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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 이름 하루도 안 듣고 지나가는 날이 없는 것 같은데요. 어느 정도 짐작하시겠죠? 우 투더 영 투더 우!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역삼역? 우영우! 입니다.
배우 박은빈이 우영우 역을 맡은 ENA 채널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는 지난 6월 29일 첫선을 보인 이후 방송사(史)에 남을 만한 기록을 쓰고 있는 데요. ENA 라는 생소한 채널을 가장 ‘핫’한 채널로 이끌고 있죠. 0.9% 출발한 시청률이 8회까지 방송된 현재 13.1%(닐슨 전국기준)로 급상승했으니 ‘개국공신’이라는 애칭이 붙는 것도 과장이 아닌 듯 합니다.
진정성 있는 맛집은 전국 어디 구석에 있어도 손님이 알아서 찾아가죠. ‘우영우’가 요즘 말로 하면 ‘찐맛집’ 입니다. 그를 방영하는 ENA 채널은 덕분에 ‘오픈런’ 수준으로 시청자들이 몰리고 있는데요. 각 가정마다 가입한 인터넷TV(IPTV)에 따라 다른 채널 번호를 시청자들이 품앗이하듯 서로서로 알려준 것이지요. 잘 만든 콘텐츠면 시청자들이 찾아서 본다는 걸 확인시켰습니다.
극의 절반을 소화한 현재 우영우 역의 박은빈 외에 법무법인 한바다의 동료, 선배 등을 비롯해 다른 배역들도 주목받고 있지만, 역시 중심엔 박은빈이 있습니다. 남장여자 왕 역할을 맡았던 전작 ‘연모’(2021)를 통해 ‘입덕’하신 분들도 적지 않을 텐데요. 그 이전의 ‘스토브리그’(2020) ‘브람스를 좋아하세요?’(2020) 아니, 그 이전의 ‘청춘시대’(2016)를 통해 박은빈 배우 매력을 이미 알아봤다고 ‘고백’하시는 분들도 상당합니다. 4차원 ‘오지라퍼’로 변신해 발랄한 귀여움을 온몸으로 발산하죠.
물론, 아역 때부터 지켜보셨거나 또 개그콘서트 ‘수다맨’에서의 깜찍한 소녀를 기억하시는 분들도 많더군요.
다양한 현대극을 거쳐 ‘연모’에 출연했을 때, 장기인 사극을 선보인다며 사극팬들 사이에선 ‘왕의 귀환’으로 대접받았는데요. 아니나 다를까. 같은 사극이어도 ‘남장여자’에 도전하며 파격을 선보입니다. 여성스러운데도 묘하게 중성적인 느낌이 받쳐줘서 몰입도를 높이죠.
수 많은 명장면 중에서 2화에서 활에 맞은 상투가 풀리면서 긴 머리를 드러내는 장면도 기억에 남는 데요. 젖힌 고개 뒤로 머리카락이 치맛자락 펼쳐지듯 촤르르 흐트러지는 게 슬로 모션으로 표현되죠. 머리칼이 극 중 성별을 구분하는 장치이기도 하지만, 묶어두려는 의지에 반해 풀린 머리칼 한올 한올 아슬아슬한 운명을 담아낸 것 같아 숨죽이며 보게 되더군요. 헤어스타일 변화로 감정을 표현할 수 있겠지만, 머리카락으로도 연기하는 배우라니!
◇김혜수에게서 박은빈을 보다
얼마 전 배우 김혜수가 인스타그램을 통해 ‘우영우’ 기사를 공유하면서 박은빈을 응원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박은빈이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분명하지만 그에게 신뢰를 보낸 김혜수에게도 시선이 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김혜수 역시 아역배우 출신으로 자신의 영역을 공고히 하면서 배우의 길을 걸어오고 있으니까요.
