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는 전통적 연미복 대신에 실크 블라우스 등을 입는 패션 감각으로 유명하다. 그는 “클래식의 보수적이고 낡은 이미지에 대항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유니버설뮤직 코리아

지난해 10월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라트비아 출신의 명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74)의 연주회. 당초 무대에 함께 서기로 했던 지휘자가 급작스러운 사정으로 출연을 취소했다. 이때 마이스키는 유일한 제자인 첼리스트 겸 지휘자 장한나(39)를 떠올렸다.

긴급 호출을 받고 며칠 만에 지휘자로 무대에 오른 장한나는 스승 마이스키와 함께 생상스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두 곡을 협연했다. 오는 29일부터 3년 만의 내한 공연을 갖는 마이스키는 서면 인터뷰에서 “알다시피 한나는 내 유일한 제자”라면서 “이번 공연이 성공적으로 끝나서 독일에서도 장한나와 함께 다시 무대에 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내한 무대는 29일 군산, 5월 1일 서울 예술의전당, 3일 광주로 이어진다.

이들 사제는 처음에 첼로로 인연을 맺었다. 1992년 내한 공연 때 마이스키가 당시 아홉 살 소녀 한나의 연주가 담긴 영상을 보고 깜짝 놀라서 편지를 보낸 건 유명한 일화다. 마이스키를 사사한 장한나는 1994년 로스트로포비치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화려하게 데뷔했다. 지금은 지휘자(장한나)와 협연자(마이스키)로 무대에서 호흡을 맞추는 사이가 됐다. 마이스키는 “한나처럼 빼어난 첼리스트가 연주를 멈춘 건 안타깝지만, 두말할 필요 없이 훌륭한 지휘자”라며 “음악을 대하는 한나의 태도를 존경한다”고 말했다. 그는 제자 장한나가 이끌고 있는 노르웨이의 명문 트론헤임 심포니 오케스트라와도 협연할 예정이다.

첼로의 사제가 헤어지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17일 저녁 서울 한 호텔에서 만난 스승 미샤 마이스키(왼쪽)는 지난해 루체른 페스티벌에서 초연한 협주곡 실황 음반을 건네주었고, 제자 장한나는 그런 스승을 조용히 포옹했다.

라트비아가 구(舊)소련에 편입됐던 냉전 시절, 마이스키는 강제 노동 수용소에 18개월간 감금되는 고통을 겪었다. 예전 본지 인터뷰에서도 그는 “1970년 7월 22일부터 1972년 1월 22일까지였다. 거기서 벗어나기 위해 두 달간 정신병원에 입원했다”고 수감 기간까지 정확하게 기억했다. 내년은 그가 소련을 떠나서 서방에서 활동하기 시작한 뒤 50주년 되는 해. 이번 인터뷰에서도 그는 “비록 당시 모스크바 음악원의 졸업장을 받지는 못했지만, 또 다른 인생 경험을 통해서 더욱 성숙한 사람이 될 수 있었다. 제 운명에 대해 감사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명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와 피아니스트인 딸 릴리. 이들은 올해 내한 무대에서도 호흡을 맞춘다. 유니버설뮤직 코리아

마이스키는 통상적인 연미복 대신에 실크 블라우스를 입고 나오고, 공연에서도 자주 갈아입는 남다른 ‘패션 감각’으로 유명하다. 그는 “연주할 때 많이 움직이는 편이라 전통적인 턱시도나 나비 넥타이를 매고 연주하면 움직임에 많은 제약을 느껴서 불편하다”면서 “클래식 음악계가 지니고 있는 낡고 보수적인 이미지에 대항하는 무의식적인 시위나 제스처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여섯 자녀를 둔 ‘다둥이 아빠’. 이 가운데 피아니스트인 딸 릴리, 바이올리니스트인 아들 사샤와는 17년째 트리오로도 활동한다. 이번 내한 무대에서도 딸 릴리가 반주를 맡는다. 마이스키는 “언제나 아이들과 함께 연주하는 날을 꿈꿔왔다”면서 “제자 장한나의 지휘로 우리 가족이 함께 베토벤의 ‘삼중 협주곡’도 연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