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범죄도시2'의 배우 손석구 /ABO엔터테인먼트

‘대세 배우’ 손석구(39)가 빌런으로 변신했다. 손석구는 18일 개봉한 액션 영화 ‘범죄도시2′에서 마석도(마동석)와 금천서 강력반이 추적하는 악당 강해상을 연기했다. 요즘 시청자들이 푹 빠진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속 구씨와는 근본이 다른 나쁜 놈이다.

배우 마동석은 “전편의 장첸(윤계상)이 호랑이라면 속편의 강해상(손석구)은 사자다. 두 맹수가 모두 잔인하고 악랄하지만 누가 더 세다고 할 순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현재 필리핀에서 디즈니플러스의 16부작 드라마 ‘카지노’를 촬영 중인 손석구와 화상으로 만났다. 장첸과 강해상이 한판 붙는다면 누가 이길지 묻자 그는 “(마)동석 형이 농담처럼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글쎄, 장첸이 이기지 않을까? 강해상은 ‘범죄도시2′에서 너무 심하게 맞아서 싸움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겼을 것 같다”며 웃었다.

‘범죄도시 2′가 한국영화로서는 2019년 ‘기생충’ 이후 가장 많은 사전예매량을 기록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범죄도시 2′는 개봉일인 이날 오전 8시 기준 31만3000여장이 예매됐다. ‘기생충’이 2019년 5월 개봉일 오전 50만5000여장을 기록한 이후 3년 동안 개봉한 한국영화 가운데 가장 많은 수치다.

영화 '범죄도시2'의 마동석과 손석구 /ABO엔터테인먼트

–강해상은 어떤 캐릭터인가?

“충동적이고 화가 많은 인물이다. 피해의식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설정했다. 별것 아닌 일에도 감정의 방아쇠가 격발되는 다혈질이다. 눈이 한번 돌면 앞뒤 안 재고 즉각 달려나간다.”

–이 배역을 제안 받았을 때 기분은?

“2019년 ‘멜로가 체질’이 끝날 때쯤이었다. 액션 영화를 선호하지 않고 또 내가 직접 액션을 하는 것도 부담스러워 고민을 많이 했다. 전편을 좋아했지만 솔직히 강해상은 그렇게 욕심이 나지 않았다. 이미지 변신에 대한 걱정은 아니었다. 감독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생각이 바뀌어 하게 됐다.”

–영화 ‘범죄도시2′를 본 소감은?

“아, 감독님이 생각한 강해상은 이거였구나를 영화를 보고서야 알았다. 내가 연기했지만 ‘어떤 사람일 거야’라는 생각 없이 마침 처음 보는 인물처럼 봤다. 액션이 진짜 같다고 느꼈다. 이 시리즈는 팀워크가 강점이다. ‘범죄도시’ 브랜드가 정착되는 데 저도 일조한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도 반응이 뜨겁다

“필리핀에서 드라마 ‘카지노’를 두 달째 찍고 있다. 온라인으로 ‘나의 해방일지’에 대한 댓글을 읽어보긴 하는데 솔직히 감이 안 온다. 그래도 평이 좋아서 기쁘다.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마음이 막 들뜨지는 않아 다행이다.”

–영화 ‘범죄도시2′를 위해 체중을 10kg 늘렸다는데.

“무조건 많이 먹었다. 단백질 보충제 먹으며 운동을 했는데 몸을 키우는 게 재미있더라. 다만 유지하는 게 힘들었다. 단백질을 많이 먹다 보니 만성 피로가 생겨서 지금도 좀 고생하고 있다(웃음).”

영화 '범죄도시2'의 배우 손석구 /ABO엔터테인먼트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라면.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의상이다. 의상 실장님한테 ‘주황색을 입고 싶다’고 했다. 딱히 이유를 말하긴 어렵지만 이 캐릭터에는 주황색을 주고 싶었다. 그 옷을 제작해주셨는데 마음에 쏙 들었다. 그 주황색 옷을 입고 길거리에서 잔인하게 칼로 찌른다. 만약 그 상황을 내가 실제로 목격했다면 아마 첫마디가 ‘주황 점퍼 입은 미친 놈이~’로 나왔을 것이다.”

–구씨와 강해상을 손석구의 실제 성격과 비교해달라.

“둘 다 나한테는 그런 모습이 별로 없다. 많이 다르다. 나는 나이 먹으면서 말수가 점점 많아진다. 흘러가는 시간이 아까워서 재미있게 보내고 싶다. 그게 인생 목표다. 그런데 구씨도 강해상도 어두운 캐릭터잖나. 구씨는 특히 여린 사람이라 작은 상처에도 크게 흔들린다. 강해상도 원래 대본에 있던 대사보다 말수를 더 줄였다. 몸이 먼저 나가는 사람이라 행동에 더 임팩트를 주려고 했다. 인터넷에 ‘강해상이 마석도 형사를 피해 산포시로 도망가 구씨가 된 것 아니냐’는 글이 있던데 재미난 발상이었다. 결국은 구씨도 나고 강해상도 나다. 둘 사이에 격차가 크다면 배우로서 만족한다.”

–가장 큰 수확이 있다면 뭔가.

“이제 연기가 편하다. 예전보다는 훨씬 더 숨쉬듯이 연기할 수 있게 됐다. 동시에 그런 점을 경계해야 하는 것도 안다. 내가 대중에게 어떤 식으로 다가가고 있는지를 좀 객관적으로 보게 된 게 가장 큰 수확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의 장점은?

“전편의 장점은 넘치는 현실감이다. 2편의 장점은 1편에 있던 개성의 극대화다. 확실한 코미디, 확실한 액션, 확실한 공포. 왜 사랑 받았는지 진단을 정확히 하고 속편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제작자 마동석이 부르면 이 시리즈에 다시 출연할 건가?

“다시 할 마음은 없다. ‘범죄도시’를 위해서도 저를 위해서도 좋지 않은 것 같다. 이 브랜드가 사랑 받으려면 계속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게 맞다. 강해상이라는 캐릭터도 시작과 끝이 명확하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