<지난 2018년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열린 랄프 로렌 50주년 패션쇼에 초청된 배우 김혜수/영상=최보윤 기자>
배우 김혜수를 가까이서 지켜볼 기회가 있었는데요. 그 전 광고 촬영 같은데서도 우연히 본 적은 있지만 그래도 시간을 두고 본 건 지난 2019년 랄프 로렌 50주년 행사 때였습니다. 국내 유일하게 ‘셀러브리티’로 초청돼 해외 셀럽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었죠. 당시 랄프 로렌 측에선 랄프 로렌이 공식 초청한 셀럽 인사 명단이 있었거든요. 오프라 윈프리를 비롯해 앤 해서웨이, 블레이크 라이블리, 제시카 차스테인 등 할리우드 스타들과 함께 김혜수도 함께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 때 놀란 건 김혜수의 포용성이랄까요. 배우로서의 꼼꼼함이나 깐깐함은 어느 정도 예상하겠는 데 요즘 일부에게 문제시되던 ‘연예인병’ 따위는 정말 찾아볼래야 찾아 볼 수가 없었습니다. 당시 행사가 열린 9월 7일 즈음에 김혜수 배우 생일(9월 5일)이 겹쳤는데요.
행사 전날 미국 뉴욕 맨해튼 폴로 레스토랑에서 행사 초청된 인사들 등이 모여 식사했을 때였습니다. 김혜수 배우 팀을 비롯해 국내 프레스, 랄프 로렌 코리아 관계자를 포함해 현장에 국내 백화점 바이어 등도 자리했습니다. 랄프 로렌과 오랜 기간 좋은 관계를 쌓았던 분들이라고 하더군요.
폴로 레스토랑은 랄프 로렌이 갖고 있는 목장에서 직접 공수한 채소와 고기 등으로 만드는 샐러드, 햄버거, 스테이크, 프렌치 후라이 등이 대표 메뉴입니다. 햄버거가 메인 메뉴이다 보니 어쩌면 캐주얼한 느낌일 수도 있지만 미국 클래식의 정통을 내세운 곳이기도 하죠. 레스토랑에 들어가면 코트 체크(겉옷을 맡기는 곳) 서비스도 준비돼 있으니 말입니다.
그곳에서 김혜수 배우의 간단한 생일 파티가 이뤄졌는데 현장에 있던 백화점 관계자들에게도 김혜수씨가 감사 인사를 함께 나눴다는 것이죠. 사실 생일은 개인적인 행사일 수도 있고, 오픈된 공간이긴 하지만 보이지 않는 장막을 만들어 일부 관계자들만 이야기할 수 있게 만들 수도 있었죠. 하지만 김혜수 배우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주위에서 축하 인사를 전하는 이들에게 일일이 인사하고 함께 축하를 나누었죠.
다음날 랄프 로렌 행사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공식 셀럽이어서 다른 이들과 구분지어 앉고 행동할 수도 있는데, 한국 측 인사들과 자연스레 어울리며 백화점 관계자들과도 스스럼 없이 축하의 잔을 부딪히며 인사를 나눴습니다. 랄프 로렌 측에서 특별 대우를 해주는데도 특별한 자리에 갇혀 있는 게 아니라 보통(?) 사람들과도 어울리며 대화를 나누는 것이죠.
팬과 연예인의 만남보다는 사람대 사람으로 벽을 없애렸던 것 같습니다. 누가 더 우월하다거나 상대와 자신을 구분지으려 한다거나 류의 권위의식이란 전혀 볼 수 없었고, 귀찮거나 어색한 내색 하나 발견할 수 없었죠. 어느 정도 자기 철학과 세계관이 정립되고, 일정 수준 이상의 인기를 누리며 오랜 기간 스타의 삶을 누리고, 버티고, 지키며 다져온 이들이 보여줄 수 있는 여유랄까요.
흔히 말하는 ‘친절한 톰 아저씨’처럼 팬의 소중함을 아는 스타인 거죠. 또 다른 매거진 기자들과 달리 저는 그 당시 처음 봤는 데도, 행사가 끝난 뒤 어깨를 감싸며 격려 인사도 잊지 않았습니다.
