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요제와 함께 1980~1990년대 양대 가요제로 불린 MBC 강변가요제가 부활한다. 2001년 폐지 후 21년 만. ‘뉴 챌린지 강변가요제’란 이름으로 9월 3일 강원도 원주 간현관광지에서 본선 무대를 개최한다. 주최 측에 따르면 약 1200명 지원자가 몰렸고, 1·2차 비대면 심사로 총 20팀이 선발돼 26일 3차 현장 예선을 치렀다. 여기서 12팀이 뽑혀 본선에 진출한다.

최근 서울의 자택에서 만난 재즈록 밴드 봄여름가을겨울 멤버 김종진. 그는 21년 만에 부활한‘2022 MBC 강변가요제’심사위원장을 맡았다. /오종찬 기자

돌아온 강변가요제는 어떤 점이 달라졌을까. 부활한 강변가요제의 심사위원장을 맡은 재즈 록 밴드 봄여름가을겨울 멤버 김종진을 최근 그의 서울 자택에서 만나 물어봤다. 그는 다른 심사진인 가수 김현철과 박선주(강변가요제 1989년 은상 출신), SG워너비 이석훈, 작곡가 윤일상과 함께 이번 예선 과정을 총괄했다.

김종진은 강변가요제 출신은 아니다. 하지만 지난해 ‘MBC강변가요제 레전드’ 무대에 그리운 이들과 함께 선 것이 심사위원장직 수락의 계기가 됐다. 2018년 세상을 떠난 봄여름가을겨울 멤버 고(故) 전태관, 그와 함께 김종진이 백밴드로 무대에 올랐던 가수 고 김현식의 모습을 주최측에서 홀로그램 기술로 재현해 준 것. “태관씨가 세상을 떠난 후 특히 시간이, 추억이 되게 소중하구나. 근데 그걸 다시 돌릴 방법이 없는게 참 안타까웠어요. 그래서 더욱 감사한 무대였죠. 보통 ‘기술의 발전’이란 말이 차갑게 느껴지기 쉬운데, 사실은 따뜻한 말이었구나 싶었고요.”

강변가요제 자체가 “스스로 못 이룬 꿈이기도 했다”고 했다. “그 시절 젊은 음악인이면 모두 나가고 싶어 한 가요제였지만 전 같이 나갈 밴드가 당시엔 없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방구석 음악가였거든요.(웃음) 그래서 심사위원직 제안을 받았을 때 마치 아쉽게 못 가본 여행지를 결국 가볼 수 있게 된 기분이 들었죠.”

김종진은 “돌아온 강변가요제 구성 자체는 안방 중계 방송을 보며 시청자들이 잠재적 심사위원 역할을 하던 과거와 거의 같을 것”이라면서도 “요즘 시청자는 주로 유명곡을 극도로 잘 모창하거나 노래 기술 자랑하며 부르는 수많은 오디션 프로에 익숙해졌다. 반면 자작곡 경연은 너무 오랜만이라 신선하게 느껴질 것”이라고 했다. 특히 과거 젊은 참가자가 다수이던 강변가요제보다 “장르도, 나이대도 오히려 더 다양해졌다”고 했다. 1950년대 샹송 스타일, 알로하 티셔츠가 어울리는 하와이풍, 상당히 고가의 빈티지 악기를 들고 나온 60~70대 팀도 있었다고 귀띔했다.

26일 오전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강변가요제 3차 예선’무대에 선 지원자들. /MBC

그는 특히 “‘K팝스러운’ 자작곡을 직접 춤추며 선보인 참가자가 많은 게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요즘 세대는 ‘요람에서부터 K팝 세대’죠. 공갈 젖꼭지 물고 K팝 들으며 자란 경험이 자연스레 곡에 묻어난 거예요.” 예선 현장에서 “데뷔하면 무조건 빌보드 차트 1위란 심사평도 자주 오갔다”며 웃었다.

우승자에게 상금 1억원 이상, 음원 제작 기회를 주지만 “MBC와 전속 계약은 맺지 않는 것도 큰 차이”라고 했다. 특정 가요제 출신은 일정 기간 주최 방송사 방송에만 출연하는 관행을 깬 것이다. “최대한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다만 “옛 강변가요제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겠나”란 물음에는 “장담할 수 없다. 현실은 현실”이라고 했다. 1979년부터 개최된 강변가요제는 이선희와 ‘J에게’, 이상은과 ‘담다디’, 육각수 ‘흥보가 기가 막혀’ 등 당대 최고의 스타와 히트곡 배출 가요제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2000년대 접어들며 급격히 지원자와 인기가 줄었고, 결국 폐지됐다.

김종진은 당시 폐지의 가장 큰 이유로 “제작 환경 변화”를 꼽았다. “과거에는 ‘짐 크로치’ 같이 통기타 하나로 사람을 모으던 가수와 곡이 주목받았죠. 하지만 2000년대부터 거대 자본의 뛰어난 제작자가 직접 (대형 오디션 등으로) 가수를 골라 만들어내는 시대가 시작됐어요. 가요제가 점점 제작자 관심 밖이 된 거죠. 이제 가요제 참가자들도 은연 중 알아요. 결국 제작자 손에 발굴되지 않으면 자기 음악 인생이 없다고 생각하죠.”

그럼에도 “끈질기게, 고집 있게 내 이야기를 음악에 담는 이를 발굴하는 대회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바들바들 떠는 창법으로 자신의 아버지 이야기를 노래한 지원자가 있었어요. 통기타 하나로 부르는데 20인조 오케스트라보다 더 감동적으로 들렸죠. 이런 참가자들이 우리 가요계에 다채로운 음악의 씨앗을 심는 역할을 할 거라 믿어요.”

이런 바람은 그 스스로도 ‘고집 있는 뮤지션’을 자처하기에 드는 생각이기도 하다. 김종진은 8월 1일 봄여름가을겨울의 정규 7집이자 큰 인기를 끈 명반 ‘브라보 마이 라이프’의 20주년 리마스터링 LP 한정판 세트 200개를 발매한다. 특히 전곡의 마스터 테이프(녹음 원본 테이프) 소리를 전부 새로 조정(믹스)했다. 사실상 새 음원을 내는 과정과 다를 바가 없는 작업으로, 이를 위한 스튜디오 대여료만 수천 만원이 들었다. 어차피 한정판 LP면 천정부지로 가격이 올라가는 요즘 수익을 생각한다면 굳이 택하지 않을 방식. 하지만 “봄여름가을겨울이 오래 유지됐던 건 돈보다 ‘오직 음악에 미친 놈들’이란 평 덕분”이라며 “그 탓에 히트곡이 많아도 빌딩은 없지만 이런 길도 행복하다는 걸 아는 고집있는 후배가 많이 발굴 됐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심사위원진과는 “우리만의 심사가 되지 않도록 하자 다짐했다”고 했다. “힘 있는 곡이 나왔으면 좋겠다. 옛날 강변가요제 우승곡은 석 달 내내 라디오에서 계속 들리는 히트곡이 됐다. 음악성은 물론, 대중성도 꼭 볼 것”이라고 했다. 김종진이 말했다. “최근 영국 왕실에서 장인들이 상주하며 80년 전 왕실 의상을 리폼하는 궁을 만들며 ‘축제와도 같았던 시간’을 재현하겠다 했대요. 저희도 강변가요제 다섯 글자만 들으면 떠오르는 젊고, 어설펐지만, 그래서 아름답던 축제의 시간을 재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