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음악계에선 이맘때쯤 ‘걸그룹 여름 대전’이란 말이 쓰인다. 정덕현 평론가는 “통상 보이그룹보다 앨범 수익은 약해도 음원 성적은 좋은 걸그룹들이 해수욕장 등에서 늘어나는 휴가철 음원 소비 특수를 노리는 경우가 이어져왔다”고 했다.

올해는 특히 “경쟁 판 자체가 커졌다”는 평이 나온다. K팝 경쟁 범위가 해외 차트까지 넓어지고, 앨범 수익성까지 갖춘 걸그룹이 늘면서다. 거리 두기 완화로 하반기 대면 공연도 활성화 되면서 국내 4대 음반 기획사(SM·YG·JYP·하이브)를 비롯해 여름 대전 참전 걸그룹이 늘고 있다.

8월 신곡 발표를 앞 둔 걸그룹들. (반시계 방향으로) 걸그룹 최초 앨범 총 판매량 100만장을 넘긴 블랙핑크(YG), 데뷔 15주년을 맞은 소녀시대(SM), 신흥 음원 강자로 떠오른 4세대 걸그룹 아이브(스타쉽). /YG·SM·스타쉽

◇걸그룹 밀리언셀러 시대

4인조 걸그룹 ‘에스파(SM엔터)’는 특히 지난달 14일 미니앨범 ‘걸스’로 걸그룹 최초 초동 판매 100만장을 돌파(첫주 142만장·써클차트 기준)해 화제가 됐다. 직전 기록 68만장(블랙핑크)을 훌쩍 뛰어넘었다. 국내 보이그룹 중에서도 초동 100만장 판매는 방탄소년단, 세븐틴, NCT DREAM, 엔하이픈,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등 손에 꼽히는 기록이다.

8월 중 컴백하는 ‘블랙핑크(YG)’는 2020년 ‘총 앨범 판매량(첫 정규 ‘디 앨범’·130만장)’ 걸그룹 최초 밀리언셀러 기록을 갖고 있다. 이들은 당시 같은 앨범으로 빌보드 메인앨범 차트200 역대 걸그룹 최고 순위(2위)도 세웠다. 블랙핑크는 9월 발매될 정규 2집 선공개곡을 이달 중 선보이고, 10월 월드투어 공연도 펼칠 계획이다.

‘트와이스(JYP)’는 오는 26일 미니앨범 11집으로 컴백한다. 지난해 ‘알코올 프리(미니 10집)’로 빌보드200 3위에 오른 이들은 지난 3월 북미 투어 중 걸그룹 최초 2만석 규모 스타디움 공연장을 매진시켰다. 올해 활동 7년 차지만, 지난달 소속사와 멤버 전원 재계약도 마쳤다. 차우진 평론가는 “‘앨범·공연 수익 약세’ ‘평균 3년 내 해체’ 등 기존 편견을 깨는 걸그룹이 늘고 있다”고 평했다.

◇4세대 신인·레전드 걸그룹까지 참전

‘Z세대’ 멤버가 많은 4세대 걸그룹들의 여름 음원 경쟁도 치열하다.

지난해 12월 데뷔한 걸그룹 ‘아이브(스타쉽)’는 22일 세 번째 싱글곡 ‘After Like’를 발매한다. ‘러브 다이브’ ‘일레븐’ 단 두 개뿐인 보유곡만으로 지난 6월까지 지상파 3사 포함 국내 음악 방송 1위 13관왕을 달성한 신흥 음원 강자다.

방탄소년단 소속사 하이브는 산하 기획사 어도어를 통해 평균 나이 ‘17세’의 5인조 걸그룹 ‘뉴진스’를 1일 데뷔시켰다. 소녀시대, 엑소, f(x) 등 SM 인기 K팝 그룹 다수를 프로듀싱한 민희진 아트 디렉터를 영입해 만든 걸그룹으로도 화제를 모았고, 초동 판매량 44만장을 기록했다.

데뷔 3년 차 걸그룹 ‘있지(JYP)’는 새 미니 5집 ‘체크메이트’로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빌보드200 8위를 기록했다. 오는 6·7일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10월 미국 8개 지역 월드투어 공연에 들어간다.

레전드 2세대 걸그룹들의 반가운 귀환도 올여름 몰렸다. 올해 데뷔 15주년인 ‘소녀시대(SM)’는 오는 8일 5년 만의 정규앨범 ‘포에버 원(7집)’을 발매한다. 이 밖에도 카라 출신 니콜(디지털 싱글 ‘YOU.F.O’), 원더걸스 출신 선예(첫 솔로 미니앨범 ‘Genuine’), 포미닛 출신 현아(미니앨범 ‘나빌레라’) 등 2010년대를 주름잡았던 걸그룹 일부 멤버 또한 7월 컴백했다.

다만 최근 여름 걸그룹 대전에서 정작 ‘여름송’은 줄었다는 분석도 있다. DJ DOC ‘여름 이야기’, 쿨 ‘해변의 여인’ 등 1990년대~2000년대 초 여름 특수곡들은 가사부터 여름 정경을 넣었고, 2010년대는 ‘씨스타’ 등 섹시 댄스곡의 걸그룹들이 여름 시장을 평정했다. 최근에는 다르다. 김도헌 평론가는 “잔잔한 신스팝이나 기존 여름 댄스곡과 거리 먼 곡들로 여름에 나오는 걸그룹도 많아졌다. K팝 시장이 다변화된 결과”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