작별 인사를 나누지 않아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순간이었는데도, 현장에 온 사람들을 일일이 챙겨가며 인사하고 또 되도록 기억에 남을 멘트를 나누려는 것을 보고 남다른 격이 느껴졌달까요. 김혜수 포스팅 덕분에 김혜수와 박은빈 얼굴을 번갈아 보다 둘이 상당히 닮았다고 느껴졌습니다. 자연스런 외모는 물론이지만 계속 노력하는 태도도 마찬가지 였죠. 박은빈 신드롬 기사를 완성한 뒤 김혜수의 포스팅을 접하고는 ‘배우가 응원하는 배우’의 관점에서 박은빈을 되돌아보게 됐습니다.
◇대학생 박은빈의 직업 정신 “난 풀타임 학생이고 파트타임 배우다”
‘우영우’로 신드롬을 일으킨 박은빈 배우의 평소 성향이나 연기를 대하는 자세 같은 것에 대해 알아보던 참이었죠. 종영 인터뷰를 기다리고는 있지만, 아직 박은빈 배우를 만나본 적은 없습니다. 때문에 박은빈 배우의 가까운 친구이거나 그를 직접 만나 속내를 들어봤음직한 이들을 수소문했습니다.
그러다 박은빈 배우 팬분들한테 인상적인 인터뷰로 꼽혔던 민음사 문예지 릿터 속 기사를 접하게 됐는데요. 다독(多讀)가로 알려진 박은빈이 때때로 몰아치는 생활 속 고민이나 고비가 생겼을때, 책을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다는 내용 등 배우이자 생활인 박은빈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기술돼 있었습니다.
당시 인터뷰를 진행한 패션지 얼루어 허윤선 피처 디렉터에게 의견을 구했습니다. 허윤선 디렉터는 릿터 인터뷰 외에도 얼루어 피처 디렉터로 2016년과 또 최근, 박은빈의 인터뷰와 화보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지난 1996년 아동복 모델로 시작해 벌써 데뷔 27년차 박은빈의 인터뷰를 찾아보다보면 ‘배우’라는 직업을 두고 철저한 고민이 엿보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해왔기에 배우가 삶일 것 같았는데, 그렇기에 더 치열하게 부딪혔던 것 같습니다.
허윤선 디렉터가 지난 2016년 웹드라마 ‘초코뱅크’에 도전한 박은빈과 나눈 인터뷰 일부를 옮겨봅니다. 허윤선 디렉터는 “당시 박은빈이 수업에 빠지지 않는다는 철칙을 지켜내는 것이 남다르게 느껴졌다”면서 “’풀타임 학생, 파트타임 배우’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학생 본분부터 챙겼다”고 말했습니다.
다음은 2016년 얼루어 매거진 인터뷰 기사 일부 입니다.
-사실 촬영이 있는 오늘 은근히 수업을 빠지길 종용했거든요. 그러다 절대 빠지지 않는다는 당신의 원칙을 알게 되었어요.대학에 입학할 땐 제게 4년이라는 시간은 길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20년동안 열심히 연기를 했고, 제 자신을 재정비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대학 시절이 저의 앞으로 살아갈 가치관을 형성하고, 제 정체성을 찾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그럼에도 틈틈이 작품을 해오지 않았나요?졸업할 때까지 4년간 일을 안 할 생각도 했었는데 감독님들이 배려를 많이 해주셔서 중간중간 할 수 있었어요. 방학에 맞춰서 일정을 잡아주시거나, 영화 촬영은 주말로 미뤄주시기도 하셨어요. 어쩔 수 없을 땐 휴학도 했었어요. 그래서 아직 졸업을 못했어요. 하하.-좋은 작품을 많이 놓치기도 했겠어요?못한 작품이 너무 많아요! 그럴 때마다 늘 생각했죠, 나는 누구인가 하면서. 나의 직업은 학생인가, 배우인가. 고등학생 때까지는 고민하지 않았는데 대학교에 다니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배우 박은빈’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귀에 쏙쏙 들어오는 발음과 발성인데요. 얇고 고운 미성을 보완하기 위해 고등학생 때 연극을 하며 이를 바꿔보려 노력했다는데요. 당시 선생님이 “지금 모습이 좋은데 왜 무리해서 바꾸려 하느냐”라는 말씀에 억지로 바꾸려 하기 보다는 있는 그대로, 장점을 더 극대화 하려 노력했다지요. 똑부러진 발음 같은 경우는 배우의 기본이기 때문에 그 기본부터 잘 챙겨 해내려고 한다고요.
