한 인간미를 십분 발휘했다.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주인공 우영우 변호사(박은빈 분)의 성장을 돕는 멘토로 인기를 끌며 현실에 없을 ‘유니콘 상사’로 불렸다. 그를 통해 ‘서브 아빠’라는 신조어도 탄생했다. 주인공과 이성으로 엮이는 ‘서브 남주(남자 주인공)’ 대신 아빠같이 든든하고 다정한 역할을 가리킨다. “많은 이들이 현실에 없는 캐릭터라곤 하지만 어딘가엔 정명석이 살고 있을 거라 믿으며 연기했어요.” 연극하며 만난 배우 박훈이 그에겐 정명석 같은 선배라고 말했다.

드라마 중에 강기영은 이혼남으로 등장한다. 일에 몰두하다보니 가정에 소홀해졌고, 결국 이혼하게 됐다는 배경. “솔직히 말씀드리면 극중 정명석 변호사가 기혼인지, 미혼일지 궁금해하실지 생각을 못했어요. 그 정도로 캐릭터를 애정해 주시고 관심 가져 주신거 같아요. 그런데 제가 볼땐 이혼 당할만 했어요.(웃음)”

웃으면서 말하는 강기영이었지만 기혼자로서의 책임을 누구보다도 많이 느낀다고 했다. “일도 완벽하게 해내면서 가정까지 챙기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게 쉬운 건 아니잖아요. 그럴수록 남겨져 있는 이를 잘 챙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결혼이란 저의 반과 그 사람의 반이 결합해, 반대로 말해 저의 반을 버렸을 때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온전한 하나가 되는 건 그만큰 쉽지 않지만 그렇기에 가치있다고 생각해요.”

극 중 ‘서브 아빠’로 불리는 강기영은 “현실에서 메인 아빠도 잘하고 싶다”며 웃었다. “뭐랄까요. 소위 ‘미국아빠?’ 다정다감하고 아이들과 잘 놀아주고 웃음이 끊이지 않고 이해심 깊은 그런 이미지요. 무엇보다 가정적인 가장이 되고 싶은 생각이 항상 있었거든요.”

아버지로서 그의 인생 목표는 ‘자상하면서도 부지런한 아빠’. 그는 “이번 역할을 통해 ‘서브 아빠’라는 생각지도 못한 애칭을 갖게 됐으니 정명석 변호사가 아닌 ‘아빠 강기영’의 역할도 제대로 해내고 싶다”고 말했다.

◇”제가 섹시? 치명적인 정명석 변호사가 탄생했을 수도”

다정다감한 모습이 많은 인기를 끌었지만 각종 애드리브를 통해 ‘강기영스러운’ 모습도 화제였다. 시니어 변호사인 정명석에게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는 우영우의 의견을 귀담아 들으며 “한 마디를 안져”라거나, ‘소덕동 마을’ 에피소드에서 남들이 생각지 못한 아이디어를 새벽 3시 넘어 내놓으며 전화한 우영우를 향해 “새들도 아가양도 명석이도(잠들 시간)”라며 ‘새들도 아가양도’라는 평범한 대본에 ‘명석이도’라는 자칭 3인칭 조어를 넣어 시청자를 웃음으로 몰아넣었다. 또 그가 표현한 ‘워~워~’(달아오른 감정을 안정시키라는 것)를 CF의 테마 삼고싶다는 의견도 나왔다.

그간 너스레와 유연함을 오가며 극중 분위기를 좌우하는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온 그였지만 이번 배역을 통해 ‘섹시하다’는 칭찬을 처음 들었다고. “시청자분들의 반응을 보는 데 저보고 ‘섹시하다’는 말씀을 해주시는 분이 계신거에요. 생각지도 못했기에 정말 놀랬죠. 정말 다행인 건(웃음) 사전 제작이라 한두회차 촬영만 남았을 때 시청자 반응을 보게 됐거든요. 촬영 한창 중에 그런 댓글을 봤다면 치명적인 척 해보면서 마치 제가 치명적인 냥 연기하려 했을지도 몰라요. 이렇게 뜨거운 반응을 모르고 연기한 게 나았던 거 같아요.(웃음)”

그가 변신을 시도하려 했어도, 강기영 그 자체가 치명적이었을 수 있다. 후배 변호사들의 의견을 귀담아 듣고 상대가 무안하지 않게 답변 수위를 조절하며, 자신의 잘못을 빠르게 인정하는 건 그 자체로 치명적이다. 자신의 일에 매진하고 조직원의 기를 북돋는 사람이야 말로 그 어떤 모습보다 섹시하기 때문이다.

그는 연기에 뛰어들었을 때부터 무모한 자신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저라는 장르를 좋아해주실 분이 어딘가는 계실거라고 생각했어요. 그 믿음으로 지금까지 버텨왔던 것 같아요.” 강기영이라는 사람을 대중에 어느 정도 알렸다고 생각은 했지만 ‘우영우’라는 작품은 그에게 남다른 의미가 됐다.

“어느 날은 주종혁(극 중 권민우 변호사 역) 배우한테 ‘이렇게 좋은 작품이 네게 너무 빨리 왔다. 배아프다’고 장난으로 이야기한 적도 있어요.(웃음)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이렇게 좋은 작품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만 해도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모두와 즐거웠고, 정말 편했고, 그 친구들 못볼 생각에 너무 아쉽습니다.”

그간 특유 생활밀착형 연기를 바탕으로 한 탄탄한 조역으로 인상을 남긴 강기영은 “앞으로 이야기의 중심에 서 보고 싶다”는 의욕도 전했다. 웃음기가 가신 연기라도 서사를 풀어가는 역에도 도전하겠다는 것이다.

“아마 어린 강기영이었으면, 가장이 아니고, 40대에 들어선 강기영이 아니었으면 어쩌면 내내 붕 떠 있었을 지도 몰라요. 하지만 이제는 조금 평정심이 생겼달까요. 이제야 연기를 즐길 준비가 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