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로 사리넨이 안무한 국립무용단 ‘회오리‘는 80분 동안 에너지가 폭발하는 한국 무용이다. 안무와 음악, 조명과 의상이 거대한 소용돌이를 그려내는 작품이다. 사진 속 무용수는 김미애. /국립극장

“가장 큰 성공 비결? 무용수다. 2019년 일본에서 공연했을 때 그 극장의 예술감독이 내게 ‘이런 작품을 소화할 무용수가 있다니 부럽다’며 흥분해서 말했을 정도다.”

그 ‘회오리(Vortex)’가 24~26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으로 돌아온다. 올해 예순 살이 된 국립무용단이 해외 안무가에게 “한국 춤을 재료로 세계적 공연을 만들어달라”고 주문한 첫 작품. 2014년 초연 후 프랑스·일본 등 해외에 개런티를 받고 진출한 글로벌 K무용이다. 이메일로 만난 핀란드 안무가 테로 사리넨은 “국립무용단 무용수들과 함께 ‘과거(전통)로부터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한마음으로 작업했다”며 “열려 있고 열정적인 그들의 에너지가 ‘회오리’를 일으켰다”고 했다. 그에게 ‘회오리’의 성공 비결을 물었다.

'회오리'를 안무한 테로 사리넨은 발레리노로 명성을 얻은 뒤 춤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며 아시아 전통무용을 연구했다. 1996년 테로 사리넨 컴퍼니를 만들고 안무가로 활동 중이다. /국립무용단

–국립무용단을 대표하는 스테디셀러다.

“무게중심이 낮은 내 움직임과 잘 어울리는 음악을 찾은 것도 주효했다. 장영규(‘범 내려온다’의 이날치 밴드)의 음악은 완벽한 발견이었다. 해체 후 재구성한 전통음악이라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이 작품이 준 첫인상은 ‘느리다’였다.

“한국 춤 특유의 곡선적 움직임을 보여주고 싶었다. 국립무용단 무용수들은 몸에 독특한 선이 배어 있어 느린 움직임에서도 진가를 발휘했다.”

–춤은 이야기가 없어 무용수들에게 전적으로 의존한다.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는 춤을 뽑아내는 비법이라면.

“무용수들에게 ‘상상하며 춤추라’고 말하곤 한다.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표현하라’ ‘공기를 가로지르듯 발을 들라’ 같은 디테일이 재미있는 춤을 만든다. 동작을 잘게 쪼개 무용수들과 공감대를 이루고 나서 한 덩어리로 붙인다.”

테로 사리넨이 안무한 국립무용단 ‘회오리‘는 80분 동안 에너지가 폭발하는 한국 무용이다. 안무와 음악, 조명과 의상이 거대한 소용돌이를 그려내는 작품이다. /국립극장

‘회오리’는 이국적이면서 깊이 있는 움직임으로 호평을 받았다. 끊임없이 밀려드는 파도 같은 1장 ‘조류’,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는 2장 ‘전파’, 외부 확장을 표현하는 3장 ‘회오리’로 구성돼 있다. 이번 공연에는 김미애, 송지영, 황용천, 박혜지, 이석준 등이 주역으로 춤춘다.

–당신은 춤으로 세계를 짓고 이동시키고 허물기도 한다.

“내게 안무란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침묵할 수도 없는 뭔가를 설명하려는 시도다. 다양한 장르를 이어줄 수 있고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의 소통을 이끌기도 한다. 춤을 통한 문화 교류는 그래서 중요하다.”

안무가 테로 사리넨

–’회오리’는 오는 9월 핀란드 헬싱키 댄스하우스에 초청받았다. 볼까 말까 고민하는 현지 관객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한국 춤은 강렬한 내면을 가지고 있고 존재감이 특별하다. ‘회오리’는 전통적인 몸으로 현대적 아이디어를 표현한 작품이다. 아름답고 강렬한 울림을 전할 것이라고 자부한다.”

–코로나 이후 일상이 회복되는 시기에 춤의 사회적인 역할이라면.

“팬데믹으로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되면서 보디랭귀지나 움직임은 말보다 전달력이 강해졌다. 기술의 발달로 점점 평면화되고 있는 세계에서 사람들은 춤을 통해 원초적인 것과 다시 만나고 연결될 수 있다.”

테로 사리넨이 안무한 국립무용단 '회오리' /국립무용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