하지만 이런 기본을 놓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되죠. 일반 업무도 마찬가지 입니다. 기본부터 단단하게 쌓아가다보면 축적된 깊이가 있는 데 기초 공사를 대충 무시하고 빠르게 결과물을 얻으려해서 낭패 보는 경우가 상당하죠. 순간의 요행은 있을 수 있지만 기본 자세가 갖춰지지 않았다면 아무리 응용을 해도 바닥을 드러내게 되죠.
피겨 스케이터 김연아나 피아니스트 임윤찬, 프리미어리거 손흥민, 허준이 교수 등 세계적인 업적을 이룬 이들의 성공 요인을 찾다보면 타고난 재능 등 여러 공통점이 있겠지만 ‘탄탄한 기본’ 역시 결정적인 차별점 중 하나로 보입니다. 말은 쉽게 들리지만 제대로 쌓아올리기는 쉽지 않죠.
◇”성형하지 말 것, 부모님 말씀 잘 들을 것, 공부 열심히 할 것”
학업과 연기 병행이라는 것 자체가 쉬운 과제는 아니었을 텐데 박은빈은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 부단히 노력한 것 같습니다. ‘릿터’ 인터뷰를 보다보면 박은빈이 스스로를 다잡았던 다짐이 느껴집니다.
-학교에서는 ‘해리 포터의 헤르미온느’ 같은 캐릭터였던 건가요?어차피 일을 할 때는 휴학을 해야 하고, 학교 다닐 때는 학교만 다니니까 그 시간을 알차게 쓰고 싶은 강박이 있어서 스스로 피곤하게 살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런 시간이 있어서 제가 좀 더 단단해지고 나라는 사람을 조금 더 탐구할 수 있었어요. 저한테 없어서는 안 됐을 시간이었던 거죠. 요즘 스스로 제 몸과 마음이 건강해졌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여기까지 오기까지 많은 굴곡이 있었어요. 그래서 방황의 기술도 읽었고요.(웃음)
이 대화 내용에도 있지만 박은빈은 당시 ‘방황의 기술’ ‘사고의 오류’ ‘나도 가끔은 내가 누군지 궁금하다’ 같은 책을 언급하는데요. 대학 시절 도서관에서 빌려읽고 반납하고 그치기에 무언가 아쉽다면 꼭 책을 다시 샀다고 합니다. 앞에 언급한 책이 그러한 책들이고요. 심리학을 전공했기에 마음 읽기를 통해 자신만의 길을 찾아보려 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위의 대화에서도 느껴지지만 박은빈의 그간 인터뷰를 보다보면 ‘모범적인 생활’을 자주 언급하는데요. 서강대학교 입학 당시 총동문회 소식지와 나눈 대화에 따르면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12년 동안 배우로 활동하면서 최선을 다해 출석했고, 공부해 왔다”면서 “’배우(俳優)란 모범생이어야 한다’라는 결심에서였다”고 말합니다.
연기는 공적인 일이고 공인의 영역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면 안된다는 생각이 강했다고 하죠. ‘민폐끼치지 말자’는 것을 항상 되새기면서 말이죠. 혼자만의 일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모여 완성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에 맞는 책임감으로 일을 대했다고 합니다.
주변을 보다보면 ‘슬기로운 직장 생활’ 방침이라며 다양한 해법을 제시하는 경우를 보게 되는데요. 꿈을 이루는 터전이라기 보다는 생활 자금을 지불해주는 대여 금고처럼 생각하라든지, 흔히 ‘시월드’ 같이 일부 안좋은 뉘앙스의 은어에 기반한 시댁을 떠올리며 직장은 곧 시댁이라 생각하면 한결 마음이 편해진다는 조언 등입니다.
일하며 부딪히는 여러 고민들에 대해 강퍅한 시댁 식구들에게 맞춰 사는 공간이라 치환하라는 것이죠. 애착을 버리고, 설득하려거나 이해 시키려 하지 말고 적당히 거리를 두며 때로는 ‘가짜 미소’도 지어보다보면 시댁에 적응하듯 어느 덧 직장도 생활의 일부가 될 것이라는 얘깁니다.
직장을 자신에 맞추지 말고 자신을 직장에 맞추라는 관점인데요. 자신에 맞는 직장을 찾아낸 박은빈을 보면서 그가 생각하는 ‘직업 정신’이란 강의를 들어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 길을 최종적으로 선택하기 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장(場)에서 최선을 다해 이뤄낼 일을 찾아냈다니 박은빈의 정착은 부럽기도 하면서 박수받기 충분해 보입니다.
사실 다른 사람의 삶을 살아보고, 표현해야 하는 배우라는 직업을 제대로 수행하는 사람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공통된 요소이기도 한데요. 한 때의 인기에 흥청이거나 무너지지 않고 꾸준하고 성실한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신독’(愼獨)의 자세를 견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긴 하죠. 평생 직장이란 말이 점차 사라지는 요즘 시대엔 어떤 일을 어떤 자세로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기도 하고요.
◇연기는 적금과 같아...”모든 작품은 자서전이다”
그런 점에서 박은빈이 과거 인터뷰 당시 했던 말을 짚어야 겠습니다. 역시 허윤선 디렉터와 나눴던 인터뷰 대화인데요. 박은빈은 ‘연기는 적금과 같아서 적립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이야기 했다지요. 그가 인용한 원래 문구는 고(故) 장국영이 자서전을 통해 썼던 내용입니다. 옮겨보면 이렇습니다. “연기는 은행의 통장과 같아서, 끊임없이 돈을 은행에 저금해야만, 일정한 시간까지 수확의 계절을 기다려야 한다.”
허윤선 디렉터가 박은빈에게 놀랐던 지점이 이부분이었다지요. 2016년 인터뷰 당시 박은빈이 ‘연기는 적금…’을 언급하기에 허 디렉터가 인터뷰 말미 책을 선물하면서 ‘거금 찾아가세요’라고 덕담을 썼다고 합니다. 그런데 4년 뒤 다시 만난 인터뷰 자리서 그 당시 상황을 언급했다는 것이죠. 다양한 기자를 만나는 배우이기에 이름을 기억 못할 수도 있는데, 이름을 기억하는 건 당연하고 그 당시 나눴던 대화까지 기억해 인터뷰서 되짚었다는 겁니다. 기억력도 있겠지만 인터뷰를 대하는 박은빈의 진지하고 성실한 자세를 감지할 수 있죠.
2020년 릿터에 게재된 박은빈의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책은 어떻게 선택해요?제 내면의 소리를 먼저 들어 보고 시간을 갖는 편이에요. 무조건 책부터 열어 교훈을 얻으려고 하기보다는 먼저 스스로 곰곰이 생각하다가 사유가 원하는 데까지 미치지 않을 때 제목이 끌리는 책을 선택해요. 자기계발서를 안 좋아하는 분들도 많고, 이유도 이해가 돼요. 하지만 저는 필요하다면 자기계발서도 읽어요. 이렇게 사는 사람들도 있구나 하면서 자극을 받기도 하죠. 이건 질문 바깥의 말이지만, 예전 2016년에 허윤선 기자님이 책에 써 주신 말을 저는 기억하는데요. 연기는 적금과 같다고 하는 저의 말을 기억해 주고 ‘언젠가 거금 찾길 바라요.’라고 써 주셨어요. 그때 이후로 지금 4년이 지났는데 나름 저도 차곡차곡 쌓아 왔고, 거금까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제가 조금 성장한 뒤에 다시 뵙게 된 것 같아서 좋아요.-심리학을 전공했죠. 어디에 끌렸어요? 상담은 상대방이 하는 말과 하지 않는 말의 행간도 파악해야 하고, 비언어적 행동도 관찰해야 하는데 독서와도 비슷하지 않나요?제가 관심 있던 분야는 상담심리학 이었어요. 4학년 때는 직접 내담자 선정해서 상담도 하고 축어록도 풀고 했었는데, 교수님이 학부생 수준에서 거의 최고라고 해도 될 만큼 잘된 상담이라고 말씀을 해 주셔서 굉장히 행복했어요. 내 생각에 먼저 사로잡혀서 보지 말아야 하고, 찬찬히 관찰해야 하고, 일단 무조건적인 긍정적인 존중을 하면서 봐야 하고…… 사실 저는, 오늘 인터뷰어가 기자님인지 모른 채로 그림과 문장들을 추천하려고 했어요. 그림을 보고 이런 문장, 이런 삶을 떠올릴 수 있구나, 깨닫게 해 준 책이거든요. 그림 처방전이라는 책도 미술과 여러 가지를 동시에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외우고 있는 문장이 하나 있어요. 루시언 프로이트가 했던 말.’모든 작품은 자서전이다.’ 그 책을 통해 알게 된 말이었고요.(※ 참고 : 여기서 박은빈이 언급한 ‘그림과 문장들’ 책은 허윤선 디렉터가 쓴 책입니다)
허윤선 디렉터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덕담으로 써주신 말씀이 결국 이루어졌네요!”라고 전했더니 “박은빈이란 배우는 갑자기 태어난 스타가 아니고 되게 오랫동안 배우의 길을 착실하게 걸어온 사람”이라고 응하면서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박은빈 씨가 되게 감성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되게 이성적인 면이 강하다고 느낀다”면서 “섬세하고 진지하지만 철저히 고민해서 표현해 감성과 이성이 굉장히 잘 조화된 배우”라고요. 진지하고 따뜻한 성정의 배우이기 때문에 이번 우영우 연기를 하면서 누구에게도 상처주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고, 그렇기에 더욱 고사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죠.
최근 인터뷰는 ‘우영우’ 촬영이 중반정도 진행됐을 때였는데 박은빈씨가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자신이 대본을 외우는 게 어려운 사람은 아닌데 이번에는 대사량이 정말 너무 많아서 그것에 대해 (놓치거나 과장되는 표현 없이 전달하도록) 굉장히 노력하고 있다고요.
박은빈이 말한 대사는 단지 글자 자체를 말하는 건 아닐 겁니다. 행간을 읽어야 하고, 자페 스펙트럼을 설득력 있게 표현해야 하는 모든 것에 대한 고려가 있었을 테죠. 허 디렉터는 요즘 드라마를 보고 그 당시 인터뷰를 떠올리면서 “진짜 우영우는 박은빈 아니면 안되겠다”고 말하곤 한다고요. 아마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그와 동의할 것입니다.
문지원 작가와 유인식 감독 역시 여기에 전적으로 응했죠. 유인식 감독은 26일 간담회에서 “박은빈 배우가 초반 ‘어려운 것 같다’는 얘기가 왔을 때, 이건 말하자면 ‘(박은빈이) 하지 않으면 프로젝트가 가기 어렵지 않나’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면서 “그만큼 박은빈 배우처럼 연기 잘하는 배우가 부담을 가질 만큼 쉽지 않은 배역이기도 했다. 별다른 대안이 없기에 기다렸고, 기다림 끝에 기대 이상으로 잘해주고 있어서 다시 한 번 ‘박은빈 포에버’라고 말하고 싶다”고 전했습니다.
올해는 ‘박은빈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배우인데요. 기본 충실, 본업 충실에 노력하는 배우의 본질을 조금이라도 탐색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 같아 시청자로서 반갑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유인식 감독님 처럼 함께 외쳐볼랍니다. ‘박은빈 포에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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